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의 일만 보더라도 나는 갈로네가 어떤 소년인지를 분명히 알수 있다.
나는 평소보다 좀 늦게 교실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 담임선생님은 와 계시지 않았다.
짖궂은 아이들 서너명이 크로시를 둘러싸고 한창 놀리고 있었다,
한 아이가 한쪽 팔을 못 쓰는 크로시의 옆구리를 긴 자로 쿡쿡 찌르자, 또 한 녀석이 크로시의 얼굴에 밤 껍질을 던졌다. 또 어떤 아이는한쪽팔을 쓰지 못하는 크로시의 모습을 흉내 내기도 했다.
크로시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커다란 눈물 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더욱 짖궂게 크로시를 놀려 대고 있었다.
아이들의 장난이 점점 더 심해지자 크로시의 얼굴에는 차츰 화난 표정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늘 까불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프란티가 책상위로 성큼 올라서더니, 채소 장수인 크로시 어머니의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그런 프란티를 보고서 아이들도 '와아'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분을 참지 못한 크로시는 벌떡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잉크병을 집어 들어 프란티를 향해 내던졌다.
프란티는 잽싸게 몸을 옆으로 틀어 잉크병에 맞지 않았지만 , 잉크병은 공교롭게도 마침 교실로 들어서던 선생님의 가슴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떠들고 웃어대던 아이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저마다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았다. 선생님은 몹시 엄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누구짓이냐?'
모두 가슴졸이며 아무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좀더 큰 소리로 다시 물으셨다.
"누가 잉크병을 던졌어?"
그때 갑자기 갈로네가 벌떡 일어서더니 말했다.
"제가 던졌습니다."
갈로네는 크로시가 너무 불쌍해서 자기가 대신 벌을 받으려고 한 것이다. 선생님은 가만히 갈로네를 바라보고 계시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다.
"아니다 , 갈로네, 너는 던지지 않았어"
그러고 나서 다시 우리를 둘러보시며 말씀하셨다.
"잉크 병을 던진 사람이 일어나거라, 벌은 주지 않을 테니."
잠시후 크로시가 훌쩍거리며 일어섰다.
"선생님, 제가....제가 그랫어요, 아이들이 계속 저를 놀려 대는 바람에 화가 나서 그만,...."
크로시는 울음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알았다. 크로시, 자리에 앉아라. 크로시를 놀린 사람들은 누구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라."
잠시후 크로시를 놀리던 네 명의 아이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는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친구를 놀렸구나,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돌봐 주지는 못할 망정 때리고 놀려대다니! 비겁한 녀석들! 너희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알고 있니?"
풀이 죽은 네 아이들은 더욱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선생님은 책상 사이로 걸어가, 고개를 숙인 갈로네의 곁으로 가서 말씀하셨다.
"갈로네 , 너는 정말 착한 아이로구나."
갈로네는 선생님의 손을 꼭 잡더니 무언가 조용히 속삭이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다시 교탁으로 가시더니, 나쁜 짓을 한 네명의 학생들에게 엄하게 타으르셨다.
"이번만은 특별히 용서해 주마. 앞으로는 절대 이런일을 하지 않도록 하거라."
아미치스:1846-1908
이탈리아의 리구리아에서 태어남.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후 이탈리아 독립전쟁에 참여. 그후 작가와 신문기자로 활약.
전쟁중 체험을 쓴 작품 <군대생활>을 1868년 발표 하면서 문단 주목받음.
그후 대표작으로는 사랑의 학교<쿠오레>, <고상한 말> 유럽각지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집<파리생각>등
특히 <사랑의 학교>에 들어 있는 이야기가 원작이 된 <엄마찾아 삼만리>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다카하타 이사오가 개작을 한 작품이지만, 그 원작이 아미치스의 글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다카하타 감독은 소년 마르코가 헤어진 어머니와 다시 만난다는 단순한 이야기에 소녀 피오리나와 주변사람들을 등장시켜 그 관계 속에서 마르코가 내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자신의 창작 이야기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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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선가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라 권하여 사게 된 책이다.
순수한 마음의 어린 시절이었다면 감동은 몇배로 밀려들었을 것이다.
나의 머리속에는 온통 이런저런 일들이 뒤죽박죽되어 있고
이 기막힌 시기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글을 읽고 있어도 마음반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인간애가 듬뿍 담긴 글임에는 분명하다.
얼른 막내에게 넘겨주어야 하겠다.
학교에서의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이웃들에게서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일기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나보다 못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금더 조금만 더 넓고 깊고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도록 애를 써야 하겠다.
그것은 남을 위한 것이기 보다 어쩌면 나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랄프왈도 에머슨의 시처럼 세상에서 '성공' 하는 삶의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다.
한뙈기의 꽃밭을 가꾸듯 아름다운 마음을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베풀고
지금보다 조금더 누군가 나로하여 조금이라도 따뜻한 생을 살게 되었다면
그것이 우리의 생을 성공으로 만든 것 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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