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습정/정민/김영사

다림영 2023. 4. 1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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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내려놓고 가라앉혀라 침정신정沈靜申定

명나라 여곤이 [신음어]에서 이렇게 말했다.

침정 즉 고요함에 잠기는 것은 입 다물고 침묵한다는 말이 아니다. 뜻을 깊이 머금어 자태가 한가롭고 단정한 것이야말로 참된 고요함이다.

비록 온종일 말을 하고, 혹 천군만마중에서 서로를 공격하며,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번잡한 사무에 응하더라도 침정함에 방해받지 않는 것은 신정神定곧 정신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드날려 뜻이 흔들리면, 종일 단정히 앉아 적막하게 말 한마디 하지 않다도 기색이 절로 들뜨고 만다. 혹 뜻이 드날려 흔들리지 않는다. 해도 멍하니 졸린 듯한 상태라면 모두 침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침정은 마음에 일렁임이 없이 맑게 가라앉은 상태다. 침정은 신정에서 나온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 번잡한 사무를 보고 말을 많이 해도 일체의 일렁임이 없다. 

이덕무는 [원한]에서 이렇게 썼다.

넓은거리 큰길 속에도 한가로움이 있다. 마음이 진실로 한가롭다면 어찌 굳이 강호나 산림을 찾겠는가? 내 집은 시장 곂에 있다. 해가 뜨면 마을 사람이 물건을 파느라 시끄럽다. 해가 지면 마을의 개들이 무리지어 짖는다. 하지만 나는 홀로 책을 읽으며 편안하다.

이따금 문밖을 나서면 달리는 사람은 땀을 흘리고, 말 탄 사람은 내닫으며, 수레와 말은 뒤섞여 얽혀 있다. 나만 홀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일찍이 소란함으로 인해 나의 한가로움을 잃지 않으니, 내 마음이 한가롭기 때문이다. 

엉뚱한 데 가서 턱없이 찾으니 마음이 자꾸 들떠 허황해진다. 가만히 내려놓고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 먼저다. 고요함은 산속에 있지 않고 내 마음속에 있다. 

 

자모인모自侮人侮-허물이 있어도 고치면 귀하다

반성은 옷매무새와 몸가짐을 바로 하고, 행실과 언어를 점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과도한 욕심을 성 쌓듯 둘러막고, 마음속 분노는 비로쓸듯 쓸어낸다.

 

한불방과限不放過

[언행휘찬]의 한 대목

한가할 때 허투루 지나치지 않아야, 바쁜 곳에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고요할 때 허망함에 떨어지지 않아야, 움직일 때 쓰임을 받음이 있다. 어두운 가운데 속여 숨기지 않아야, 밝은 데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젊었을 때 나태하고 게으리지 않아야, 늙어서 쓰임을 받음이 있다.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부러진다. 지극한 사람이 부드러움을 귀히 여기는 까닭이다. 칼날은 예리해서 부러진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은 두터움을 중하게 여긴다. 신룡神龍은 보기 어렵기 대문에 상서롭다고 말한다. 이때문에 지극한 사람은 감추는 것을 귀하게 본다. 푸른 바다는 아득히 넓어 헤아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지극한 사람은 깊은 것을 소중히 여긴다.

 

능내구전能耐久全

더뎌야만 오래간다

이항로가 말했다.

공부함에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오래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오래 견딜 수 없다면 아주 작은 일조차 해낼 수가 없다. 

김규오는 또[외암홍공행장]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의 근심은 흔히 괴로움을 능히 견뎌내지 못하는 데 있다. 한번 근심이 있게 되면 문득 여기에 얽매여 동요하고 만다. 그러니 그 사생과 화복에 있어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운양 김윤식의 시[감람橄欖]은 이렇다.

푸릇푸릇 소금에 절인 흔적 약간 띠어

가만히 씹어보자 맛있는 줄 알겠구나

충언도 급히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풀어말하면 뉘 능히 번거로움 견뎌낼까?

