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깊은 겨울입니다. 세월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멀리와 버렸습니다.
오늘 막내녀석 학교에 바래다 주면서 징검다리를 건넜드랬습니다. 그런데 무서워서 혼이 났습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벌벌떨며 간신히 냇물을 건넜습니다.
냇물은 온통 얼었붙었는데 군데군데 물이 흐르는 모습도 보였고 징검다리는 물이 넘쳤었는지 완전히 얼음판이었습니다. 개구장이 녀석이 좋은 길을 놓아두고 꼭 그길로 가야한다기에 따라나섰다가 혼이 난 것입니다.
녀석이 신이 났습니다. 엄마가 무서워 하는 것을 처음보았다며 큰 남자처럼 제 손을 꼭잡고 보호했으니 말입니다.
후- 십년감수했습니다. 짜식..한번만 더 그곳으로 가자고 했단봐라..하고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집에돌아올때 또 녀석이 그리로 건너오면서 장난을 칠까 염려스럽습니다. 신신당부를 했지만 아이들이란 때마다 장난기까 발동하니 말입니다.
조지윈스턴의 음악을 모처럼 듣습니다. 겨울이면 늘 듣고는 했는데 요즘들어 처음이었습니다. 얼마나 투명하게 가슴속에 메아리지는지 아무래도 오늘은 종일 들을 것 같습니다.
창가로 겨울햇살이 부서져내립니다. 얼마나 눈이 부신지 눈을 감고 가만히 창에 기대어 서 있는데 따뜻한 아랫목에 있는것처럼 온몸이 따사롭기만 합니다.
지나는 행인도 없고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도 도무지 없고 찬바람만 문틈으로 들어오고 사람들의 즐거운 주말이란 사실이 나를 쓸쓸하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나를 위한 이벤트를 베풀고 싶습니다.
....
와인 한병을 선물하려고요. 후후 ..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큰 마트에 가야 싸게 살수 있는데 조금일찍 문을 닫고 나서야 하겠습니다.
내게 선물할 와인을 생각하니 쓸쓸하려던 마음이 온데간데 없고 벌써부터 와인의 각별한 맛이 입안에 감도는 듯 합니다. 그리고 또하나 있습니다. 손광성선생님의 수필집도 주문해야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 헛헛하던 마음이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주말엔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는지요? 이렇게 옛날처럼 꽁꽁얼어붙은 날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어제는 신경숙님의 산문을 잠깐 들추면서 이런저런 향기에 대해서 생각했드랬습니다.
순한 향기...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워지는 아릿한 어떤....
그런 향기를 지닌 이가 되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아이처럼 단단한 표정으로...
참 순하고 온돌같고 햇살같은...
후- 날이 너무 추우니 전화벨조차 울리지 않는군요.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입니다. 자꾸만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조수처럼 밀려옵니다.
눈이라도 내리면 눈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그냥 마음이 온통 하얘질텐데...
..
참 가게앞에 새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넓고 긴 2층짜리 건물인데 굉장한 것이 들어오나 봅니다. 몇며칠 인테리어공사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루 빨리 가게앞이 환해지면 정말 좋겠습니다. 1월이나 되어야 모든것이 마무리가 된다고 합니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조금더 사람들의 발길이 닿아지기를 기도하면서...
참 그러면 내 가게가 너무 초라해보이지는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닝이라도 분위기 있는 커피색으로 바꾸어야 하는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신년1월1일엔 해맞이 등산을 할까 계획중입니다. 떠오르는 뜨거운 2010년 찬란한 만남으로 청춘의마음을 잊지 않으며 시작하려 합니다. 언제나 보람된 생활속에 꽉찬 오늘이리라 믿습니다. 익명이 되고만 우리의 순한 향기가 때로 찾아들어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기도합니다.
두서없이 길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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