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불러세웠다/원영/수오서재

다림영 2023. 6. 1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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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사 여름캠프인 '붓다의 향기'에 강연하러 갔다가 '가시'이야기가 나왔다. 그만 뽑아버리라고 했더니, 한 아주머니가 손을 들었다. 그 가시가 가족이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거였다.

 

그렇다. 그 가시가 가족이면 낭패다. 하지만 가족 중에도 가시 같은 이가 있다. 어려서 말 잘 듣던 아이가 커가면서 가시가 되기도 하고, 결혼하기 전엔 그렇게 편안했던 사람이 결혼 후엔 가시 돋친 말로 생채기를 낼 때도 있으니까.

 

그 질문을 받자마자 나는 그 가시가 자식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제 그만 자식을 놔주라고 했다. 아이 위해 살지 말고 자신을  위해 살라고. 남편한테나 잘하고 지내라고 얘기했더니 그 가시가 글쎄, 남편이란다. "그럼 그 가시 , 얼른 확- 뽑아버리세요" 했더니 주위 분들이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하지만요, 그 남편 늙고 힘없어지면 가시도 못 됩니다. 그거 쭈그렁한 불쌍한 노인네로 변하는데 뭐하러 속 썩고 사세요. 마음 비우고 그러려니 하세요. 평생 살아도 그 가시는 안뽑힙니다.

 

그리고 그 가시가 박힌 원인은 자기에게도 있어요. 알고 계시죠?"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빙그레 웃는다.

 

남이 가시가 되어 박혔으면 오히려 뽑기 쉽다. 아니 그런 가시는 엄밀히 말해 내 삶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뽑을 필요도 없다. 그냥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가족은 다르다. 가족이 가시가 되어 박히면 남들보다 더 깊이 박히고, 빼내기도 아주 힘들다 . 그러니 상처도 깊을 수밖에.

 

사람들은 마음에 가시가 박히면 항상 이걸 어떻게 빼느냐고 묻는다. 이 가시가 왜 박혔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하지 않는다. 

내마음의 상처, 내가 당한 아픔만 생각하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해서 여기까지 왔느지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부부 사이를 들여다보면 요구하는 사랑이 대부분이다. 아내는 남편이 어떻게 해주기를, 남편은 아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행복할까에 대해서는 많은 시간과 고민을 할애하지 않는다. 

 

헤르만헤세는 "요구하지 않는 사람. 이것이 우리 영혼의 가장 고귀하고 바람직한 경지이다" 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바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요구하지 않는 것이 부부사이의 가시를 빼는 지름길이라고. 

 

용서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 우리가 '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을 포함해,

용서는 그들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는 상관없이.

세상 모든 존재는 우리 자신이 그렇듯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그러면 그들에 대한 자비심을 키우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달라이 라마[용서]중에서 

 

 

결핍

우리는 대개 선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왜 나만 이럴까 싶겠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모두가 그렇다.

그걸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알았다.

 

우리 모두는 선천적으로 부족하게 타고 났다.

누구는 그것을 업이라하고

누구는 그것을 장애라 한다. 

 

부족한 부분을 결핍이라고 단정 짓고 싶진 않다.

결핍은 오히려 겸손의 모태가 되고

가능성의 배후가 되는 것이라 믿고 싶을 뿐이다.

 

 

버려야 하는 이유

뭔가를 채우는 일은 우리 인간의 본능일지 모른다.

그래서 채우는 일은 쉽다.

하지만 버리고 비우는 일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많이 소유하면 짐이 된다는 사실.

비워야만 다시 채울 수 있다는 평범한 깨우침을

늘 인식하고 욕심 내지 않으며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버려야 얻을 수 있다.

버려야 누릴 수 있다.

버려야 채울 수 있다.

우리가 버려야 하는 이유다.

 

책에 대한 나의 집착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책이 나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내가 책을 붙잡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아우성치며 붙잡고 잇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도서관에 기증한다고 말한 뒤부터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얼마든지 맡길 곳이 있는데, 무엇하러 고민했었나 싶다. 