 

소금에 절인 올리브 열매를 오래 씹자 그제야 맛없는 맛이 느껴진다. 세상일이 이와 같아 오랜 시간 번거로운과정을 견대내야만 비로소 참맛을 알수 있다. 그렇다고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해서는 외려 역효과가 난다. 

 

강석규가 쓴 [차류만춘기시운]의 첫 네 구는 이렇다.

늙도록 공부 힘써 무릎 닿아 책상뚫고

몇 번의 더위 추위 지났는지 모르겠네.

이무기가 설령 뇌우 만나지 못한대

송백은 눈서리를 외려 능히 견딘다네

 

평생 쓴 책상이 무릎에 닳아 구멍이 난 사이에 몇 번의 여름과 겨울이 지나갔던가. 이무기는 우레를 만나야 용이 되어 승천하지만, 설령 못 만난들 책과 함께한 일생이 부끄럽지는 않다. 송백이 송백인 것은 그 호된 눈보라와 무서리를 견뎌냈기 때문이다.

 

이수인은 시 [황자이국음黃紫二菊吟]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자주색 국화가 황국 곁에 돋더니만

황색 국화 더디 피고 자주 국화 먼저 핀다.

이제껏 바른 길은 더딘 성취 많아거니

더뎌야만 바야흐로 오래 견딜 수가 있네.

 

한세상 살다 가는 일이 온통 참고 견디며 쌓아가는 과정 일 뿐이다. 

구구소한九九消寒

81번의 추위를 건너야 봄과 만난다

 

뜬인생 어디에다 몸을 부칠까?

세계란 허공중의 한 떨기 꽃과 같네

흘러가는 세월을 뉘 능히 잡나?

해와 달 두 탄환이 쟁반위를 굴러간다.

 

환희와 같은 세계 속에서 뜬 인생이 살아간다. 잠깐만에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

'구구소환'이란 표현이 낯설어 찾아보니 명나라 유동이 지은 [제경경물략]에 나온다. "동짓날에 매화 한 가지에 흰꽃이 81개를 그려두고, 날마다 한 송이식 색칠한다. 색칠이 긑나 81송이가 피어나면 봄이 이미 깊었다.이것을 [구구소한도]라고 한다. "윤곽선만 그린 9*9, 즉 81송이의 매화 그림을 붙여놓고 하루에 한 송이씩 붉은 꽃을 피워낸다. 마침내 화면 가득 홍매가 난만하게 피어나면 추위는 자취없이 사라지고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강위는 눈보라가 몰아치던 동지밤, 벗들과 시를 짓고 술잔을 나누며 아직도 먼 봄소식에 귀를 기울였던 것이다. 

다음은 추사 김정희가 벗에게 보낸 편지다.

 

객관에 홀로 떨어져 지내니 그리운 마음이 복받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겠지요. 그대로 하여금 남산 잠두봉 아래 제일가는 집에 있으면서 다리 하나 부러진 솥에 등걸불을 피워놓고  구구소한의 모임을 갖게 한다면 또 어떤 경계이리까?

 

해묵은 솥은 다리 하나가 부러져 조금 삐걱대야 제맛이다. 거기에불을 피우고 옹기종기 모여 술잔이라도 나누면 좋을 텐데, 타지에서 홀로 지내려니 쓸쓸하고 외롭겠다는 위로를 이렇게 건넸다.

봄을 맞는 데는 매일 한 송이씩 81간 채색하는 정성이 든다. 81번의 추위를 건너야 진짜 봄과 만날 수 있다. 

 

득구불토得句不吐

말을 아껴야 고이는 것이 있다

옛 전시 도록을 뒤적이는데 추사의 대련 글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 쓴 글씨의 사연이 재미있다.

유산대형이 시에 너무 빠진지라 . 이것으로 경계한다. 

