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편지

이렇게 면목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다림영 2010. 2. 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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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면목이 서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뒤늦게 어떤 놈 하나 들어가 물을 있는대로 흐렸군요.
정말 미안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도무지 집에만 앉아 있을 수 없다고 해서 어제 처음 남편이 가게에 나왔는데..
이 시골까지 두분이 오시고 또....
고개를 들수가 없군요.
저마다 쉽지 않은 시절인데 부담을 드리고 말았습니다.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받아도 되는 것인지 아직도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남편좀 보십시요. 술을 운운하다니... 
그 사람이 원래 그렇습니다. 
이해바랍니다.

제가 가장 제일로 여기는 것은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과 '건강'이 유지되는것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특별한 기쁨을  찾지 않으며, 나쁜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대의 행복이라 여기고, 그저 그렇지만 그 사소함의  흐름이 지속되는 것이 제 일생일대의 과업이기도 합니다. 많은 식구를<8명> 거느린 탓에 바람잘날 없지만 말입니다. 


자신이 겪지 않고서는 쉽게 변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일 것입니다.
이제서야 가게에 나와 손님을 맞기도 하고 서울 일을 보기도 하는 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너무나 귀하고 행복했던 것임을 새삼 깨닫고 깨닫는 그 사람 입니다. 

우리몸 가운데 오른 손 만큼 귀한 것이 어디 있을 까 싶습니다.
밥을 먹는 것조차, 옷을 입는 것또한, 전화를 하기에도, 그 어떤 것에도....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 
정말 끔찍하지요...그만하기 천만다행 입니다.



만약에..
만약 조금 더 나이가 들어 그런 상황이 된다면  하고 생각해 봅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노인인구가 늘면서 새삼스럽게 미래의 일들을 종종 그려보곤 합니다. 우리의 내일은  수많은 오늘들이 쌓여서 찾아오는 것입니다.

건강해도 수월하지 않은 노년기 일 것입니다.
한 사람의 미래는 그가 사는 오늘의 모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기도 할 것입니다.

.....
우리는 오늘을 얼마나 잘 살아야 하는 것인지요?
긍정적인 사고로 모든 것을 대하며, 행동조심하고, 소식을 생활화 하며  야채를 가까이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자극적인것 되도록 피하고 그리고 술과  담배....



이일 저일로 술을 드시다가 회사에서 식사도중  그자리에서 피를 쏟고 하늘로 가버린  중년상사의 얼굴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술 즐기고 담배를 각별한 친구처럼 사랑하던 한 동창이 몸의 반쪽을  못쓰게 되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위축이 되어 친구조차 만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어찌보면 참 젊은 나이일 것입니다. 안타까운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친구중엔 벌써 그런저런  사유로 6명이나 세상을 등지게 되었습니다.

즐거움에 길들여져 거듭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일, 가까운 곳에서 전해 듣곤 합니다. 저마다 남의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삶의 이치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뿌린대로 거두는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삼천포로 빠진 것일지요?.... 


제 남자 하나 단속 못하면서 주변의 중년 남자들을보면서 종종 혀를 찹니다.

이곳 남편의 건강한 친구분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는 지금껏 살아왔던 날들에 비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또한 순간을 잃지 않으며 즐겁게도 살아야 하니 우리의 과제는 많기도 하군요.
평범한 날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옛 친구들과 오랫동안 환한 모습으로 동석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 일지도 모릅니다. 

..

아, 두서없이 길어지는 군요.  이만 맺어야 하겠습니다.


작은 사고로 어디에서도 깨우칠 수 없던 귀한 가르침을 얻는 나날입니다.
친구분들께 거듭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
정말 미안합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사소한 행복이 이어지는 눈부신 순간들이길 기원합니다.

 

<남편의 고교동창 산악회 페이지에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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