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마음을 두고와도 괜찮아/배종훈 드로잉에세이/더블북

다림영 2023. 11. 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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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도보여행자는 유독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로지 자신의 걸음에만 집중하기 우해서일 것이다. 자신의 걸음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다.  혼자 길을 찾고 걸으면힘들고지쳐 복잡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몸은 힘들지만 오히려 머리는 편안해지고 고요해진다.

 

자연의 소리와 자신의 숨소리만 들리는 깊은 숲길에 혼자 있어 보면 홀로 걷는 여행의 약효가 온몸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만 들여다보는 시간은 여행이 깊어지고  길어지고 점차 확대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바뀐다. 

식당에 앉아 밥을 주문하고 주문한 식사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이미 식사후에 할 일을 생각하는 삶에 익숙해져있다. 바쁘고 성실하게 살지만 그것은 겨우 현재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사느라 그 삶의 의미와 가치, 굼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어찌될지 모를 미래의 행복을 위해 당장의 행복은 모르고 산다. 지난날 꿈꾸었던 미래의 행복한 날이 지금 이 순간일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아니라고 뒤로 미루며 살고 있다.

이젠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며 누릴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수행자들은 '비움'의 길을 찾고 있다. 자신을 비우고 비워 얻으려는 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채우지 않는 삶이 아니라 끝없이 채울 수 잇는 여유 현재의 모든 것에 만족하는 삶일지 모른다. 어떤 것은 있어서 좋고, 그것은 없어서 좋으며, 많은 것도 만족하고, 부족한 것도 아쉬워하지 않는 마음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길가에 앉은 나를 지나쳐 걷던 독일에서 왔다는 의사가 돌아와 물이 있느냐 물었다. 가방을 열어 물을 건네주자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내가 지쳐보여서 물이 없다면 나누어 주려고 했다며 사탕하나 를 건네고 앞서 걸어갔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사탕을 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협곡에서 넓은 마음을 찾다-

혼자 하는 여행의 최대 장점은 침묵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말을 줄이면 생각이 깊어지게 마련이고, 생각이 깊어지면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작은 것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살펴보게 된다.나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을 하나라도 줄이면 그 만큼의 여백으로 자신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긴다. 

 

구마노 강변을 따라 달리는 시골버스의 무료함이 따뜻하고 편안했다. 

도쿄의 협곡은 일본 최고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깊은 협곡으로서 촐길이가 장장 31킬로미터에 달한다. 버스에서 내려 협곡으로 가는 유람선 시간을 살폈다.

 

15분이 남아 대합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 구경을 하다가 시골버스칸큼이나 수수하고 평범한 유람선에 올랐다. 국적이 다양한 여행객들이 절반쯤을 채우고 잇었다. 유람선에 올랐다. 국적이 다양한 여행객들이 절반쯤을 채우고 있었다. 유람선은 버스에서 바라봤던 구마노강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왔던 길 그대로를 거꾸로 달린다. 

이 강의 어디에 협곡이 있을까?

 

왜 깨달음이나 교훈은 언제나 모든 것이 지난 다음에 올까?

그 사람이 그때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그 물건이 내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는지.

그때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행동을 한 것인지.그날 내가 그 말을 왜 했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 날이 이렇게 아프게 기억날지 몰랐다.

건너편에 연인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보였다. 서로를 보는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그랬다. 

사랑은 시작될 듯 말 듯한 순간이 가장 애틋하고 아름답다. 

이별이 곧 다가올 것을 알 때 가장 괴롭고 아프다.

누군가를 사랑할 듯 말 듯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세상에 없을까?

 

 

 

버스를 놓칠까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버스가 오기 전 노천 온천에 발이라도 담그러 갈까 하는 생각으로 바뀔만큼 갑자기 느긋해졌다.

나무의자에 앉았다. 종일 동네 아이들과 여행객으로 북적이던 곳이 지금은 물소리와 새소리뿐이다. 시간에 따라 그 장소를 채우는 소리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인간의 소리가 담길 시간이 아닌 것 같았다.