 

유산은 다산의 맏아들 정학연이다.아버지가 강진으로 유배간 뒤 그는 벼슬의 희망을 꺾었다. 다신은 폐족이 된 것에 절망하는 아들에게 학문에 더욱 힘쓸것을 주문했지만 그는 학문보다 시문에 더 마음을 쏟았다. 

추사는 그와 막역한 벗이었다. 추사가 정학연에게 서준 시구는 이렇다.

구절을 얻더라도 내밷지 말고 

시지어도 함부로 전하지 말게

 

마음에 곡 맞는 득의의 구절을 얻었더라도 국 참고 뱃속에만 간직하고 흡족한 시를 지었다 해도 세상에 함부로 전하지 말라는 얘기다. 정색의 말이라면 들은 상대가 대단히 불쾌 햇을 테지만, 글씨도 내용도 장난기가 다분하다. 샘솟듯 마르지 않는 정학연의 시재를 따라갈 수 없어 샘이나서 이렇게 썼지 싶다. 농담처럼 건네는 말속에 은근히 뼈도 있다 , 누구의 시인가 궁금해 찾아보니, 소동파와 두보의 시에서 한 구절씩 잘라내 잇댄 것이었다.

소동파는 이렇게 썼다.

시구얻고 차마 토하지 않음은 

옛것좋아 내 뜻이 빠져서라네

 

두보의 구절은 또 이렇다

술을 보면 서로 생각나겠지마는

시 지어도 함부로 전하지 말게.

 

문유십기文有十忌

글쓸때 해서는 안 될 열 가지 

명나라 원황이 글쓰기에서 꺼리는 열가지를 꼽아 문유십기를 썼다.[독서보]에 나온다.

 

첫번째는 두건기다. 속유俗儒나 늙은 서생이 진부한 이야기를 배설하듯 내뱉은 글이다.

두 번째는 학당기다. 엉터리 선생의 글을 흉내 낸 격의 글이다. 뜻이 용렬하고 견문은 조잡하다.

세번째는 훈고기다. 남의글을 끌어다가 제 말인 양 쓰거나, 버릇처럼 따지고 들어 가르치려고만 들면 못쓴다.

네번째는 파자기다. 글은 햇심을 곧장 찔러 툭 터져 시원스러워야지, 했던 말 자꾸하고 안해도 될 얘기를 섞으면 노파심 많은 할머니 글이 되고 만다. 

 

다섯번재는 규각기다. 규방의 아녀자처럼 눈썹을 그리고 입술을 바르며 분칠을 해서, 교태를 부려 분냄새만 물씬한 글을 말한다.

여섯번째는 걸아기다. 거지 동냥하듯 궁상을 떨며, 부잣집을 찾아가 먹다 남은 국이라도 달라는 격의 글이다. 

 

일곱번째는 무부기다. 바탕공부가 아예없어 돈후한 기상을 찾기가 어렵고 울뚝밸만 있다. 무기를 들고 치고 받거나, 공연히 성을 내며 무례하게 군다. 글 가운데 가장 천한 글이다. 

여덟번째는 시정기다. 글은 우아해야지 속되면 못쓴다. 해맑아야 지저분하면 안 된다. 거짓을 꾸며 진짜로 파는 것은 시정잡대들이 하는 짓이다. 잗단 이익에 눈이 멀어 말에 맛이 없고, 그 면목조차 가증스럽다. 

 

아홉번재는 예서기다. 아전처럼 윗사람을 속이고 아랫사람에게 군림하며, 이리저리 눈치보고 움츠러들어, 빈말뿐이고 알맹이가 없다.

 

열번째는 야호기다. 글에는 바르고 참된 맥락이 있어야 한다. 자칫 삿된 길로 빠져들면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해서 혹세무민하게 된다. 사람을 홀리는 들여우 같은 글이 되고 만다.