 

비단 물건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상대방의 마음과 상관없이 자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애걸복걸하는 것일 수 있다. 조금만 내려놓으면 더 여유롭게 사랑하고 편안해질 텐데. 그러니 두 손으로 붙잡지 마라. 한 손으로만 잡아도 충분하다. 

 

거기, 당신의 '마음'이 있어요

웃을일 없다는 얘기는 예나 지금이나 참 많이 듣는다.

우린 지금도 여전히 그런 세상에 산다.

한번은 방송국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밤, 막 한강을 건너가고 있던 서울의 지하철에서 

이런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지금은  잠실나루 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잠시 보고 계신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시고 창밖을 봐주십시오. 

여유를 가지고 아름다운 창밖의 야경을 보시면서

오늘 하루 좋지 않았던 일들은 이 열차에 두고 내리시기 바랍니다."

 

별다른 소회 없이 어딘가로 이동하는 사람도 

마음이 무거워서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사람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집으로 향하던 사람도

아마도 그 순간 모두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가끔 살다 보면 거기에 마음이 있다는 걸 잊을 때가 있다.

무감각하다고 여겨지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러다가 설레는 일에 한 번,

감동스러운 일에 한 번,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한번,

조용하던 마음이 존재를 알린다.

그렇게 소리없이 어깨가 들썩이고 흔들리는 마음을 보면서 

'아, 여기, 내 마음이 있구나' 하고 깨달을 때가 있다.

 

무언가에 내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는 순간이 있듯, 

오늘 당신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 보시길.

 

 

강화 전등사 절 기둥에 적힌 멋진 글을 본 기억이 난다. 거기에 한 기둥 한 기둥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온종일 바쁜 일 없이 한가로우니

향이나 사르면서 일생을 보내려네.

새 소리 들으며 마음자리 밝히고

꽃보며 색과 공을 깨우치려네.

산봉우리 위엔 흰 구름 많고

옷소매 속엔 동해가 들어 있네.

외로운 달은 파도 속에 잠겼는데 

엷은 구름 바위 사이에 머무는구나.

 

걱정 줄이기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듯

걱정도 꼭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하자.

쓸데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다.

우리는 대개 상황파악도 정확히 하지 않은채 걱정부터 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고집 때문에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욕심의 크기 줄이기

물 끓는 소리가 경쾌하다.

맑은 차 한 잔을 내려 앞에 놓고

향이 퍼져가는 걸 즐긴다.

평온의 향기, 여유의 향기, 무심의 향기다.

연녹색 차의 향기는 욕심을 채운다.

 

나는 요즘 가급적이면 물건을 줄이려고 한다.

사실 전에는 물건을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딱히 물건이 많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비우고 버리고 싶은 욕망에 빠졌다.

어느덧 간고 싶다고 해서 다 가질 수도 없다는 진실에 도달했고,

무엇보다 많이 가질수록 좁아지는 공간이 싫었다.

소유한 물건이 많을 수록 생활이 복잡해진다.

 

사람들에게도 가급적이면 적게 소유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물건을 적게 가지라고 해도 

그 기준은 저마다의 욕심 따라 다르다.

그러니 먼저 욕심의 크기부터 줄여야 한다.

욕심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더욱 커지고,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도 절로 우러날 테니.

 

욕망에는 항상 절망이 뒤따르고

욕심에는 허망이 뒤따르니

차 한 잔의 여유에도 감사할 일이다. 

 

고뇌에서 벗어나는 길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스님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잇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대답 대신 나무를 끌어안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이 행동을 이해하려면 나무를 붙잡고 있는 스님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즉 나무가 스님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님이 나무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고뇌 역시 마찬가지다. 놓아버리면 그뿐이라고 스님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놔 버리면 될 것을 괜히 혼자 붙잡고 늘어지면서 아우성치는 것 뿐인데, 정작 우린 그것을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근심이나 걱정은 흐르는 시간에게 맡겨두는 것이 가장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부디 걱정에 시달려 할 일도 못하고 몸은 몸대로 상하지 않기를. 그러지 마시길.

