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나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 중의 하나, 약간 서툰 사람, 약간 어눌한 그 사람의 목소리, 느릿느릿한 말투.
느림은 가끔 참 아늑하다.
'나무늘보'를 아세요? 굉장히 느린, 잠만 자는 동물인데....
그것이 이 생존경쟁의 지구에서 아직 멸종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글쎄요.... 너무 느리다 보니가 전혀 표적이 안되는 겁니다. 한구석에서 잠만 자니까요.... '나무들보'는 나무에서 자다가 떨어져 죽을지언정 사냥으로...음...음...사냥의 타겟이 되어 죽지는 않는다니가요.... 그의 목소리는 느릿느릿 벽을 타고 기어올랐다. 그 느림에 참을 수 없어 거의 감겨지던 나의 눈이 나도 모르게 반짝 떠졌다.... 우리도 그런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너무 똑똑하고 빠른, 성급하고 재빠른 사람들 사이에서 말입니다.
그날은 날씨도 마치 '나무늘보'처럼 적당히 흐리고 어두웠다.
나를 편안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 중의 하나, 너무 눈부시게 맑은 날 보다는 약간 어둡고 흐린날, 흐림은 간혹 다뜻하기조차 하다.
그러니까 눈부시게 맑은 날은 불안하다. 불안해서 조바심이 난다.
그런 날은, 내 뇌혈관의 실핏줄도 보일 듯하다. 늘 나를 혼수상태에 빠드릴 준비가 되어 있는 내 실핏줄들.... 햇빛이 반짝 거리며 쏟아지는 창틀을 보면 먼지들이 가득 모여 앉아 있는 것도 보이고...
일센티미터씩 어두워라. 일센티미터씩 서툴러라. 일센티미터씩 어눌하라. 일센티미터씩 촌스러워라. ...일 센티미터씩 느리게 가라.
너무 청아한 ,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보다는 '바흐'의 첼로를..., 아니, 가끔은 뽕짝 가요도 좋다. 그런 것을 들어라.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 중의 또 하나, 박물관-거기 엷은 조명 밑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흙그릇들, 옥목걸이들, 뼈바늘, 도는 청동숟가락들, 청동거울들, 조개 단추들....그것들 뒤에서 누군가 움짓거린다. 실루엣이 된다. 우리는 모두 실루엣이 된다. 다정한 사물의 배경이 되어 불빛 밑에 흐리게 흐른다.
편안함은 우리의 피를 결국 따뜻하게 흐르게 하리라. 편안함은 곧 따뜻함을 우리에게 선물하리라. 따뜻함은 결국 우리에게 꿈을 주리라. 꿈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별을 주리라. 하느님처럼, 너무 쓰다듬어 한쪽이 닳은 별이라도.
별이 가득 둘러서 있는 어둠의 창틀, 그 창틀을 통하여 우리는 보다 깊은 어둠의 심연을 들여다 보게 되리라. 생명스럽게 되리라. 결국 사랑하게 되리라.<좀 구겨진 옷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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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람보다 조금 모자라고 조금은 무언가 부족하고 조금은 빈듯하고 그런 조금 부족한 사람들이 나도 좋다. 나 또한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너무 똑똑하고 말끔하고 정확한 사람들을 보면 가까이 가고 싶지 않다.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마음만은 따뜻해서 옆에 있고 싶은 .. 조금은 느리게 살 줄도 알아서 계절이 흐르는 풍경을 바라 볼 줄도 아는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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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세상은 늘 경계해야 할 그 무엇일 뿐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감동은 하지만, 그렇게 정작 주어야 할 때가 오면 나의 열매를 줄 생각은 하지 못하는 나.... 도는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그 무엇을 주는 재주, 아니 성의 그런 것이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주어야 한다. 그것도 '호호호'웃으면서 주어야 한다.
또 한 해, 12월이 가는데 너는 과연 누구에게 무엇을 주엇는가. 할 말이 없다. 올해도 아무 것도 주지 못했다 나는 그저 손을 벌리기만 했다. 무엇인가 달라고 말이다. 그러니 어찌 열매가 달릴 것인가. 속깊이 아름다운, 다음 봄의 꽃을 안고 앉아 있을 열매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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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마음은 따뜻하고 크다. 자신에게는 넉넉하지 못하면서 남들에게 넉넉한 사람들이 있다. 참 좋은 사람들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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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힘을 키워라. 없는 곳에서 있는 것을, 아니 있을 것을, 아니 있어야 할 것을, 아니 네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꿈꾸어라. 다산이 나무가 없는 곳에서 나무의 꿈을 키웠듯이, 배추나 아욱. 무가 없는 곳에서 그것들의 살찐 푸른 잎을, 미근한 줄기, 탐스러운 뿌리를 꿈꾸었듯이.
모든 것이 잘 준비되어 있는 곳에선 미래가 잘 열리지 않는 법이다. 왜? 상상의 힘이 필요없으므로. 너의 상상의 날개는 너의 성취욕이 되어 너의 꿈을 이루게 할 것이다. 멀리 있는 것을 '멀리 있으므로 가까이 있는것'으로 만들 것이다 . 멀리서 바라보아라.
결코 닿지 않는 그 곳에 네가 바라는 아름다움이 있다. 아름다움에의 욕망은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채소밭을 가꾸는 요령'으로 너의 그 아름다움의 밭을 가꾸어라. 결코 닿지 않는 그 아름다움에의 그리움을 그리워하면서....
지금 너는 그저 캄캄한 어둠 속에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둠을, 속에 빛을 품고 있는 단단한, 광대무변한 어둠으로 만들어라.
<어둠 속에는/내가 처음 보는게 있어요/흑보석처럼 반짝이는/빛/새벽 종 소리/누가 웃는지 그 뒤 켠에서/자꾸 웃어요//.....//어둠은 참 /커다란 우물이에요/두레박줄을 푸니/한없이 한없이/풀려들어가요//두레박을 꺼내요/아, 아침이 담겨 오네요/대낮도 담겨 오네요....>
부재요 부재의 힘이여
결핍이여, 결핍의 힘이여
부재의 힘에게 너의 전 신경다발을 바쳐라.
결핍의 힘에게 너의 전 신경다발이 모든 잠 속에서 어깨동무하고 일어서게 하여라.
그리하여 부재와 결핍 속에 너만의 꿈꾸는 나라를 세워라.
<부내열 . 결핍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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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나래를 펴며 결핍된 모든 것 속에서 꿈을 키워야 하리.
오늘은 춥고 내일도 어쩌면 더 추울지도 몰라
그러나 사지멀쩡하게 거리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임은 알지
사소하고 지극한 평범을 크게 기뻐해야하지
언젠가 지금을 무척 그리워 하게 될거야
..
무한한 꿈의 세계를 그리며 오늘도 웃음을 머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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