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고요한 포옹 ㅣ박연준 ㅣ마음산책

다림영 2024. 11. 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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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하기 싫은 일을 덜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회사에 취직하고 그만 둔 뒤 다시 들어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누군가는 내게 인내심이, 사회성이, 투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때 나는 인내심도 사회성도 투지도 부족했을지 모른다.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에 끼어  함부로 나를 굴리다 타성에 젖은 , 비루한 영혼을 갖게 될까봐 두려웠다. .. 내가 바라는 건 하나였다.

 

내 영혼이 내 몸과 하나가 되게 해주세요 !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더라고 간극이 지나친 나머지 정신에 때가 끼지 않게 해주세요. 부디 '나'로 살게 해 주세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연필을 쥐고 시를 쓸 수 있을만큼만, 딱 그만큼만 '살아있게' 해주세요. 

 

지금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할 가능성은 없다. 행복은 체험이다. 많이 겪어본 사람이  더 자주 , 쉽게 겪을 수 있다. 유년에 저금해둔 행복을 한꺼번에 찾아 즐겁게 누리는 어른을 본 적이 없다.

참고 또 참은 아이는 욕구불만과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어른으로 자랄 뿐이다.  게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해야 할 저금은 끝나지 않는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스펙을 쌓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종잣돈을 모으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적금을 붓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미래의 행복을 위해 불합리한 일과 고된 노동을 참아야 한다.

나중이란 시간은 도착하면  멀어진다. 미래는 언제나 미래로 존재한다. 즐거움을 포기하는 게 만성이 되면 인생은 서바이벌이 된다. 살아남기, 나중을 위해 다만 살아남기. 

 

그런데 정말 , 나로 살기 위해 일확천금이 필요한 걸까? 타인에 의해 인생을 침범당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건 뭘까? 물론 돈이 있어야겠지만 꼭 돈에 관련한 문제는 아니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할 정도의 용기는 아닐게다 .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자신을 잃지 않는다. 나다움? 그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에 맞춰 행동할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은 나다. 내 인생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흔들린다. 나는 무얼 원하지? 어디에 있고 싶지?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 노력을 내가 결정하기. 당신이 아니라 날 위해 노력하기. 싸울 가치가 있을 땐 싸우기. 끊임없이 나로부터 떠나 다시 나로 돌아오기. 

 

'떠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자기자신의 현실속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끝과 시작처럼 떠난다는 것과 되돌아온다는 것은 하나이다. 자기자신으로부터 떠남으로써 자기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최승자.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바둑에선 스승이 내 제자를 들여 함께 생활해도 바둑의 수를 일일이 가르쳐주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고작 한 해에 한두번의 대국으로 가르침을 베풀 뿐이다. 내제자로 들어간 자는 스승의 어깨 너머에서 스스로 배욱소 깨우쳐야 한다. 어른의 공부 역시 그런 게 아닐까.

 

세상의 내 제자가 되어, 넘어지고 일어서고 깨치며 스스로 정진하기. 그러나 세상을 향해 답을 구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쉽게 답을 찾고 싶지 않다. 세상에 숙련되고 싶지 않다. 단련할 수 잇을 분. 더듬더듬 쓰고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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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내 눈치를 보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타당성이 있는것인지  현명한 일인지...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편하고 좋을 줄만 알았다. 

일을 하고 마음을 따라 움직이지만 언제나 혼돈이다. 열정이 솟았다가 주저앉았다가 하기를 반복한다.

나이들면 조용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더 흔들리는 것 같다. 

 

다 살게 되어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싫었다. 왜 인생을 안이하게 살아야 하나 싶었다.

돌아보니 다르게 살았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나를 위한 도전적인 삶이었다면 ..

많이 달라졌을까 ... 

 

아이들의 삶에 큰 마음을 쏟지 않으려 한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이 찾아갈 것이므로.. 그것에 내 행복을 가져다 붙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보다 짧을 내 생을 어떻게 좀더 환하게 살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미다.  그것은 항상 탈을 부르기도 하고 

불쑥 어떤 마음이 들면 행동이 앞서나가니  좋은결실을 얻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때가 더 많은 것같다. 

왜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면서  가만히 지내지를 못하는 것일까?

방황의 끝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  

 

지금을 지나 몇년이 흐르고 .. 

나는  왜 그렇게 살았니? 하고 되묻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들어온다. 

 

날씨가 너무 좋다. 

겨울로 가는 계절이 아니라 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햇볕이 다정하기만 하다.

내일의 일정을 생각해본다.  어디로 가야  즐거울까...

너무 먼 미래는 두고 그날 그날 마음에 따르기로 한다. 

후회야 언제든 생길수 있는 것이므로... 

 

박연준의 글을 좋아한다. 잔잔한 그녀의 글을 따라 나를 생각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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