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지나갑니다.비가 내리나 봅니다.
길건너 새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몇날 며칠 인테리어에 정신없는 나날이었는데 이제 드디어 가게 오픈을 하려나 봅니다. 환한 불빛 속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앞으로 어쩌다 한번 나도 저 따뜻해 보이는 가게 문을 밀 것 같아 작은 흥분이 일어납니다.
가게의 등은 모두 백열전등빛입니다. 적당한 붉은 빛은 은은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군요. 종일 마주 하고 있는 나에게는 어떠한 온기를 전해줍니다.
내일은 그 가게가 첫 문을 열게 됩니다. 나도 기도를 합니다. 나와 함께 종일 마주보며 언제까지 그 따뜻함 속에 분주한 사람들의 걸음이 오고 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아직 5시가 되지 않았군요. 오후 5시 넘어 하는 커피는 잠을 못이루게 합니다. 지금 커피한잔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와인반잔을 해야 하는 편이 났겠군요. 오늘은 나의 각별한 날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쓸쓸할 수가 없어서... 후후...
컴컴했던 나의 가게 앞에 환한 불빛이 종일 비추고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음악 '사랑의 인사' 가 흐릅니다.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곡이었는데 오랜만의 만남이어서인지 새로운 느낍입니다. 참 좋군요...
음악에 빠져 매일 피아노 연습을 꼬박 두시간씩 해대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열을 품던 내 마음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무지 알길 이 없습니다. 이제 악보를 보면 헤메다가 그냥 손을 놓아버립니다. 어릴때 그렇게 하고 싶던 피아노였는데.. ..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한껏 사랑해야 하는 것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버려두고 있다니 나란 사람 참 이해하기 싫어지는 군요.
처음 피아노를 샀을때 그 기쁨을 모두 어디다 버렸을까요....
"바다는 풍랑으로 휩싸여 그 겉모습이 무척 거친듯 보이나 바다 깊은 곳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요함이 존재한다.... "
엊그제 전철 계단위에 붙여있던 귀한 말씀이었는데 똑같지는 않으나 아마도 이런 뜻이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듯 세상의 풍랑속에 거칠고 도무지 겉잡을 수 없는 것 같아도 우리의 내면엔 깊은 바닷속 같은 고요함을 품고 있다는....
전철에 오르며 고개를 끄덕였더랬습니다. 내안에는 나도 모르는 그런 고요함이 있을 것입니다. 온통 거친파도에 시달리는 몸이지만 마음 깊은 내면에는 평화가 깃든 고요함이 존재할 것이니...
귀한 말씀에 가만히 젖어드니 미소가 번집니다. 늦은 밤 퇴근길에서 큰 글귀를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잊고 힘들어 할 순간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어느새 저녁이 몰려오고 이광조의 '나들이'가 흐르는 군요.
이번 휴일엔 훌훌 털고 집을 나서야 하겠습니다.
먼 곳은 가지 못해도 아득한 길을 찾아 반나절 정도 걸어보렵니다.
내안의 깊은 고요를 만나볼 수 있겠지요..
지난날 고요하지 못했던 내 행동들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후회의 물결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생이 왕복코스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시 돌아가 모든 것을 지우고 순정의 마음으로만 모든 것을 접하게 된다면....
이젠 자책을 삼가하고 악수를 하려고 합니다. 용서를 하려고 합니다. 긴 시간 살아왔지만 아직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득하군요. 씩씩하게 아프지 않으며 걸어가려면 나를 사랑하며 아이처럼 다독거려야 할 것입니다. 가끔 과자도 사주고 초콜렛도 건네주며 좁고 보이지 않는 먼 길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웃어주어야 하겠지요.
비가 내리니 쓸데없이 말이 길어집니다.
줄여야 하겠지요. 어둠이 찾아오니 그저 마음열고 마냥 얘길 하고 싶어집니다.
내내 환한 날들 이어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다 읽어주셨군요..
그럼 이만 ...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