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 운동길이었다.
엊그제 어느 텔레비젼 프로그램에서 배운 '제대로 걷기'를 열심히 실행하고 있었다.
고개를 반듯하게 세우고 가슴은 약간 내밀고 발은 똑 바르게 적당한 보폭으로 조금은 빠른듯이 앞으로 내딛는....
강사의 멋졌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동안 팔자걸음으로 빠르게 걸었을 내 모습을 지워가며 걷고 있었다.
벤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노부부가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한 바퀴를 돌고 다시 그들의 앞을 지나는데 이야기를 멈추고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이다. 어느만큼 가서는 나보다 족히 십년은 나이가 들었을 여자들이 또 다른 벤취에 앉아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이야기 하다가 모두 내게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을 지나면서 옳거니 내가 걷는 모습이 괜찮았나보다. 머리도 질끈 묶었겠다, 코앞에서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니 그런데로 죽은깨며 주름은 보이지 않았으렸다. ..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그들에게서 나는 젊은이의 당당한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아 저만큼만 나이를 먹었어도, 딱 저만한 나이였으면'...
그들의 시선에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나도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때 지금의 내 나이만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분명 그럴 것이다.
'아, 딱 저 만큼만 젊었어도....'
세월은 무섭도록 빠르게 흐르고 있다. 쉰이란 나이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는데 어느새 코앞에 와 있다. 그러나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젊고 청춘인 것이다.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었던 것인가. 순간마다 세상의 파도에 시달려서 풀이 있는대로 죽어 있었다.
친정 어머니께서 언젠가 내게 던진 각별한 말씀이 떠오른다. "젊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가난한 젊음과 부유한 노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가난한 젊음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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