저도 모를 말 하지 말고, 흉내 내지 말며, 가르치려 들지 말라. 쓸데없는 말, 꾸미는 말을 버리고, 글로 궁상을 떨어도 안 된다. 멋대로 떠들고 속되거나 굽실대는 글, 남 속이는 글도 안된다. 사람이 발라야 글이 바르다. 꾸미고 속이는 순간 글은 무너진다. 

 

인품훈유人品薰蕕

남에 대해 하는 말에 사람의 그릇이 드러난다

 

훈은 향기나는 풀이고, 유는 고약한 냄새가 나는 풀이다. 남에 대해 말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그릇이 드러난다. 아랫사람의 좋은 점을 취해 자신이 발전시키는 사람이 있고,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짓밟아 제 권위를 내 세우려는 사람이 있다. 

 

초화계흔招禍啓釁

입을 봉해 말을 아껴야 하는이유

윤기가 자신을 경계하여 슨 [자경]이다

아아, 이내 몸을 /묵묵히 돌아보니,/ 성품 본시 못난데다/습성마저 게으르다./속은 텅 비었는데/어느새 늙었구나/입은 아직 뚫려있고/혀도 따라 움직여서/아침저녁 밥을 먹고/쉼없이 말을 한다/가슴속을 펴보여/되는대로 내뱉는다./

공부를 버려두고/경계하지않는다면,/나중엔 두려워서/용납될 곳 없으리니,/어이해 틀어막아/ 그 끝을 잘 마칠까?

 

사람이 누군들 말조심을 해야 하는 줄을 모르며, 입을 봉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끝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 마음을 능히 간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로 능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마음으로 잊지 않고, 말을 할 때는 세 번 따져본다. 말을 하려다가도 도로 거둔다면, 말을 해야 할 때 말을 하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때에 맞춰 누그러뜨린 뒤에 말하면 허물도 없고 후회도 없을 터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사람에게 말은 물이나 불과 같다. 사람은 물과 불이 없이는 살 수가 없다. 홍수나 화재가 나면 너무나 참혹해도 , 그 해로움을 삼가면 아무 폐단이 없다. 

아끼면 보석같은 말이 함부로 뱉어 오물이 되고 만다. 

 

염취박향廉取薄享

일마다 뜻대로 되는 것은 위태롭다

광성부원군 김만기의 집안은 부귀가 대단하고 자손이 많았다. 입춘첩에 만사여의란 글이 나붙었다. 김진규가 이를 보고 말했다. "이 입춘첩을 쓴 것이 누구냐? 사람이 세상에 나서 한 두가지도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어려운데 모든 일을 마음먹은 대로 이루게 해달라니, 조물주가 꺼릴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집안이 장차 쇠망하겠구나!" 얼마 후 수난을 당하고 유배를 가서 그 말대로 되었다. 

 

송나라 호안국이 말했다.

집안에서 가장 해서는 안 될 것이 일마다 뜻대로 되는 것이다. 일은 늘 부족한 곳이 있어야 좋다. 일마다 뜻에 흡족하면 문득 좋지 않은 일이 생겨나는 것을 여러번 시험해보았다. 소강절의 시에 '좋은 곷은 절반쯤 피었을 때본다'고 했는데, 가장 친절하고 맛이 있다. 

명나라 사람 육슈성이 지은 [청서필담]의 다음말도 같은 취지다

 

문장과 공업에 뜻을 둔 선비가 세상에서 원하던 것이 충족되면 종종 약을 구해 먹으면서까지 불로장생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세상사는 방법 중에, 취해 가진 운수가 이미 많으면 조물주가 빼상ㅅ을 것을 염려하여, 오직 아기면서 태연하게 처신하고, 검소하게 가져 적게 누리면서, 그 나머지를 조금식 이어나가는 것이 옳다. 

