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편지

눈부신 4월입니다

다림영 2010. 4. 2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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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4월입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습니다. 어느새 4월이라니요..아니 5월로 향하고 습니다.

봄날씨가 춥기만 해서 꽃이나 볼 수 있을까 걱정했었드랬습니다. 하지만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이렇듯 환한 풍경을 열어 주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어떤일이 있어도 자연은 그렇게 순응하는 것을요...

 

 

매일아침 아이들을 서둘러 보내고  벚나무 길을 거닐다 오곤 합니다. 뜨거운 커피한잔과 마음이 따뜻한 친구와 함께 한다면 한편의 그림이 따로 없겠습니다만 혼자 걸어도 벅차오르는 나날들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인지 눈처럼 날리는 꽃을 맞으며 걸었습니다.마치 영화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장면 같았습니다.  

 

 

그러나 꽃만보며 즐거워 할 수가 없군요. 세상이 온통 안타까운 젊은죽음으로 가슴시린 날들이어서 말입니다. 모쪼록 빨리 시신이라도 모두 찾아 부모님과 가족들의 눈물을 거두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헌신이 있어 우리의 날들이 이렇듯  평화스러울 수가 있었던 것인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나라는 그들을 위해 각별한 조취를 취하고 하늘에서나마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집을 나서며 꽃길을 들어설때 장애우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여러명 있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아주 조그만 아가처럼 그 얼굴은 맑기만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얼굴이 해맑을수가 있는 것인지 알길이 없습니다.  천사의 얼굴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아이들의 환하기만 한 얼굴을 보면서 나는 왜 웃지못하는 것인지  걸으면서 내내 반성했습니다.

 

 

종일을 기다려도 손님의 방문은 없습니다. 그러나 무거운 기분을 털어내야 환한 모습의 내가 될 수 있겠지요.  거울을 보며 '김치' 하고 웃어봅니다.  불안하고 부족하지만 그럭저럭 살고 있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으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행복은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일 것입니다.

 

 

 요즘은 건강에 관한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게 되는 군요.. 병은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군요. 매일 먹는 식습관이 병을 불러오는 것이라는군요.

내일은 콩도 삶아서 갈고  야채도 골고루 준비해서 아이들의 영양아침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나 또한  건강식단을 더욱 잘 지키며 가벼운 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어제 피천득선생님의 시를 읽었습니다. 시집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창 밖운 오월인데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美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아 시인께서는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이라 하셨습니다.

그런데 미적분을 풀다니요, 그저 일상에 묻혀 밖을 보지 못하다니요...

다가올 5월의 시입니다만 이렇게 각별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 혼을 다해 기뻐하며 채워나가야 하겠습니다.

 

눈부신 4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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