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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온ㄴ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정현종 . 방문객
-문훈숙 -발래단 단장으로 일하면서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갈
피, 속마음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날이 통감한다. 이 시는 내게 사람을 바라볼 때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그 갈피를 읽으라는 숙제를 안겨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김수영 눈 중에서
정호승- 가래는 더러움의 상징이지만 이 시에서는 깨끗함과 순결함의 상징이다. 나는 이 시를 통해 정의를 향한 순수한 열정을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어떠한 형태로든 현실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느 시대를 사는 청년이든 그 시대 나름의 절망과 분노에서 오는 고통을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시대의 하얀 눈밭에 진실과 정의라는 순결의 가래를 마음껏 뱉자. 결코 침묵하지는 말자.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본다
그러나 찾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것
우리의 가장 진지한 웃음 속에는
약간의 고통이 배어있고
우리의 가장 달폼한 노래는
가장 슬픈 생각을 얘기하는 것.
-퍼시 비시 셸리 종달새에게 중에서
박정찬 -그의 말대로 우리는 이세상에 없는 것만 찾아다니는 쓸쓸한 존재가 아닐까.그리고 그런 모습 마저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으로 그의 시를 이해하고 그의 삶을 추모하는 태도가 아닐까.
두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힘겨운 나날들, 무엇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번은 없다 중에서
문정희 - 한없이 수줍은 은둔의 시인이 사는 크라쿠프를 여행하며 나는 또한 알수 있었다. 그녀의 집에서 불과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아우슈비츠가 있다는 것을. ...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건
모든 것을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테니까.-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시인에게 주는 충고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최영미 선운사에서 중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도종환 . 흔들리면서 피는 꽃
나이든 나무는
바람에 너무 많이 흔들려보아서
덜 흔들린다 -정태 평 .나이든 나무
나는 녹슬어 없어지기보다
닳아 없어지기를 원하노라. -조지 휫필드 .일기 중에서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속에갇혀 있고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고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낫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븜을 맛본다-구상 .꽃자리 중에서
하지 않는 것이지 不爲也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非不爲也 . -맹자
아이스 링크 가장자리로 여섯 살짜리 딸을 이끈다
스케이트를 신은 딸은 내 손을 잡고
조심조심 나를 따라온다
그러다가 발이 미끄러지면
놀라서 나를 꽉 붙잡는다
오늘 딸은 내 옆에서 혼자서도 스케이트를 잘 탄다
내 손도 안잡은 채
불안하게 첫발을 내밀며 딸은 말한다
"아빠가 옆에 있으면 곁에 없다고 생각하고
아빠가 옆에 없으면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잭로거우 .스케이팅 레슨 중에서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읻 ㅚ는 사람이 잇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정호승 봄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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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속에서
조용해 지길
기원하며.. -()-
각별한 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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