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여자친구가 생겨버린 둘째 때문에...

다림영 2010. 11. 18. 21:20
728x90
반응형

 

둘째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겨버렸다.

녀석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고 내년이면 3학년이 된다.

심장 내려앉는 소리가 쿵 하고 들렸다.

사실 정말 그랬다.

착하고  조용한 녀석인데 어찌된 일인가 싶었다.

 

막내가 전해준 얘기인 즉은

휴일에 둘째의 친구들이 여섯명이나 집에 놀러왔는데 그중 1년 후배인

동아리모임 여학생이 다른친구들 앞에서, 우리집 둘째가

자신의 이상형이라면서 찍었다고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

여성상위시대....아들만 있는 나는  요즘 여자아이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고녀석은 밤 늦은 시간에 우리집 둘째에게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늦은시간 학교에서 돌아와 할 일이 많은 아이를 가만 놓아주지 않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메시지를 살펴보다가 둘째는 선생님께 핸드폰도 빼앗긴 상태가 되어버렸고,

그후 12시가 다 되어서도 우리집 막내의 전화를 울리는 통에 나는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학생의 본분을 잊고  학교 규칙을 잊고  삶의 기본 질서와 도덕을 잊는 행동을 한다면

무기한 핸드폰의 정지와 나아가서는 해병대훈련 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엄마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이어질시 지원하는 모든 것을 끊겠다고 통고했다.

사실 이것은 엄포가 아니라 정말 실행할 나의 결심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녀석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간신히 견디는 현실에서 모든 것을 자식 위주로 살고 있는데 본분을 잃고 기본을 저버린 녀석에게

나를 잃어가며 올인하는 것은 결국 내 미래에 빨간 불이 켜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수능전날이어서 수업이 일찍 끝났다.

또 둘째의 친구들이 집으로 몰려왔고 난리를 쳤다.

<각종 요리와 빵을 만든다는>

친구중에 바리스타가 되려는 녀석도 있고 또 제빵학원에 다니는 녀석도 있다.

 

집으로 와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눈다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어디있을까 싶기도 하고

녀석들이 기특하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 pc방을 전전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 괜찮은 일이긴 하지만

나는 너무나 염려가 되었다. 그 여학생 때문에...

 

막내녀석의 말에 의하면 내가 정성들여 만들어 형제 먹으라고 놓아둔 간식을 여자친구가

맛있다고 하니 저는 한입도 먹지 않고 모두 주었고

오늘은 또 집으로 놀러와 라면을 끓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시험이 멀지 않았는데 말이다.

..

 

 

문제는 이제 내년이면 고삼인데 그렇지 않아도 이것저것 마음을 많이 빼앗겨 도무지 공부에 몰입을

못하고 있는데 물가에 내놓은 3살짜리 아이 같기만 하다.

저는 잘 하겠다고 걱정말라고 하지만 부모된 입장에서는 마냥 불안하기만 한 것이다.

 

작년에 친구에게 딸에 대한 걱정을 들었다.

고삼인데 남자친구를 사귀는 딸 때문에 속을 썩고 있다는 얘기였는데

그 딸의 똑똑함을 익히 알기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막상 내 얘기가 되고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입을 헤벌쭉 벌리고 다니는 녀석의 요즘... 엄마의 이 속을 짐작이나 할런지 모르겠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십분의 일이라도 자식은 부모를 돌아볼까 싶다.

나또한 나 살기 급급해서 따뜻한 마음 한 번 담아 전한 일 없는 자식이면서 내 자식에게 무엇을 원할까도 싶다.

그러나 아직 성숙하지 못한 나이에 여자친구와의 교제때문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한 것이다.

죽을때까지 자식걱정하다 가는 것이 부모라고 한다.

가끔 들리시는 어른들을 말씀을 들어보면 모든 것은 억지로 안되고 다 제 그릇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공부를 잘한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라는 말씀을 전해주신다.

낯선길에서 방황하며 제 길도 놓치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잠못 이루는 밤이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향기가 있는 친구들  (0) 2010.12.10
우울하면 빵을 굽는다  (0) 2010.11.23
짬뽕 한그릇  (0) 2010.11.17
또 다른 가을의 향기 속에서   (0) 2010.11.15
아, 노인이여   (0) 201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