 

시계나 스마트폰이 없어도 그림자와 어둠이 시간을 느끼게 한다. 시간을 느끼려면 눈으로 보는 시계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중에도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입고, 어디서 자느냐의 문제다. 사람은 먹고 자고 입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결국 그것이  삶의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게으른 여행은 어쩌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유명한 장소와 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못 본것 보러 다시 와야겠군 하는 즐거운 핑계가 생긴다. 그것은 어쩌면 게으르고 느긋한 여행자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일본을 찾을 때마다골목의 모퉁이나 어느 구석에 자리잡은 낡은 물건에 먼저 눈길이 간다. 그리고 그 오래된 것을 새것으로 바꾸거나 없애지 않고 시간이 쌓인 그 모습 그대로 단정하고 깨끗하게 자리를 지키도록 관리하는 누군가의 마음에 감탄과 함께 미소가 지어진다. 

특별할 것이 없는 공간을 특별하게 하는 마법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린다.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방인에게도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한편 놀랍고 고맙다.

낯선이를 우선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거나 인사는 커녕 본체만체하는 우리의 정서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새삼살펴보게 된다. 누구에게든 편안한 인사와 미소를 건넬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상점가의 전통과자집주인, 차와 다기를 파는 가게의아름답게 나이든 여주인, 오래된 간장 공장과 사케 공장의 주인내외, 골목에서 만난 공네주민, 웃으며 자전거를 맡아주는 동네 주유소의 직원들... 모두가 다마시마를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사들이다. 

 

 

 

설렘과 즐거움을 더욱 크게 주는 것응 예상치 않은, 예측이 불가능한 여행이 아닐까?

아키다로의 여행은 어찌보면 굉장히 즉흥적으로 결정되었다. 원래도 철저하게 계획된 여행을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일정도 여정도 없이 가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덜컥 항공권을 받아들고 나니 걱정이 뒤따라 들어왔다. 고민할 틈을 주지 않고 출발 직전의 비행기에 태워진 기분이었지만 마음이 홀가분했다. 

 

여유롭고 행복한 여행을 할 때면 항상 삶을 여행처럼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곧 돌아가야 할 일상에 대한 압박을 피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일상의 하루하루를 느긋하게 지내며, 보는 것, 먹는 것마다 행복하게 받아들인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여행만큼이나 설레고 멋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말이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고 하지만 막상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그 마음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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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훌쩍 읽게 된 책..

그림과 함께 즐거웠다.

삼십년전쯤 일본에 다녀왔다.

둘째아이가 갓난 아이였을때 다녀왔는데 형제들과 함께였다.

그때 일본은 조용하고 깨끗하고 여자들의 나긋한 인사 그리고 

오래된 주택 골목에 이어지던 작은 상점들의 아기자기함 ,

라면값이 너무 비싸서 맛없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이 남아있다. 

 

그후 일본책을 많이 들여다 보고했는데.. 세월이 세월인지라 다 잊고 

요즘 아이들은 틈만나면 일본을 가곤 하는데 참 많이 변한 세상이 신기하기만 하다. 

 

얼마전 가족과 함께 큰일을 잘 치루고 우리 모두의 노고에 치하하며 훌쩍 가평에 다녀왔다.

가을볕에 물든 아름다운 단풍따라 마냥 좋았다. 가는길마다 막히고 기다렸지만 기다린만큼 풍경이 주는 기쁨은 기다린 시간을 훌훌 날려버리게 했다. 

남이섬에선 숲길을 걷는내내 나는 맨발이었다. 정말 좋았다. 

아이들은 좀 그런표정이었으나 엄마를 내버려두었다. .. ^^

 

언젠가부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우리는 잊을만하면 머리를 맞대고 어디를 갈것인가 궁리한다.   가평에 다녀오며 일본을 언급하긴 했는데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마음만 먹으면 일단 씨앗을 뿌린것이니.. -()-

 

배종훈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다. 편안하게 읽혀지니 가볍고 좋다. 다음에도 한번 더 찾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든다. 

설국의 배경 이었던가... 그 하얀 지방 어디에 며칠 묵고 싶다는 생각을 간혹 했는데... 

 

여행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고 즐거운 혹은 새로운 경험속에 늘 똑 같이 돌아가는 정신과 몸의 틀을 깨며 젊은마음을 얻게 한다.

귀를 열게 하고 눈을 크게 뜨게 하고 자유로운 시간속에서 아이처럼 행복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디로든 시간이 허락하면 나설일이다.  아이처럼 즐거울 수  있는 곳이니 .. 그곳이 그어느곳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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