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문심혜두<文心慧竇>

다림영 2010. 12. 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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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 3

정민의 世設新語

 

다산茶山은 어린이 교육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특히 '천자문'과 '사략'같은 책을 동몽童夢을 위한 학습 교재로 쓰는 것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천자문'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 계통적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책이 아니다. 천지天地를 가르쳤으면 일월日月과 성신星辰,산천山川과 구릉丘陵을 익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대뜸 현황玄黃으로 넘어간다. 현황을 배웠으면 청적靑赤과 흑백黑白,홍자紅紫와 치록緇綠의 색채어를 마저 익혀야 옳다. 하지만 다시 우주宇宙로 건너뛴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이들의 오성悟性을 열어줄 수 없다. 또 현황玄黃을 가르치고, 조수鳥獸를 배운 후, 비주飛走를 익히고 나서, '황조우비黃鳥于飛',즉 노란 새가 난다는 구절을 가르치면 아이들은 문장의 구성 원리를 저절로 터득한다.

단계와 계통을 밟아 가르쳐야 문심혜두文心慧竇가 열려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고 말했다.

 

'사략'을 평한 글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방법은 그 지식을 열어주는 데 달렸다. 지식이 미치면 한 글자 한 구절도 모두 문심혜두의 열쇠가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지식이 미치지 못하면 다섯 수레의 책을 기울여 만 권을 독파한다 해도 읽지 않은 것과 같다."역사책도 합리적 사고가 가능한 내용이라야지 황당한 신화 전설부터 가르치면 아이들이 어리둥절해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만다고 보았다.

 

다산은 반복해서 문심해두文心慧竇를 강조했다. 문심은 글자 속에 깃든 뜻과 정신이다. 혜두는 '슬기구멍'이다. 문심을 알고 혜두가 열려야 공부 머리가 깬다. 문심혜두를 열어주는 것이 어린이 교육의 가장 큰 목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다산은 촉류방통觸類通의 방법을 제시했다.

 

 

비슷한 부류끼리 접촉하여 곁가지로 지식을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계통을 갖춰 정보를 집적해 나가면 세계를 인지하고 사물을 이해하는 안목이 단계적으로 열린다. 주입식으로 암기만 시키면 아이들은 금방 싫증을 내며 공부를 멀리한다. 슬기 구멍이 열리기는 커녕 꽉 닫혀 버린다. 하나를 배워 열로 증폭되는 공부를 해야지, 열을 가르쳐 한둘을 건지는 공부를 시키면 안된다. 무작정 학원 많이 보낸다고 문심혜두가 열리는 법은 없다.

 

-한양대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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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어미가 되어 이제서야 눈을 뜨고 있다.

둘째가 아주 어릴 때이다.

아파트의 교육에 불타오르는 젊은엄마들의 사이에 끼어서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수학을 가르키던 생각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아인 수학과는 영 무언가가 맞지 않는 아이였는데<지금와서 보니>

주야장창 숫자를 헤아리고 더하기 빼기 곱하기를 가르쳤다.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녀석은  음악을 듣고 그대로 피아노로 옮겨 치는 능력이 어느날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음악을 전공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열일곱살 아이가 나보다 한 수 위다.

제 인내력을  감지했나보다.

직업으로 하는 것과 취미는 다르단다. 그러면서 피아노 앞에 앉아 신이 나도록 흥에 겨워한다.

참으로 아쉬운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때 아이에게 음악교육에 조금 치중했더라면...

그냥 재밌게 놀수 있는 그런 교육에 발을 들여 놓았더라면...

..

엄마의 능력으로 아이의 인생길이 바뀔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끌고가는 일은 나는 하지 못한다.

제 앞길은 제가 헤쳐나가야 하리라.

힘도 딸리고 돈도 없고 모든 것이 내겐 너무 벅차다.

내 마음다스리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생의 길잡이가 되어야 할 터인데...

저희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행복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무언가 깨닫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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