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인생이건 지루하고 마음 내키지 않는 구석은 있다. 게다가 그런 일은 항상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개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유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음의 휴식이-쓸모있는 일로 바쁘고, 항상 전략을 짜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정당성에서 벗어나 쉬는 것- 주는 쾌락은 따분함과는 다르다.
마음의 휴식은 자신에 대해 잠시 잊고 있을때 잔잔한 기쁨과 넓은 관용을 베풀어준다. 우리가 지금 뭘 하든 안하든 간에 진정한 휴식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때 생긴다.
...
나도 동의 한다. 욕조나 그물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무위의 기술은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거나 하지 않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당신은 그물침대나 해변에 누워 있을 수도 잇고, 열심히 계획을 짜고 공상을 하거나 환상을 즐길 수도있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일에 완전히 빠져서 의식에 대한 개념이 사라져서 당신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그러면 사랑을 하든 잔디를 깎든 산책을 하든지 간에 '하고있다'는 자체만 의미가 있다.
바쁘게 돌아다니며 꿀벌처럼 일하고
곧 알게 될 지식을 찾으러 이곳저곳 성급히 돌아다니지 말자
다만 꽃처럼 잎을 벌린 채 가만히 세상을 받아들이자.
태양의 신 아폴로의 보살핌 아래 조용히 싹 틔우며
반갑게 찾아오는 모든 고귀한 곤충들에게 소식을 들으면서.
당신이 완벽하게 무익한 방식으로
완벽하게 무익한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잘 사는 법을 배운것이다.-린위탕林語當<생활의 발견>
언덕과 산골짜기를 '구름처럼 외롭게'방랑했던 시인 워즈워드는 자서전에서 어슬렁어슬렁 걷는 보람을 시로 읊었다. 오늘날 우리가 걷는 이유는 어딘가를 가기위해서이다. 하지만 워즈워즈는 걷는 것 자체를 위해서 걸었다. 마치 호주 원주민들이 미지의 깊숙한 대륙 내부의 비옥한 땅에 자신을 드러내려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걷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워즈 워드가 걷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중 하나는 자연의 놀라운 아름다움만이 아니었다. 그는 아름다움 자체의 순수한 쾌락과는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심미안이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숨어 있는 목적도 없다. 그 이상의, 그 이하의 기능도 없다. 마치 장미가 피어나고 눈꽃이 날리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알수 있는 가장 위대한 쾌락 중의 하나다.
릴케의 시가 우리에게 상기 시켜주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산책할 때 삶이 녹아들어 그저 걷는다.
"가끔씩 선 채로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와 걷고 계속 걷는 한 남자가 있다."
...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놀랍고 자유로운 일 중의 하나다.
베로니카 굿차일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본래 영국출신인 그녀는 두명의 자녀를 둔 미혼모이다. 그녀는 이스트 코스트에 큰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본질적으로 자기것이 아닌 가치를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때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부름은 너무 강하고 집요해서 두 달만에 15년이나 운영해오던 치료센터 문을 닫고 집도 세놓고 아이들과 함께 내 뿌리,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자아를 찾겠다고 20년전에 떠나온 영국으로 말이예요.
거의 1년동안우리 아이들은 시골 학교를 다녔고, 빛나는 햇볓에 일광욕을 하고, 켈트인의 흙에서 뛰어놀았어요.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술같은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랐지요. 그동안 난 그저 소설책이나 읽고 아로마 목욕을 하고 잠을 자거나 영국의 광활한 서부에 위치한 부모님의옛창고 주변에 있는 언덕을 거닐었어요<한번에 몇시간씩>
이 외로운 산책을 하면서 내 모든 정체성을 버리고 특별하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려고 했어요. 마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물러나 그 저 한 인간이 된 것 같았어요. 맞아요. 저는 그냥 한 여자가 된거에요. 먼저, 나를 지탱해주는 것이 없어져 버렸을 때 내 삶이 무엇에 의지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어요. 만약에 그런것이 있다면, 난 어떤 위대한 신비에 사로잡혀 있었을까?내가 정말로 다 없애고 지낼 수 있을까? 인생에 내 모든 것을 맡기고 빠져들 수 있을까? 위대한 심연으로?
