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글쓰기의 공중부양/이 외수

다림영 2009. 4. 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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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무엇인가

 

글이란 쌀이다. 썰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쌀은 주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은 육신의 쌀이 아니라 정신의 쌀이다. 그것으로 떡을 빚어서 독자들을 배부르게 만들거나 술을 빚어서 독자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이외수의 문장백신

 

증세

완성된 글을 읽어보니 도처에 어색한 표현들이 눈에 뜨인다.

처방

글에도 기혈의 순환이 있다. 기혈의 순환이 순조롭지 않으면 글도 중병에 걸려서 생명을 잃게 된다. 욕심과 가식과 허영은 기혈의 순환을 방해한다. 진실에 입각해서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완치되지 않는다.

 

증세

아무리 보아도 문장이 어색하다.

처방

한 문장안에 두 가지 이상의 수식어를 쓰지 않았는가. 섣불리 수사법을 남발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수식어를 제하거나 수사법을 제거해 보라. 특히 수사법을 쓸 때는 적절한 단어에 적절한 속성을 부합시켰는가를 확인해 보라.

 

 

증세

위의 방법을  다 써보아도 여전히 문장이 어색하다.

처방

과감하게 전문장을 삭제해 버려라.

 

 

 

증세

문장이 어느 한 부분에서 중단된 채 진전되지 않는다.

처방

거기서 지문을 중단하고 내용을 연결시키는 대사를 삽입해 보라. 또는 거기서 한 단락을 끝내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라.

 

 

증세

글만 쓰면 급격히 피로감이 엄습한다.

처방

휴식과 명상을 취한 다음 재도전하라.

 

 

증세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글이 무미건조하다.

처방

열심히 사랑을 하고 열심히 연애편지를 써라.

 

 

 

사색의 출발

-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기를 소망하지 말라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마음속에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가정해 보라.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가. 그것은 일견 근엄해 보이기는 하지만 자비롭지는 않다. 높을 수록 기후도 불안정해서 끊임없이 거센 바람이 넘나들거나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그래서 풀 한포기도 자라지 않는다. 풀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산은 사실상 산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버린 산이다. 그것은  한낱 거대한 바위 덩어리에 불과하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무작정 부러워 할 일이 아니다.

산이 진실로 아름다운 산으로 존재하려면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는 어림도 없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고 수많은 풍상을 겪어야 한다. 견고한 바위 덩어리로서의 실체와 속성을 버리고 수만년 동안 갈라지고 바스라져서 부드러운 흙의 실체와 속성을 얻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수많은 생명체들을 키울 수 있다.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아픔을 발효시키고 지혜를 숙성시킨다. 산도 나이를 먹어야 생명체들과 조화하는 성정을 가지게 된다.

 

산이 생명체들을 키우기 위해 헐었던 살과 뼈들은 모두 흙이 되어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낮은 곳으로 흘러가서 평지를 만든다. 평지는 산의 정신이 발효된 생명의 안식처다. 거기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편안한 상태로 생육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다. 죽은 자가 편히 누울 명당자리는 산에 있지만 산 자가 편히 누울 명당자리는 평지에 있다.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기를 소망하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평지가 되기를 소망하라 . 한 글자 한 문장이 그대가 허무는 살과 뼈가 되기를 소망하라. 그대가 허무는 살과 뼈들 속에서 수많은 생명과 영혼들이 무성하게 자라오르기를 소망하라.

 

..................

 

휴일내내 그분의 책을 뒤적였다. 오늘 다시 뒤적이며 공부를 해 본다.

다시 처음부터 들여다 보아야 하겠다.

무엇이든 끄적이자 . 들여다 보고 또 보고 고치고 또 고치며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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