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가 죽었다

다림영 2008. 11. 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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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가 날아들었다.

 

내내 친구들 과 어서 그가 이승의 연을 끊어야 한다고 노래를 했다.

한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우리는 그렇게 가볍게 떠들었다.

이유는 우리의친구가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모두의 바램소리가 웅웅 의식없는 그의 귀에

매일밤 몰려들었을지도 모를일이다.

갑자기 옛조선시대 서로를 시기하여 인형을 만들어 저주를 퍼붓던

여인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비유가 맞을진 모르겠다.

병원으로 가는길.. 친구와 잠시 그런얘길 했다.

그것과는 조금 다를진 몰라도 그를 위해서 친구를 위해서 우리는

그렇게 매일마다 얘기한것이

어떤 기가 되어 그에게 영향을 미쳤을 지도 모른다.

 

 

잠시 묵념을 하며 그의 다음생을 기도해 주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마음 흔적 없이 우린 영안실에서 큰소리로

그저 다른이야기들로 웃기도 했다.

 

부끄러웠다.

 

 

걸어나오는 걸음  무겁기만 했다.

生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린 무엇때문에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 우리도 그와같이 누군가의 입에 올려지는 죽음을 맞이하리라.

이렇게 헛된 인생일 수가 없는 것이다.

 

 

반쪽만 남은 친구가 웃으며 전송한다.

어쩌면 그녀는 이제 그 가냘픈 어깨의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렸다.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았으되

짐이 되기 시작하면 남보다 못한 생이 되고마는 것을...

 

이십년남짓 살면서 그가 온몸으로 웃던 시간은 얼마였을까

지극히 행복했던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 축북의 기운을 천하가 넘치도록 받았으리라..

..

무상하고 무상하기만 인생...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한시간 넘도록

밖에서 기다려주는 사람에게로 걸어가며

수많은 인생의욕망과 헛됨을 돌아본다.

언제쯤 나는 모든것을 견디어내고 훌훌 자유롭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

 

-

 

 

나의 그가 변했다. 그의 나도 변했다.

어쩌면 우리둘중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것일까

어느순간 그렇게 눕고

빨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면 어쩌지?

-

그래 그러니까 자신은 자신이 지켜야 해

지나친 기쁨으로 흔들리다가는 하늘은 노여워 하지..

그래 병을 가져다 준다구...

 

오늘이 쌓여서 미래가 되는것

오늘이 엉망이면 미래는 보지않아도 알수 있어

그것은 분명한거야.

 

어찌되었든 지금 살아있으므로 자신을 다스리며 잘 살아야해

그냥 다 놓고 죽어버릴 수 도 없는 일이잖아

책임질일은 다 하고 의무도 지키고

기쁜일은 찾지말자. 지나가면 다 그뿐인거야

그저 이렇게 서로 건강하게 바라보고 걷고 걱정하는일...

그래 살아있고 건강하고 고민하고 해결하고 다시 조금 웃고

또 슬퍼하고 ...

 

나날이 기쁘면 기쁨이 무엇이지도 모르게 되는 것

그렇다고 날마다 슬픔을 주지도 않아 하늘은..

 

 

인생은 그런거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의 본이 되어야 하므로 잘살아야 해

가르친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세상을

배우게 되는 거야...

 

 

아파 누워있다고 생각해봐

밥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해보라구

친구도 못만나고 웃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주사바늘에

의지해서 그저 목숨만 붙어있다고 생각해 보라고..

얼마나 행복한거야..지금이... 그렇지?

 

 

그래... 이 사소함을 누릴수 있다는 것이 ..

너무나 가난해졌지만 말이지..

걱정근심이 잔뜩 진을 치고 있어도 말이지.

 

아이들은 하루하루 성장하지...

큰것을 바라면 안되는 거야..

그저 건강하고 탈없이 잘 커주는 것 하나로 기뻐해야해..

그래..그래야지..

 

 

욕심으로 물들면 안돼.. 그래도 작은 욕심은 있어야 성장하지..그래..

 


 

새날이 밝아왔다.

어제처럼 경기는 불투명 회색이 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혼란함은 남의 얘기인듯 

봄날같기만 한 기온이다.

 

 

어제와는 한뼘이라도 다른 사람이길 기도해 본다.

언제쯤 나는 깨달아 깊은 사람이 될 것인가

옛선비들의 자세를 배우고 오늘을 아름답게 살아내야 할 것이다.

다시 현실에 휘둘리며 나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일이

수도 없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고요한 사람이 되는데 온몸을 기울일것을 ..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묶고 책을 잡아본다.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며 그녀의 건강을 기원하며

아이들의 밝은 성장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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