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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많이 받으세요'

다림영 2009. 10. 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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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게에  장애우가 두명이나 다녀가고 스님 한 분이  들리셨다.

그중 한 분이 내게 "복 많이 받으세요.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 하는 참 좋은 인사를 하며 사라졌다.  가게의 매출이 전혀 없어 전전긍긍하는 날임에도 나는 그들에게 천원 한장이라도 건네거나 몇천원짜리 물건을 사게 되는데 이것은 내게 있어 굉장한 출혈이어서 사실 삼가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니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황은 나와 비교할 수 없는 아득한 처지에 있음을 알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내 주변의 가게주인들은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 버릇을 들인다고 때마다 한마디씩한다. 좋은 것만 사고 좋은 것만 입는 부자인 그들은 다만 천원 한 장을 절대로  내어주질 않으며 나를 나무라는 것이다.

 

 

제사때마다 명절 때마다 친지들은 우리집 문을 나서며 한마디씩 하시는 말씀이 있다."자네 정말 복 많이 받을거야" 였다.

맏이도 아닌 셋째가 결혼하여 이제까지 부모님을 모시고 명절때나 제사때나 모든 것을 도맡아서 하게되니 하시는 말씀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왜 그렇게 그 말이 듣기 싫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좋은 말은 자유롭고 싶은 나에게  시부모와 모든 일들과 함께  꽁꽁 묶어 놓는 것만 같았고 그들이 가고 나면 마음엔 온통 가시가 돋아서 혼자 화를 삭히곤 했다.

 

 

세월은 급류처럼 흘러 쉰줄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형제들이 나몰라라 하는 태도는 갈수록 더해 간다. 이웃보다도 못한 형제라는 말씀이 참말로 와닿는 시절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나는 매정한 형제들에게 특별한 마음이 들지 않게 되었다.  그저 내 일이거니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순한처녀처럼 돌아섰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도 운명이고 느닷없이 아주버님이 우리집에 머물게 된것도 내 운명이려니 하고 만다.

 

 

친구들에게 얘기하면 바보같이 그렇게 사느냐고도 하지만 아무런 '화' 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고 사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달랑 제가족끼리만 사는 이들과는 조금은 신경이  더 쓰이고 불편하고 자유롭지 못하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젊었을때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 이제서야 보인다. 가족이 많으니 집에는 온기가 돌고 아이들은 많은 식구들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모습일지를 스스로 알아간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요즘들어 더 많이 눈에 띄고 그러한 사람들의 얘기를 전해 듣기도 한다.  험난한 세상의 한가운데에 나는 그래도 이나마 유지하며 살고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작은 마음씀으로 복을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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