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우울하면 빵을 굽는다

다림영 2010. 11. 2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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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면  빵을 굽는다.

빵을 굽는데는 긴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발효시간을 제대로 지켜야 먹기에도 아주 그만인 감촉을 느낄수 있다.

 

아마도 지금의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은 그러한 긴 시간일지 모른다.

각별한 기쁨을 가져다 주게 하는 그런 발효의시간.

참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

오늘도 그렇게 저녁이 되고 밤이 깊어간다.

 

콩을 많이 넣었더니 막내가 중얼거린다.

아직 콩맛을 알 나이가 아니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엄마는 콩이 몸에 좋은 이유와

어릴 때부터 입맛을 길들여야 함을 웃으며 이야기 한다.

 

 

 

"그래도.." 라고 말을 잇지만 만드는 사람은 엄마다.

엄마는 속으로 단호하게 혼자 얘기한다.

"넌 검은콩을 아주 많이 먹어야 해, 그 맛에 길이 들어야 한다구..."

녀석의 오늘 간식은 충분히 구수하고 괜찮았을 것이다.

궁금해서 전화를 했더니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누런 우리나라 통밀가루를 체에 내리고

소금은 설탕보다 조금 더 넣었다. <흑설탕 커피스푼으로 한스푼 반 >

검은콩과 현미쌀을 불려 살짝 삶아 넣고

우유와 계란흰자만 넣어보았다.

참 양파도 잘 다져서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 넣고

치즈도 반죽할때 함께 넣었다.

 

 

무거운 일상들이 귀신같이 사라져버렸다.

오직 빵맛만을 생각하며 반죽을 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것이다'

 

빵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순간은 어쩌면 도를 닦는 순간이다.

복잡하고 구겨졌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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