마치 전세계가 내 행동에 달려 있는 것처럼 조바심 내며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움직이고 가만히 있는 법을 나는 한번도 배워 본 적이 없었어요. 나와 같은 인간에게는 참을 수 없는 삶의 방식이었죠. 전진하지도 않고 후퇴하지도 않고, 중간에 서서-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신과 아담의 손가락 사이에 있는 위치-팽팽한 긴장감과 모순을 참아냈어요. 그 순간 의식적으로 밝고 어두운 우리 모습을 찾아내고 용인하는 능력은 신을 해방시키고 우리를 구체화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유능하지 않다고 해서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일까? 기지개를 펴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아침을 맞이하는 거서럼 정해진 일상에서 조금의 여유를 갖는다면 그런 오해는 얼마든지 떨쳐 버릴 수 있다. 삶에 대한 열정은 유용성을 기준으로 따져서는 안된다.
그냥 사는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두팔을 쫙 벌리고 누워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를 잊고 잠시 쉬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2세기 전만해도 농부들은 항상 밭의 한 이랑을 남겨두곤 했다. 땅의 한부분이라도 쉬게 해서 다음 수확에 훨씬 더 많은 곡식을 거두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매일 한시도 쉬지 않고 모든 밭을 다 일군다. 생산적인 면에서 잘못은 아니다. 우리는 이런것이 만족스러운 성취감을 줄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일도 안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않으면 우리안의 자원은 다 빠져버리고 팽배한 불안감에 휩싸여 지낼것이 .
다.곧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스무살때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한다.
마흔이 되어서는 다름사람의 생각은 신경쓰지 않는다.
예순이 되면 그들이 우리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밥호프.
헨리밀러는 <마루시의 거상>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현명한 사람은 앞으로 여행할 필요가 없다. 바보는 무지개 끝에 있는 황금 단지를 찾으러 간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어 있다.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서 만난다. 그곳이 길의 시작이자 끝이된다.
시인 루미는 "길을 헤매는 것이 길을 만든다"고 했다.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적당한 순간에 결핍과 욕망과 열망이 우리를 나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고 내 집척럼 편안한 궁극의 친밀감으로 이끌어 준다. 고상한 천사의 나라에 있고 싶다는 욕망없이 완전히 육체적으로 존재가 되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그때 우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그 자체가 진실한 위안이 된다.
때때로 인생은 저절로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고향집처럼 편안한 풍경이다. 많은 미국 시인과 작가들의 작품은 -게리 스나이더에게 미국의 서해안, 메리 올리버에게 동해안, 테리템페스트 월리엄스에게 유타, 배리로페즈에게 오리건이 그랬듯- 어디를 가든 그들을 잡아주고 용기를 주었던 시골같은 풍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분간 그녀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녀는 예전에 혼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끔씩 필요하다고 느낀것이 바로 생각하기다. 단지 뭔가를 생각해내려는 게 아니다. 조용히 혼자 있는 것이다. 모든 존재와 행동, 널리 퍼져 빛나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러자 엄숙함을 느끼며 자신속으로 움츠러들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어둠의 핵심으로 움츠러 들었다. 그녀가 겪어봤던 자신속으로 빠져든 게 아니라 어둠의 핵심으로 들어갔다. 개성도 잃고 고민도 잊고 서두르지도 , 갈등하지도 않으면삶에 대한 승리의 감탄이 그녀의 입술에서 나왔다. 그때 온세계가 평화와 휴식, 영원속으로 모였다."-버지니아 울프<등대로>
나는 물어보았다.
"지금뭐하고 있어요, 조르바?"
"자요"
"그래요! 푹자요"
"지금 뭐하고 있어요 . 조르바?"
"일하고 있어요"
"그래요, 일 열심히 하세요."
"지금 뭐하고 있어요, 조르바?"
"키스하고 있어요."
"그래요! 열정적으로 키스하세요, 조르바!
뭔가를 하고 있을때 나머지는 다 잊어버려야 해요.
지금 세상에는 당신과 연인만 있는 거예요, 어서 계속해요!"
