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숨어사는 즐거움/허균/김원우 엮음/솔출판사

다림영 2010. 12. 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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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이다. 손때가 전혀 묻지 않았다.

옛선비들의 그 마음처럼 깨끗하기만 했다.

내가 읽어야 할 책 같았다.

 

 

본문 중에서

 

진나라 손초孫楚가 젊어서 은거하려고 하여 무자武子王濟에게 "돌을 베개 삼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리라"라고 해야 할 말을 그릇 말하기를,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으리라"라고 하였다. 그러자 왕제가 물었다. "물을 베개로 삼을 수 있으며, 돌로 양치질할 수 있겠는가?" 이에 손초가 말하였다.

"물로 베개 삼는다는 말은 귀를 씻고자 함이요,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말은 이를 닦고자 함이다."-세설신어世設信語>

 

곽단郭彖이 말하였다. "유劉선생이라는 사람이 형산 자개봉 아래에서 현懸의 저자를 사이에 두고 살았다. 그는 끼니때마다 걸실하였으며, 돈을 얻으면 술을 사 마시고 취하여 돌아갔다가 낮이면 다시 나타나곤 하였다. 그러던 중 어떤 부유한 사람이 그에게 도포 한 벌을 주니 유선생은 기뻐하며 사례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며칠 뒤에 다시 그를 만나보니 여전히 전에 입던 베옷을 입고는 말하기를,'나에게 자네가 누를 끼쳤네. 내가 그전에는 암자를 나오면 아무데서나 빌어먹을 곳이 있고 잠자리에 들어도 문을 잠그지 않았는데, 도포를 얻은 뒤로부터는 그것을 입지 않고 나가면 마음이 항상 거기에 매여 편치 않았네.

 

그리하여 자물쇠를 한 개 사서 나갈 때면 방문을 잠그고, 혹 도포를 입고 나갔다가 밤에 돌아와서는 방문을 굳게 잠가 도둑을 방비하였네. 이처럼 며칠 동안을 악착같이 하다보니 내 스스로 마음이 편치 못하였는데, 오늘 우연히 도포를 입고 저자에 나갔다가 갑자기 이 도포 한 벌 때문에 마음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이야말로 크게 웃을 일이네. 마침 앞에 지나가는 한 사람을 만났기에 벗어서 그에게 주었더니 내 마음이 비로소 편하였네. 자네가 나에게 누를 끼쳤네'라고 하였다."<문기유림>

 

다음의 글은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없는데, 그 글의 내용은 이러하다.

"술은 적게 마시고 죽은 많이 먹으며, 채소는 많이 먹고 고기는 적게 먹는다. 입은 적게 열고 눈은 자주 감으며, 머리는 자주 빗고 목욕은 적게 한다. 떼지어 있기는 적게하고 혼자 자기를 많이하며, 서적은 많이 수집하고 금옥은 적게 모은다. 명성은 적게 취하고 굴욕은 많이 참으며, 착한 일은 많이 하고 녹봉은 적게 구한다. 편리하다고 다시 가지 말라. 좋은 일도 없음만 못한 법이다."<공여일록>

 

자가자子家子가 말하였다.

"가장 즐거운 것은 독서만한 것이 없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을 가르치는 일만한 것이 없고, 가장 부유한 것은 지붕을 기와로 이는 일만한 것이 엇ㅂ고, 가장 곤궁한 것은 논밭을 파는 일만한 것이 없다."<공여일록>

 

북송北宋의 호안국胡安國이 많은 제자 가운데 양훈楊訓에게 말하였다. "사람의 일이 일마다 만족스럽게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약간 부족한 것이 좋은 것이다. 만약 사람의 일이 일마다 모두 만족스럽게 되면 곧바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이것은 쇠함과 성함의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공여일록>

 

문을 닫고 불경을 읽는일, 문을 열고 가객을 접대하는 일, 문을 나가 산수를 찾는일, 이 세 가지는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소창청기>

 

장무진張無盡의 석복惜福의 설設에 이렇게 말하였다. "일은 완벽하게 끝을 보려 하지 말고, 세력은 끝까지 의지하지 말고, 말은 끝까지 다 하지 말고, 복은 끝까지 다 향유하지 말라."<공여일록>

 

일이란 마음에 만족스러울 때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생의 적막함을 면할 뿐만 아니라 조화를 능히 부리게 된다. 또 말은 만족할 때 멈춰야 한다. 그렇게 해야 평생 과오가 적을 뿐 아니라 묘미가 무궁함을 깨닫게 된다<소창청기>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고, 시내는 흐르고 돌은 서 있고, 꽃은 새를 맞아 웃고, 골자기는 초부樵夫의 노래에 메아리치니, 온갖 자연 정경은 스스로 고요한데, 사람의 마음은 스스로 소란하다.<소창청기>

 

송의 장횡거張橫渠는 이렇게 말하였다."책은 이 마음을 지켜준다. 잠시라도 그것을 놓으면 덕성이 풀어진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항상 있고, 책을 읽지 않으면 의리를 보아도 끝내 보이지 않는다."<장자전서長子全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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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어야 문구들이다.

법정스님의 글에 있던 이야기도 생각난다. 누군가에게 난을 선물받고 그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의 사는이치는 같을 것이다. 마음을 맑게 하는데 게을리 말아야 하리라.

오늘도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깊고 맑은 내가 되었기를 바래보며 거듭 뒤적여 본다.

세상속에 있지만 세상을 멀리 보며 환할 수 있게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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