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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앞에서 주역을 읽다/이상수/웅진지식하우스

다림영 2023. 6. 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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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수 있는 것과 없는것

어떤 것을 바꿀 수 있고 어떤 것을 바꿀 수 없는가. 이것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꿀 수 없는 일에는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와 고대 중국의 철학자 순자 두 사람을 불러내 이야기를 들어보자 . 두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고 사색했지만 결론은 매우 닮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무엇을 접어두고 무엇에 실천을 집중해야 하는지 가닥을 잡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노예철학자의 물음

에픽테토스는 로마 동쪽의 변경인 프리기아에서 노예의 아들로 태어났다.그는 비록 노예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그이 주인은 일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있는 에픽테토스에분노해 어린 그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에픽테토스는 노예노동에 더욱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 만난 다른 관대한 주인은 노동능력이 떨어지는 그를 풀어주었다.

 

노예신분에서 풀려난 그는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잇었다. 그의 제자 가운데는 유명한 황제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생각, 감정 , 의견, 욕망, 애착, 자유, 자제력 등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물려받은 재산, 신체, 명성, 돌발사고, 자기에 관한 다른 사람의 평판등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수가 없다.

 

성장판이 닫힌 뒤에는 아무리 고민해도 키를 더 크게 할 수 없다. 수명을 무한정 연장시킬 수도 없다. 우리 모두언젠가는 죽어야 할 운명이다. 부자의 아들로 태어날지 노예의 딸로 태어날지도 자기 의지댈 정할 수 없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생각과 감정이다.

 

에픽테토스의 결론은 이것이다.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삶을 낭비하지 말고 자기의지로 바꿀 수 있는 일을 하라." 그럼으로써우리는 운명에 대해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은 그 누구라도 자유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노예로부터 당신이 진정한 자유인이냐는 질문을 듣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주인이 되어 바꿀 수 있는 것은 그대로 방치하고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예속되어 있는 한, 누구도 진정한 자유인이 아니다. 

 

숙명: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

무엇을 바꿀 수 없는가.

우선 자연의 법칙은 바뿔수 없다. 황무지를 개간할 수는 있어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를 바꿀수는 없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지구가 태양계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사계절과 자연의 법칙은 바꿀 수 없다. 자연의 우연한 선택에 의해 혹은 삼신할머니 마음대로 부잣집에 혹은 가난한 집에 태어나고, 더러는 건강하게 더러는 나약하게 태어난다는 사실도 바꿀 수 없다. 

 

인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가 진행되어 기력이 쇠약해지고, 총기가 떨어지며, 언젠가는 죽는다. 어떤 부자도, 운동선수도, 과학자도, 성직자도 이 자연 현상만은 비켜갈 수 없다.

 

요즘은 성형수술이 발달해 얼굴을 크게 고칠 수있다.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바꾸기도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연법칙이 만들어놓은 다양한 우연적 상황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야 한다는 점은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어떤 씨앗은 비옥한 땅에 떨어지고 어떤 씨앗은 바위틈에 떨어진다. 두 씨앗은 서로 다른 환경에 처했지만 각자의 고투를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인생 또한 각자가 우연히 마주친 조건 속에서 고투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노력으로 바꿀수 없다.인간이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숙명宿命'이라고 한다. 운명가운데 자신의 힘으로 결코 바꿀 수 없는 것만을 특별히 '숙명'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운명:인간의 노력앞에 열려 있는것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면 고치지 못할 운명은 없다.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숙명이다. 그렇다고 여름에는 쪄 죽고 겨울에는 얼어죽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고대 중국전국시대의 합리적 사상가인 순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늘의 움직임에는 늘 그러한 법칙이 잇다. 요임금 같은 훌륭한 통치자 때문에 하늘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걸임금같은 나쁜 통치자 때문에 하늘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늘의 움직임에 잘 순응해 세상을 다스리면 길하고 , 그에 잘 순응하지 못해 세상을 어지럽히면 흉하다. 

 

자기가 힘써야 할 일에 힘쓰고 씀씀이를 아끼면 하늘도 그를 가난하게 할 수 없고, 몸을 잘 돌보고 때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은 하늘도 그를 병이 나게 할 수 없으며 , 길을 따라 오로지 한마음으로 걸어가면 하늘도 그에게 재앙을 내릴 수 없다.