 

심동신피心動神疲

제 한 몸을 잘 간수하려면

당나라때 중준은 나이가 86세인데도 너무나 건강했다. 비결을 묻자 그가 말했다. "어려 [천자문]을 읽다가 '심동신피'라는 네 글자에서 개달은 바가 있었지. 이후 평생무슨일을 하든지 마음을 차분히 가졌을 뿐이라네" 그는 [천자문]의 "성품이 고요하니 정서가 편안하고, 마음이 움직이자 정신이 피곤하다"는 구절에서 일생 공부의 화두를 들었던 셈이다. 

우강의 구도인은 90여세로 온통 흰머리뿐이었지만 얼굴엔 늘 화색이 돌았다. 겨울 여름 할 것없이 한 벌 홑옷으로 났고, 비와 눈을 막지 않았다. 그는 바구니 하나를 늘 지니고 다녔는데, 뒤편에 작은 패쪽하나를 매달아 놓았다. 거기에는 네 구절의 시가 적혀 있었다.

 

늙어 더딤 성품이 게을러서고

병 없는 건 마음이 넉넉해서지.

살구꽃은 지나는 비 감당 못해도

푸른 솔은 겨울 추위 능히 견디네. 

 

송나라 소강절도 이런 시를 남겼다.

늙은이의 몸뚱이는 따뜻해야 하느니

안락과 가운데에 별도의 봄이 있네.

선옹이 쓸모없다 다들 얘기하지만

그래도 제 한몸은 건강하게 지킨다오. 

 

사람들은 나를 두고 이제 별 쓸모가 없다고들 얘기하지만, 내 몸 하나만은 건강하게 잘 지키며 산다. 그거면 됐다. 더 욕심부리지 않겠다. [일성격언록]에 나온다.

 

각병팔법却病八法

질병을 물리치는 여덟가지 방법

이수광이 [지붕유설]에서 '병을 물리치는 여덟가지 방법'을 소걔한다. 

첫째, "고요히 앉아 허공을 보며 모든 것을 비춰보면, 생사시비와 이해득실이 모두 망령되어 참이 아니다." 망집妄執을 버려 참됨을 깨달아라.

 

둘째, "번뇌가 앞에 나타나 떨쳐버릴 수 없거든, 한 가지 통쾌한 일을 찾아서 툭 놓아버린다. 이른바 경계를 빌려 마음을 조절하는 것이다. 번뇌를 풀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라. 

 

셋째,"언제나 나만 못한 것을 가지고 스스로 좋게 여겨 느긋하게 풀어준다."위쪽만 보면 답이 없다.나만 못한 처지를 생각하는 여유를 지녀라.

넷째,"조물주는 나를 힘들게 해서 살린다. 병을 만나 한가롭게 지내면 도리어 경사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 생긴다."엎어진 김에 쉬어가고 , 병을 원수가 아닌 벗으로 삼아라. 

 

다섯째,"날마다 대나무와 바위, 물고기와 새를 친구삼아 언제나 초탈하여 자득하는 운치를 지닌다." 자연을 벗삼아 생기는 여유와 생기를 간직하라. 

여섯째,"추운계절에는 바람을 조심하고, 음식과 기욕嗜慾은 담박하게하며, 생각과 염려는 줄인다.  가고 머물고 앉고 누움에 오로지 내 마음에 맞기만을 기약한다. "

찬바람을 조심하고 음식을 담백하게 먹고 생각은 적게 하여 쾌적함을 유지하라.

 

일곱째, 좋은 벗과 친구를  찾아서 마음을 활짝 열어 세속을 벗어난 이야기를 나눈다. "벗과의 상쾌한 대화로 마음의 찌꺼기를 걷어내라. 

 

여덟째, 병을 괴로워 말고, 죽음을 근심치도 말라. 언제나 마음을 느긋하게 평온하게 갖고 회포를 시원스럽게 품기를 기약한다. " 병에 찌들어 죽음의 공포에 짓눌리지 말고 시원스런 생각을 품어라.

