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왜?
아우가 불평하였다.
"하느님은 왜 선한 사람에게나 악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비를 주시지 모르겠어요."
형이 대답했다.
"그럼 너는 미운 자식이라고 따로 밥상을 차려 주는 부모를 보았느냐?"
아우가 말했다.
"하느님은 선한 사람에게 역경을 주시기도 하는걸요" 형이 대꾸했다.
"햇빛만 내리면 사막이 되고 만다."
나이치레
독일에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막 지어 놓고 하느님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수명을 정하려고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 소식을 듣고 당나귀가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하느님은 당나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하였습니다.
"내 너한테 30년의 수명을 주려고 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
당나귀는 천부당만부당하다는 듯 펄쩍 뛰었습니다.
"아이고 하느님. 너무 깁니다요. 제 팔자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허리가 휘어지도록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노역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입니다. 제발 좀 줄여주십시오."
"네 말도 옳다."
하느님은 당나귀의 수명을 18년으로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개가 왔습니다. 하느님이 물었습니다.
"당나귀는 30년이 길다고 펄쩍 뛰었는데, 너는 어떠냐?"
"저야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 제 사정도 좀 들어주십시오."
"어떤 사정인지 말해 보려무나."
"전 뛰어다녀야 하는 팔자를 타고났지 않습니까? 그러나 늙으면 뛸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구박을 면키 어렵지요. 이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알았다. 그럼 12년으로 낮춰 주마."
조금 지나자 원숭이가 나타났습니다.
"넌 언제 봐도 놀고 있으니 수명을 좀 넉넉히 주어도 되겠구나."
"아닙니다요. 하느님. 하느님께서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사람들을 웃겨야 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속으로 우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30년을 그렇게 산다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일입니다."
"그래, 그래, 알았다. 그럼 너는 10년으로 하지."
마지막으로 사람이 왔습니다.
"모두들 공평히 30년으로 정해 두었다. 사람인 너희 수명으로는 적당한 길이지?"
"아닙니다. 하느님."
"왜? 너희도 줄여 달라는 말이냐?"
그러자 사람은 얼굴빛조차도 흙색으로 변하였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저희에게 수명 30년은 너무나 짧습니다."
하느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사람한테 물었습니다.
"얼마나 더 달라는 말이냐?"
"많을수록 좋지요. 과일나무를 심으면 과일도 따야 하고. 자식을 낳으면 시집 장가도 보내야 하고..."
"알았다. 알았어. 당나귀가 반납한 12년을 너희한테 주지."
그런데도 사람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하느님."
"그렇다면 개의 18년도 주마."
"조금 더 주실 수는 없습니까. 하느님."
"원 , 욕심도. 이제 남은 것이라곤 원숭이 수명에서 떼어낸 20년분이다. 이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자그마치 너희 수명은 80년이야."
이렇게 모은 80년이어서 사람의 수명 중 30년은 금방 지나갑니다. 원래의 몫이니까요.
그 뒤 12년은 당나귀의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갑니다.
그 다음 18년은 개의 것이어서 마냥 뛰어다녀야 하고 때로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지내는 처지입니다.
그 다음 20년은 원숭이의 것 아닙니까. 이때부터는 머리가 둔해져 바보짓을 저지르고 웃음거리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요.
참 맑고 좋은 생각
기숙사 사감이 학생들을 모아 놓고 물었다.
"한 방에 들어갔더니 거미줄이 있었어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학생들은 너도나도 나서서 그 방의 거주자를 매도했다.
"며칠 비워 둔 것이 분명합니다."
"거주자가 지저분하고 게으른 사람입니다."
"주의력이 형편없이 부족한 사람일 것입니다."
"거미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가 틀립없습니다."
오직 창가에 앉은 학생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방에는 신기하게도 거미가 살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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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언젠가 읽었던 책이다. 난 언제나 이렇다. 오늘도 그랬다. 하여간에 나란 사람은 잊고 또 잊어버리고 마는 그러한 좀 모자란 사람이다.
기억력이 너무 않좋아서 영어단어 외우기를 하고 있다. 오늘 세개를 외우면 내일 한 단어나 생각나면 다행이다. 그래도 열심히 외우기로 했다. 읽었던 책을 새카맣게 잊는것은 다반사다. 몇 페이지 읽다보면 생각나는 이야기들이다. 한심하지만 어찌하랴, 읽기를 거듭해서 마음청소를 하고 은은한 내가 되면 되는 것. 읽은책을 다시 읽어도 감동의 물결이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책속의 이야기들이 나를 순화시켜준다. 그것이면 된다.
그분은 가셨지만 글은 이렇듯 세상에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맑게 청소를 해주니 너무나 감사하다.
부정적인 생각이 많은 이들, 마음이 차갑게 굳어진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급격하게 기온이 하강하고 있다. 양말을 신고 버선을 신었음에도 발이 시려워지기 시작한다. 아주오랜 옛날 뜨겁던 아랫목이 그립기만 저녁이다.
겨울방학이면 아버지가 드시고 모아둔 병을 가지고 만화방에서 만화를 빌려와 읽던 생각이 떠오른다. 뜨겁던 아랫목에 발을 넣고 두툼한 이불을 덮고 벽에 기대어 읽고 읽으며 웃고 박장대소를 하거나 눈시울이 젖던 그 옛날 꿈 같던 일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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