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풍경

용인 친구네 동네 카페 앞../2005

다림영 2008. 7. 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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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잖아/
생각했어
오늘은 흐리고 비가올듯도 해
그리움은 무엇이고 삶은 어떤것일까
우린 반듯하게 걸어가야 할 사람들임을 익히 기억하고 있어
왜냐하면 한사람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어머니이니
그러나 나 생각했어
그리움 하나 묻어 놓는다고 해서
도무지 부끄러움인지 말이야
그것은 내몸을 친친 동여맨 모든것들속에서
유일하게 나를 지켜줄 비타민인것을..
이렇게 흐린날은  양주빛깔 샴페인 목걸이 하나 걸고싶어
누군가 내게 전화 한통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난 슬프지 않지
그저 그리움 아니면 보고싶다는
그런 은은한 보석 하나 가슴에 담고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흩날리면 참으로 눈길 끄는
그런 흐드러지는 들꽃같은 원피스를 입고 나서고 싶네
기인머리는 풀어 내리지 않고 
느슨하게 베이지색 실크줄로 묶는거야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서는 
커피향 숨어있는 낮은신발속에 
깊이 발을 넣고는 호숫가에 가볼까
가을이 문득 내게 다가오겠지
그리고 
이렇게 말 건넬꺼야
"저, 저..커피한잔 함께 하시면 안될지요?.."
그러면 나는 그러겠지
"아니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요, "
그래도 그는 내게서 멀어지지 않고 
저만큼의 거리를 두고 둑방에 앉아 날 지켜볼꺼야 
음, 왜냐면 그만큼의 거리에서 보면 정말 예쁠것이거든
훗..
미안해, 가끔 이렇게 머리를 묶어놓고 거울을 봐
들꽃같은 원피스는 입지 않았지만
기분 괜찮은 바람이 불어오는 날엔 
꼭 먼 들녘 그들에 의해 흔들거리는 
가는줄기에 매달린 참말로 조그만꽃잎 같거든 
가을이잖아
가끔 잔잔했던 호수가 바람에 일렁이면서 
파도처럼 눈에 환하게 부딪칠지도 몰라
그럼 그는 불현듯 분위기에 흠씬 젖어서는  
기다린다는 그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것이라는것도
이미짐작하며 나 몰래 다가오겠지 
그리고는 
부드러운 손으로 내여린 팔목을 꽉 움켜잡을지도 몰라
어쩌면 안아줄지도 모르지 눈물이 나도록 말이야
참, 가을은 사람을 이렇게 묘하게 만들어
그가 오면 난 깊은 픽션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살게 될것 같아
아무도 내게 말 걸어주거나 혹은 사랑 나누고 싶다고 
긴편지 몇장 구구절절 풀빛마음 담아 띄워주지 않아도 말이지
낙엽과 바람과 들꽃과 그리고 기타등등이 
하늘높이 쏘다니는 그계절엔 말이지
사소할지도 모를 유치한 것들을 
난 부러 밀어내지는 않을꺼야
어쩌면 그모든것들이 나를 지탱해 주는 비타민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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