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ㅣ민미레터 ㅣ빌리버튼

다림영 2024. 10. 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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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흔들리는 일 . 

나뭇잎이 떨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바라본다는 건 애정을 가지고 눈동자로 포옹하는것. 

멀리서 본 나무는 살랑거리는 평온한 움직임인데 

가까이서 본 잎사귀는 파르르 떨고 있다. 

잎은 바람에 바뀌는 방향에 다라 빛을 받으며

진한 초록에서 노란색, 흰색까지 다양하게 변했다.

 

흔들리는 일이 꼭 불안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한껏 떨리는 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이드는 게 두려운  단 하나의 이유는 앞으로 보내야 할 것이 많아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도 보내야 할 것들이 밀려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버겁다. 

삶은 내게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알려 주려고 했지만 나는 그 가르침에 대해 너무나 열등하다. 이쯤 되니 '신'이나 '운명'이라는 것에 간곡히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것이 아닌 걸 내 것처럼, 그러니까 마치 운명처럼 나타나게 하지 말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만큼의 가벼운 스침이라면 손바닥도 마주치지 않게 해 주길.

그것이 힘들다면. 스치는 것과 머무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와 스침인 것을 알았을 때 외면할 수 있는 담담함이라도 갖게 해 주 길. 

 

행복

행복은 애쓰지 않아도 내 곁에 오는 줄 알았고, 한 번 자리잡은 행복은 영원히 머무는 줄 알았다.

 

그런데 행복을 잃어 본 사람은 알고 있지.

행복은 여려서 돌봐 주지 않으면 금새 발길을 돌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행복의 무게만큼 절망에 숨 막혀 본 사람은 알고 있지. 

행복도 노력이라는 걸. 

 

흔들리는 건 바람탓이 아니다

한곳에 가만히 뿌리 내리고 진득하게 서 있고 싶은데 불어오는 바람탓에 자구만 휘청거리고 넘어졌다. 태풍이 지나간후 정신을 차리면 낯선 곳이기도 했다, 

한자리에서 안정감을 바라던 나는 바람을 원망했다.

저 바람만 불지 않으면 난 흔들릴 일이 없을 텐데.

 

이리저리 불안하게 날아다닌 것을 반복하던 어느 때, 나는 운 좋게도 바람이 불지 않고 비옥한 땅 위로 올 수 있었다. 이제 내가 그동안 바라던 대로 한곳에서 안정적으로 서 있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도 종종 흔들렸다. 바람이 불었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면 어디에도 바람의 흔적은 없었다.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서 있는 이들 옆에서 나 혼자만 휘청거리니 그 움직임은 더 크게 보였고 , 바람탓을 할 수도 없었다.

 

제야 나는 알았다. 나를 흔들었던 건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부는 바람이었다는 것을.

그것을 알고 난 지금도 여전히 곧잘 흔들리지만 그럴 때마다 이젠 밖을 둘러보지 않고 마음안을 살핀다. 마음에 이는 바람 이 나갈 수 있게 길을 터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와 덤덤함이 생겼다. 잠시 흔들지언정 내가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고무나무가 지난겨울부터 잎이 모조리 갈색으로 변하더니 말라 비틀어진 채로 힘없이 떨어졌다.... 그렇게 되엇을 때 물을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저 죽어가는 걸 보고 있을 수 밖에는 ... 

 

시들어가는 것에도 손 쓸새없이 지켜봐야만 하듯 내게서 시들고 멀어지는 것들도 그냥 바라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차마 죽은 나무를 화분에서 비우지 못하고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치워 뒀다. 

 

그런데 두어달쯤 지난 오늘, 나무에 핀 작은 새잎을 보고 깜짝 놀랐다. 크기는 매우 작은데 탱탱하고 선명한 초록색 잎이 죽은 줄 알았던 나뭇가지 여러군데에 달려 있다. 시든것은 다시 피어날 수 없고 한 번 저지른 잘못은 주워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새잎은 내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내가 죽은 줄 알고 놀랐구나

다시 피기 위해 시들기도 해.

잠깜 졌을 뿐, 시든것이 모두 끝난 건 아니야. 

그래, 너도 마찬가지야."

시들어 가는 것들 중에 이렇게 나의 나무가 다시 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래, 고작 나무일지 모르지만 시든것도 다시 필수 있다는 희망을 줬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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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물이든 내가지닌 어떤 것이든...

시들어 죽은듯하여 한쪽으로 치운 것이 많다.

분명 죽은듯이 소생할 기운이 전혀 없던 ..

그러나 어느날 문득 보면 그런 것들이 다시 소생할 때가 있다.

먼지덮인채로 저 밑 어딘가에 숨어 있든것들이

푸드득 하고 날개짓을 할 때가 있으니

내게 들어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너무 체념하지 않게 되기를...

이 가을 그리하여 따뜻해 지기를... -()- 

지은이의 따뜻한 마음들이 엿보이며 나도 따뜻해진다. 잔잔한 가을바람처럼  기분괜찮아지는 ..이 가을에 읽으면 담담한 마음으로 조금은 미소짓고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그런...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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