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최인호의 단편 모음 /유령의 집

다림영 2009. 2. 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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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잘 읽힌다.

심오한 글 인듯 하나 소설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나인데 순조롭게 읽었다.

오래전에 사 두었던 얇은 책이다. 두번째 만났다.

술꾼,타인의 방, 깊고 푸른밤, 이상한 사람들,유령의 집이 들어 있다.

책장을 덮고도 유령의 집속의 주인공처럼 나는 기억을 놓치고 있다.

 

마지막에 실린 유령의 집이 마음을 이끈다.

중년의 실업자 ..

주인공은 어느날 불현듯 일자리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아버지인 자신의 자리를 잃어간다.

아이조차 그를 나무란다.

아버지는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사람이라며...

 

그는 본능적으로 6시에 눈을 뜨지만 생활의 방법을 잃어버리고 만다.

공원으로 도서관으로 영화관으로 박물관으로 그리고 도시와 도시를 헤매지만

아무도 아는 이를 만날수 없었고 누구와도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는 모든것이 환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날의 동화처럼 ..

그러던 중 그는 아주 친했던 친구를 생각해 내고 그를 찾아가지만

친구는 그를 밀어낸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는 그의 집에 다시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아파트 경비가 일러주는 얘기는 그집은 빈집이며 그는 몇년전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얘길 전해주는 것이다.

..

그는 알수가 없었다.

분명 친구와 얘길 나누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는 매일 마다 아내가 시키는 잔일들을 묵묵히 해낸다.

어느날 아내의 심부름으로 은행엘 가게 되고 그곳에서 한여자를 주시하게 된다.

그여자는 영수증을 떨어뜨린다. 그것을 모른채 은행을 나선 여자에게 영수증을 되돌려 주기위해

그여자를 쫒게 되지만 놓치고 ..

 

아내의 심부름으로 다시  결혼식장엘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전혀 알수 없는 사람들과 가족사진을 찍는데 그속에서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오촌인지 몇촌인지를 잠깐 생각해보지만 그의 기억엔 전혀 없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여기서 저기로 식당으로 영화관으로 그녀의 뒤를 밟다가 지치게 되는 남자.

은행에서 주웠던  영수증을 생각하게 되고 결국 여자와 통화를 할수 있다.

.

그녀와의 통화끝에 여자가 있는 곳을 알게 되고. 그 곳에 다다르니  죽었다던 친구가 반기는 것이다.

그리고는 친구는 그를 만나기위해 노력을 했다고 전하며 무언가 절실한 부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장례식장엘 다녀왔느냐 묻는다.

그는 알수 없었다. 결혼식장이 아니였느냐고 물어보지만 아내는 장례식장이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그는 아내가 가르쳐준 병원의 영안실로 찾아간다.

 

영정속에는 낯익은 여인이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는 알수가 없었다.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어제 만났던 친구가 그에게 부탁했던 것은 그의 기억을 모두 주는 것이었다.

 

나는 멍 하다.

하여 다시 뒤적여보지만

..

 

글을 읽는 내내 한 남자의 꿈을 쫒는 것 같았다. 어떤 미로속에 갇혀서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고

이어졌다 다시 끊기는 그러한 꿈....

아니면 문득 만나는 모든 길과 상황들이, 사람이 한번도 가본적 없지만 만나본적 없지만

아주 오래전 과거의 어떤 상황인듯 풍경인듯 한...

 

작가가 얘기하는 미로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나는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읽히는 것만 읽고 받아들이고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하고 심오한 얘기는 읽고 싶지 않은 요즘이다. 그러나 손에 쥐어졌으므로 끝까지 읽어본다.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나쁜 꿈을 꾸고 있는것 같은..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한 중년남자의 마음.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듯도 하고 장면장면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곧 끝나고 다시 새날이 밝아와 일정한 질서속에서 진행되는 시절로 돌아가 있을것 같다.

 

인생은 한편의 연극이고 드라마고 영화일지 모른다.

결국엔 우린 죽음의 길로 갈것이고 생로병사의 연극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삶을 그렇듯이 생각한다면 인생은 배우처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조금은 악한상황에 대처하는 역활을 하는 것...

 

어릴때 보았던 동화처럼 때로 푹 빠져서 정신없이 읽고 빠져들지만 결말은 행복아니면 불행으로 책장은 덮어진다.

오랫동안 그 따뜻한 혹은 슬픈이야기가 지배하면서 .

 

책장을 덮을 그때처럼 우리 죽음의 막바지에 도착해 연극같던 한 생을 돌아보리라.

그래 인생은 그런 것이었어, 아무것도 아닌거야 ..라고 들릴듯 말듯 혼자 얘기하리라.

아무것도 아닌..

生의 연극 ...

내게 맡겨진 역할에 남은 열정을 다 태우도록 하여야 하겠다. 그러면 되는 것이리라. 

지금은 다만 상황이 좋지 않은 날들..그것에 맞게 모든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주인공의 연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폭풍의 언덕 같은 소설을 읽고 싶다.

책을 주문해야 할 때가 된것 같다.

아이들의 책과 가슴이 따뜻해져오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기만 하다.  

 

 

 

어제는 전동차에 몸을 던진 사람이 셋이나 되었으며 그시신을 수습하려는 한남자까지 이세상을 등지게 되었다.

이제 서서히 시작이라는 난감한 이 실업의 사태가 하루하루 암담하게 온갖 뉴스를 던져준다.

햇살 도무지 보이지 않고 바람 찬 휴일  나는 가게를 지키고 있다.

영광굴비 장사가 목청을 돋우며 장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럭가까이에 다가가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둘레둘레 사람을 살펴보지만 그는 다시 내려가는 휴일의 기온속에 유령속의 그 남자같이

본래의 자신을 잃은듯 하고 목소리만 울려퍼진다.

 

어제는 큰녀석에게 이런저런 미래의 걱정을 얘기하니

제 여자친구 아버지도 실업자라는 답변을 하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가히 걱정스럽기만하다.

유령의 집 그 남자처럼 기억을 잃게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환상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햇님을 만나고 싶다. 오늘은 온통 회색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친구네 식당까지 찬바람속에 잘 걸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목도리와 장갑을 챙겨오라 집으로 전화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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