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長壽

다림영 2010. 12. 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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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조선일보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녀 시빌레는 아폴론 신의 사랑을 받아 무엇이든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시빌레는 한 웅큼의 모래를 쥐고는 모래알 수만큼의 수명을 달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젊음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만큼 계속 늙어갔다. 늙어갈수록 점점 몸이 졸아든 그녀는 마침내 병 속에 담겨 동굴 천장에 매달린 채 아이들의 조롱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T.S.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의 에피그라프<題詞>에서 이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나는 쿠마의 무녀가 병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넌 소원이 뭐니?'하고 소년들이 물었을 때 무녀는 이렇게 답했다. '난 죽고 싶어.'"

 

세계 여러 지역의 신화는 황금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이 장수를 누렷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아담의 자손들은 모두 수백 년을 살았고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므두셀라<에녹의 아들이며 노아의 할아버지>는 969세를 살았다고 한다. 반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비관적인 성격이 짙어서일까, 신화의 주인공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오래 살지는 못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영생불사를 찾아 헤매던 길가메시는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120세의 수명을 누리다가 죽었다. 실제 인간의 수명 한계는 대체로 120년 정도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의 잔 칼망<Jeanne Calment.1875~1997>으로서 122년 164일을 살았다. 이 할머니는 120세 이상 생존했던 유일한 사람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신생아의 경우>은 남자 77세 여자 83.8세이다. 언젠가는 인간의 '평균'수명이 120세가 되고 오래 사는 사람은 150세까지 사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알렉산드로스가 인도에서 만난 한 철학자는 인간은 얼마 동안 사는 것이 좋으냐는 물음에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까지'라고 답했다.

또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는 육체적으로나 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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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95살의 노인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생각보다 정정하셨고 정신적으로 상당히 건강하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가족과 함께 하는 사람이었고  교회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손주와 손녀가 있어도 용돈 한푼 준적 없고 아들이나 며느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직 나라에서 노인에게 지급하는 그 돈으로 한달을 사시는 것이다. 빨래는 물론이거니와 끼니조차  모두 할머니가 드실 것은 당신이 해서 드신다.

 

어느날 벽에 걸린 시계가 멈추고 말았다. 할머니는 답답했지만 가족들은 모두 핸드폰이 있었고 궂이 벽 시계의 필요성이 없었는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시계를 보며 언제나 교회에 가시고 또 하루를 살펴야 했다. 누구도 그러한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 노인의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그분은 산 사람이고 거동도 할 수 있는 분이다. 시계 건전지는 고사하고 누구 하나 저녁을 먹으라고 말한마디 건네지 않는다고 한다. 병이 들어 누워 있는 분도 아닌데 가족들은  할머니를 산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어느날 할머니는 김치가 너무 먹고 싶어서 혼자 배추 한 포기를 사서 간신히 김치를 담궜다.  김장을 한 것 같은데 도무지 김치 있는 곳을 알수가 없단다. 어떻게 지내는 가족인지 더 듣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오직 당신이 필요하면 당신이 할 뿐...

 

 

노인손님이 많은 나는 한번씩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분들이 다녀가면  많은 생각에 젖는다. 큰 병이 없어도 가족에게 이런 대우를 받게 되는데  하물며  건강하지 않고 수명만 길어져서 오래 사는 것은 반갑지 않은 얘기다. 그러나 어찌 그러한 일이 마음대로 되는 일일까.

자살하는 노인의 수가  굉장히 많다는 얘길 들었다.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어찌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까 ,건강을 최선으로 살피며 잘 늙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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