2011/1.14.금 조선일보
정민의 世說新語
사람은 생각 관리를 잘해야 한다. 생각에도 종류가 참 많다. 념<念>은 머리에 들어와 박혀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잡념<雜念>이니 염원<念願>이니 하는 말에 그런 뜻이 담겼다. 상<想>은 이미지<相>로 떠오른 생각이다. 연상<聯想>이니 상상<想像>이니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사<思>는 곰곰이 따져 하는 생각이다. 사유<思惟>나 사색<思索>이 그말이다. 려<慮>는 호랑이가 올라탄 듯 짓누르는 생각이다. 우려<憂慮>와 염려<念慮>가 그것이다. 생각은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르므로 어휘에서도 뒤섞이지 않는다.
사려<思慮>는 깊어야 하나 염려<念慮>나 상념<想念>은 깊으면 못 쓴다. 사상<思想>은 따져서 한 생각이 어떤 꼴을 갖게 된 것이다. 곰곰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을 때는 사념<思念>이라 한다.
사람의 경쟁력은 생각 관리의 능력에서 나온다. 불교의 가르침은 무념무상<無念無想>이 목표다. 마음 위에 얼룩진 상념<想念>을 깨끗이 닦아내야 참나<眞我>의 실체와 만난다. 깨달음은 텅 빈 마음이 세계와 만나 이루는 작용이다. 기독교에서는 묵상<默想>과 명상<暝想>을 권한다. 조용히 생각하고 눈 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침묵시키고 잠재우자는 것이다. 그래야 지혜와 명철이 생겨난다.
'자네는 도무지 생각이 없군!'이라고 할 때 생각은 사려<思慮>쪽이지 상념<想念>쪽은 아니다. 상념이 너무 많으면 꿈자리가 늘 어지럽다. 요컨대 좋은 생각을 키우고 쓸데없는 생각을 몰아내는 것이 공부의 관건이다.
"사람의 눈은 종일 바깥 사물을 보므로 마음도 덩달아 밖으로 내달린다. 사람의 마음은 종일 바깥일과 접하므로 눈도 따라서 바깥을 내다본다. 눈을 감으면 자신의 눈이 보이고, 마음을 거두면 자신의 마음이 보인다.
마음과 눈이 모두 내 몸에서 떠나지 않고 내 정신을 손상치 않음을 일러 '존상<存想>'이라고 한다." 청나라 사람 진성서<陳星瑞>가 '집고우록<集古偶錄>'에서 한 말이다.
눈을 감으면 상념이 떠올라 사념이 끝이 없다. 존상<存想>은 떠다니는 생각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잘 붙들어두는 것이다. 생각이 미쳐 날뛰면 마음이 못견딘다. 마음이 생각에 부림을 당하면 얼빠지고 넋 나간 얼간이가 된다. 놀러 나가기 쉬운 마음을 잘 간수하는 것을 유가에서는 구방심<救放心>공부라 했다.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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