 

이수광이 한마디를 보탰다."이 말대로 행하면 병을 물리칠 뿐만 아니라,양생하여 수명을 늘리는 으뜸가는 약이 될 것이다. "

 

처세십당處世十當

마땅히 갖춰야 할 열가지 처세법

[선유문]의 ,<초연거사육법도>에'처세십당' 즉 처세에 있어 마땅히 갖춰야 할 열가지 태도를 제시했다. 

첫째, 습기당제習氣當際'다. 습기는 오래도록 되풀이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젖어든 좋지 않은 버릇이다. 무의식중에 되풀이 하는 좋지 않은 버릇은 제거해야 한다. 

 

둘째는, '심행당식心行當息'이다. 마음과 행실은 차분히 내려놓아야 한다. 바쁘게 열심히 살더라도 가라앉혀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제악당단諸惡當斷'이다. 나쁜 생각, 악한 행동, 못된 습벽은 단호하게 결단해서 끊어야 한다. 

 

넷째는 '중선당행重善當行'이다. 좋은말을 하고 착한 일을 하며 남과 나누는 삶을 산다. 내가 해서 기쁘고 상대가 받아줄 일을 하나씩 실행에 옮긴다.

 

다섯째, 오욕당감五欲當減'이다. 오감이 부추기는 욕망의 길을 따라가다 절제를 잃어 명예를 잃고 나락에 떨어진다. 식욕과 성욕, 그 밖의 여러 물욕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여섯째, '삼업당정三業當淨'이다. 삼업은 몸으로 짓는 신업身業,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생각으로 짓는 의업意業이다. 이 세가지로 쌓는 업을 돌아봐 씻어내야 한다. 

 

일곱째는 '영만당盈滿當畏'다.가득 차서 넘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분수에 넘치는 데도 자제할 줄 모르면 그 끝에 파멸이 기다린다. 

여덟째는 '위난당구危難當救'다. 어렵고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을 보면 마땅히 구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내게 덕이 쌓이고 누릴 복이 생긴다. 

아홉째는 '선사당성취善事當成就'다. 착한일, 좋은 일에 기꺼이 힘을 보태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열째는 '위인당갈력爲人當竭力'이다. 남을 위해서는 마땅히 힘을 다해야 한다. 도와주는 척 시늉이나 하고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처음의 선의가 무색하다.

끝에 붙인 말 "이 열가지 마땅함을 지킨다면, 살고 죽음에 부끄러움이 없다. 守比十當,生死無愧"나쁜 버릇과 헛된 욕심을 내려놓고, 좋은 일 많이 하고 착한 생각을 하면서 남 도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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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익히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나쁜지 를 알게된다. 

아이땐  어쩌면 더 잘지키고 선생님의 말씀따라 지키고 바르게 살았다. 

살면서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차이고 구르고 ..

구르는 인생길에 헤매다보니 기본을 다 잊어버리고

앞만보고 내이득만 생각하면서 정신줄을 놓고 살았다.

글을 읽으며 생각한다. 

응달진 곳에  몸을 숨긴 맑은 정신들을 깨워야 하겠다.

나를 챙기며 잘 걸어가야 하겠다. 

어느새 인생후반길에 들어섰다.

엊그제 같던 모든 일들이 세월따라 먼곳으로 가버렸다. 

부자들을 만날때 성공한 이들을 만날때

나도 그럴수 있었는데 하고 후회하는 것을 보면 

잘못살아왔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밀려든다.

지금이라도 미래의 어느시점에서 인생을 회상할 때

웃음지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오늘을 

살아내야 하겠다. 

감사한 하루다. 

멀쩡한 몸으로 일터도 있고 이리 돌아볼 시간 기회가  있으니..

날씨는흐려 비가 쏟아질듯 하지만

마음만은 더없이 맑게 걸어가기를 

다짐하며.. -()-

정민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마음에 잘 새겨지고

좋아하는 이처럼 매번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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