 

장마와 가뭄도 이런 사람은 굶주리게 할 수 없고, 모진 추위와 모진 더위도 이런 사람은 병들게 할 수 없으며, 요괴잡신도 이런 사람은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 

 

자기가 힘써야 할 일은 버려두고 씀씀이도 헤프면 하늘도 그를 부자로 만들 수 없고, 몸을 돌보지 않고 때에 맞게 행동하지 않으면 하늘도 그를 건강하게 할 수 없으며, 올바른 길을 어기고 멋대로 행동하면 하늘도 그를 길하게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장마와 가뭄이 닥치지 않더라도 굶주리고 , 모진 추위와 모진 더위가 닥치기도 전에 병이 나며, 요괴잡신이 나타나기도 전에 불행에 빠진다.

...그러므로 하늘이 하는 일과 사람이 하는 일을 밝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순자](천론)

 

순자는 '하늘이 하는일'과 '사람이 하는일'을 구분하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을 '하늘과 사람의 나뉨(天人之分)'이라고 불렀다. 

순자와 에픽테토스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450개의 '만약'이라는 운명

운명에 관한한 [주역]은 에픽테토스나 순자와 같은 태도를 취한다.

[주역]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신비의 세계를 알아내려는 책이 아니다. [주역]은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잇는 것을 능동적으로 바꾸라는, 매우 확실하고 실천 가능한 메시지를 준다. 나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나의 생각과 행동이다. 운명을 바꾸길 원한다면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생각과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운명 바뀌지 않는다. 

 

[주역]에는 괘사 64개, 효사 386개 등모두 450개의 판단이 나온다.

450개의 괘.효사는 예외없이 '상황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길흉판단'의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효를 보면 "x이면 y일 것이다"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y는x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면 그 결과가 어떨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담고 있다. 가령 길하다(吉), 흉하다(凶),뉘우칠것이다(悔), 어려울 것이다, 허물이 있을 것이다, 허물이 없을 것이다 등이 그런 판단이다. 

 

이처럼 [주역]에 나오는 길하다, 흉하다는 말은, 제비뽑아서 운이 좋거나 나쁘다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주역]에이유없이 길하거나 흉한 사태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 적절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반응하면 길하고, 그러지 못하고 무리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흉하다. 

 

[주역]에는 길흉 이외에 누위침과 어려움이 잇는데, 이 두가지를 합쳐서 '회린悔吝'이라고 한다. 뉘우침과 어려움은 길흉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뉘우침이 있을 것이란 말은 흉한 상황을 돌이켜 뉘우칠 수  있다면 길해질 수 잇다는 말이다. 흉함은 뉘우침을 거쳐 길함으로 갈 수 있다.

 

또 어려워질 것이란 말은 길한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어려움에 빠져 결국 흉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길함은 어려움을 거쳐 흉함으로 갈 수 있다. 

 

[주역]을 읽다보면 길하거나 흉하다는 효보다 뉘우침이 잇거나 어려워질 것이라는 대목, 혹은 위태로울 것이라는 대목에 인간적인 고뇌가 더 많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뉘우침, 어려움, 위태로움은 대체로 이루기 어려운 욕망을 추구하거나 정당하지 않은 방법을 동원할 때 생긴다.

 

그런줄 알면서도 미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주역]은 "너는 이런운명을 겪을 것이다"라고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너는 x라는 전제조건 아래서 y와 같을 것이다"라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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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때부터 담배를 피는 사람은 폐암이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사람보다 수백배 높을 것이다. 

오랫동안 매일같이 술을 먹는사람은 다양한 병을 불러올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바도 수백배 높을 것이다.

청년기 때 놀기를 원하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의 미래는 누가 보아도 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확천금만을 바라고 그런것에 휩싸인 사람의 결과는 보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 

"X이면 Y일 것이다"

운명의 기막힌 결론...

새삼스럽게 지은이의 말씀으로 공부가 되었다. 

 

인간의 행동에 따라서 운명은 변하는 것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 

내힘으로 바꿀수 있는 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내 행동만큼 환한 방향으로 안내될 터이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지금의 힘듦을 마다하고 땀을 흘리고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젊은이의 미래는 빛나는 결과를 가져다 줄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미래는 있다. 여기저기 한곳 두곳 고장이 나고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있지만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앞날은 구름이 끼거나 햇살이 드리우거나 할 것이다. 

공부를 게을리 말아야 하겠다.

마음을 곧게 세우고 몸을 가지런히 하며 생각을 맑게 긍정의 힘으로

이 하루 새소리를 들으며 깨어나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음의 감사함으로 하루를 일궈나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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