-니코스카잔차키스<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육체와 욕망을 믿는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기적이고
내 몸 구석구석도 하나의 기적이다-월트 휘트면,<나 자신의 노래>
"우리가 배웠으면 하는 유일한 지혜는
겸손의 지혜다. 겸손은 끝이 없다."- T.S.엘리엇
"모든것에는 틈이 있다.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 레너드 코헨<송가>
우리가 잘 아는 화가 렘브란트는 노인들을 즐겨 그렸다.그는 스무살 때부터 죽기 한 달 전까지 줄곧 노인들을 그렸다. 젊은이들은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젊은이의 얼굴에는 삶의 흔적이 묻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 주름진 손, 경험의 주름살, 노인의 눈에서 볼 수 있는 일생-젊은이들의 경험없는 아름다움보다 그를 매혹시키는 것은 항상 이런 것들이었다.
..
지금도 이순간은 사라지고 이미 사라져서 다시는 반복될 수 없는데! 답은 없다. 단지 들이마시고 뱉는 이 숨을 느끼며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쾌락이다. 결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로 미루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이 삶을 지금 맛보는 것이 훨씬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는 각자 자시만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로비스트들이다. 자신만의 이유와 의견, 열망, 지위 또는 직업을 위한 로비스트 들이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면 뭘하든지 간에 때때로 이유를 묻지 말고 어디서든 자기 방식대로 즐겨보자.
커다란 위안이 될 수 있다.
"신경쇠약에 걸렸다는 징후 중의 하나는
자신의 일이 최고로 중요하다고 믿는 것이다."-버트란드 러셀<행복의 정복>
"방을 떠날 필요는 없어요. 테이블에 앉아서 들어봐요.
들을 필요도 없어요. 그냥 기다리세요.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그냥 조용히, 가만히 혼자 있으면 돼요.
세상은 거리낌 없어 당신에게 정체를 드러낼 거예요.
세상은 선택의 여지가 없거든요.
당신의 발장단에 맞춰 황홀하게 흘러갈거예요"-프란츠 카프카<만리장성 건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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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기차에 올라 밖의 풍경에 온몸을 준 것처럼
싱그런 봄바람처럼 가볍게 읽은책이다.
읽혀지지 않던 책을 간신히 덮고 난 뒤여서인지
오래되고 친숙한 동네를 방문한듯 그러한 친구를 만난듯
들고 다니며 읽어도 글은 내게 아이처럼 뛰어들어왔다.
아무데서나 잘 읽혔다.
집에서도 가게에서도 침대에서도..
"쉽게 읽혀지는글이 좋은 글이다"
누구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분명 있다.
쉬운글이 좋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글이 저홀로 흡수가 되니 몸도 마음도 즐거웠다.
제목에서 느끼듯 그런 내용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현실에 옭아매고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
늘 계획된 질서속에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지금을 즐기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말씀.
모든 자연처럼 나무, 바람, 풀, 꽃...
사람또한 자연중 하나이다.
우주에 몸을 맏긴채 때로 나를 위한 편안함과
그 가벼운 흔들림속에 몸을 맏길줄도 알아야 하리라.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고 우린 늙어간다.
조바심나지 않는 하루..가끔 일정을 뒤로 미루고
숲속에 이는 바람같은 떠도는 흰 구름같은 마음을 나는 언제 얻게 되는 것일까.
넉넉한 아침과 경쾌한 오후 아름다운 저녁을 그저 즐기게 되는 것일까.
지금도 나는 이런생각을 한다.
"몇살쯤 나는 훌훌 떠날 것이다.
편안하게 햇살을 즐기며
넉넉한 잔에 조바심 없이 아침커피를 하고
이방인이 되어 지나는 행인을 그저 바라보며 그 자체를 즐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나를 옭아맬것이고 다분한 문제들을 던져 줄 것이다.
나는 계속 뒤로 또 그 한참 너머로 미루게 되기도 하게 되겠지
하지만 내게 아름다움의 조그만 틈이 사라지기 전 나는 분명 떠나게 될것이다.
..
작가가 말씀한 것처럼 나는 지금을 어찌 즐길까한다.
그러나 가끔은 미룰줄 일상..
가만히.. 조용히 지켜보며 바라보며 맏기는 시간들을 늘리게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현실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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