 

"깨달음이란 그를 추구하는 시간과 노력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관점을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

-현응스님의 [깨달음과 역사] 중에서 

정리정돈

정리정돈을 한다는 것은 마음을 정리한다는 일이다.

간혹 나는 열려 있는 사람을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쳐서 다리에 상처를 입을 때가 있다.

어떤 땐 의자를 제대로 넣어놓지 않아서 부딪쳐서 멍이 들기도 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살피지 않은 관계, 정리하지 않은 관계는 내가 가는 길목마다 불현듯 나타나  나를 이리저리 치이게 만든다.

화가 나지만 , 누굴 탓하려야 탓할 사람도 없다. 정리정돈을 하지 않은 스스로를 원망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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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불편한 관계가 며칠 지속되고 있다.

난 받지 않았는데 손님은 주었다는 것이다. 

주문장엔 줄 그림을 그려놓고  줄만 받았음을 표기해놓고 

가끔 이사람이 그사람인가 하여 인상착의 등을 기재해놓는다. 

 

요즘엔 그런일이 거의 없었는데 대뜸 줄 말고 메달도 주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얘길하고 적은 것을 보여주고 영상을 보내주어도 이것저것 동그라미를 

치고 그것이 자기의 그것이란다.....크게 보아도 확인할 길이 없는 ... 

오랫동안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이라도  수리를 맡기는 손님이었다. 

 

그가 나쁜의도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확실치 않는 기억속에서 없으니 

내게 주었다 생각을 하는듯 싶다. 

나또한 모를일이나 받아놓고도 잃어버렸을 수도 있겠지 했지만 

영상확인을 하니 줄만들어갔고 그 줄을 푸느라 고생했던 생각만 떠올랐다. 

 

그러거나 아니거나 손님의 말이 다 맞는 것으로 가야 하는 동네장사다. 

며칠 고민하고 신경을 썼더니 금세 몸이 탈이 났다..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못하고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누구 말처럼 그러던지 말던지 신경을 쓰지 않고도 살수 있지만 장사를 하면서

그것은 옳지 않음을 알기에 출근하면서 마음정리를 했다. 

 

나는 타로와 철학으로 손님을 만나기도 한다. 가끔 이런일이 있으면 손님의 의중과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타로에 묻는다. ..

타로는 진심은 아니어도 손님위주로 가야 한다고

조언이 나왔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말이다. 

 

서로가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분명 물러설 기가 보이지 않을 것이고  

처음엔 어떤 모양이냐 하고 물으니 가게에 있는 작은 메달 비슷한 것이라 하더니

사진은 전혀다른 검은 색을 보내왔다....

그런가 보다 하기로 했다.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메달만 없어졌으니 그에 대한 보상만하려 한다.

그리고 그동안 다른 가게도 있는데 내게 들려준 감사인사도 하기로 했다.

그녀가 나쁜사람은 아닐것이라 본다. .. 

 

마음을 그렇게 먹고나니 편해졌다.

이러한 내 마음이 그녀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일이 잘 매듭지어지길 바라며 다른 일에 몰두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할일도 많은데 그녀와의 일로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탈이났고 마음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무슨 영화를 누릴 것이라고 작은것 하나에 이런일이 생겨야 한단 말인가...

모두가 철저히 준비하지 않은 내 탓이 클것이다. 

 

문서와 마음이 합이 된날이다.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날이 될 것이라 믿으며...

스님의 책을 뒤적이며 위로를 받는다.

 

사는일이 별것도 아닌데 작은문제 앞에서 금새 불행을 만난다.

심심한 날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된다.

나이가 들어도 별스럽지 않을 일들로 흔들리는 나를 본다.

앞으로 또 나는 손님의 물건을 받을때 차후에 있을것을 대비하며  더 상세히 기록해야 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수양... 공부가 필요함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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