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벼락같은 말/정명섭/생각의 서재

다림영 2023. 2. 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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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피어나고, 바람이 불어도 버드나무 가지는 저절로 흔들린다.-조주선사

조주선사에게 제자가 물었다.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조주선사는 바람 부는 사찰의 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비가오지 않아도 꽃은 피어나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버드나무 가지는 저절로 흔들린다."

나무가 물을 머금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 아무리 가느다란 버드나무 가지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세 살 먹은 아이도 알고 있는 이치를 당나라 최고의 고승 좆선사가 달리 대답한다.

눈앞의 현상에만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승의 가르침 속에 꽃이 피고 지고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이유는 비와 바람이 아니라 꽃과 나뭇가지에 내재되어 있는 운명 혹은 힘때문이다. 물리학의 눈으로 보면 틀린 얘기지만, '진리를 깨닫는 방법'이라니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21

 

첫잔은 달고, 다음잔은 쓰며, 그 다음잔은 떫다.[전다훈]

이름모를 선승의 말이다. 그는 차의 여러가지 맛을 인생의 희로애락에 비유한다. 아마 이 말을 누군가에게 들려 주면서 차를 한모금 마셨을 터이다. 차만 달고 쓰고 떫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도 첫 잔은 달고, 다음 잔은 쓰고, 취하면 떫은 맛이 느껴진다. 한 잔의 차 속에도 인간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맛이 담겨있다. 그러니 그 무엇 앞에서도 섣불리 기뻐하거나 슬퍼하거나 혹은 상심하지 말라는 뜻이리라.23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마조선사

누군가 마조 선사에게 물었다.

"부처는 어디 계십니까?"

"마음이 곧 부처니라."

훗날 또 다른 사람이 마조선사에게 물었다.

"부처가 깃든 마음은 어떤 것입니까?"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니라."

마조선사가 부처가 마음속에 있다고 해놓고 정작 그것이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부정한 이유는 내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만 믿고 안심하지 말라는 얘기다. 사랑이  내 마음속에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만 믿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나를 찾아야만 그 안에 있는 사랑도 빛을 볼수 있다. 사람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그러니 사랑을 찾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 까?28

 

대낮의 도둑-설봉선사

설봉선사가 임제 선사에게 한 말이다. 같은 승려를 어떻게 도둑이라고 부를 수 있단 말인가. 질투해서도 아니고 물건을 훔쳐서도 아니다. 임제 선사가 번뇌로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을 잘 훔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업보와 번외에 시달리는 중생들의 짐을 나눠 져야 하는 스님들의 일을 장난 스럽게 빗댄 것이다. 

마음을 잘 훔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얘기를 많이 나눠야 하지만 섣부른 대화는 상대방에게 경계심만 일으킨다. 대화술에서 경청을 중요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

 

내 마음은 가을 하늘에 뜬 달처럼 밝고, 깊고 푸른 연못은 깨끗해 보이는구나.-한산 선사

불가에서는 마음이 본래 맑고 깨끗한 존재라고 말한다. 수행을 통해 번뇌를 버리기만 하면 깨달음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32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달이 밝네. 여름에는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네 . 쓸데 없는 생각만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다면 사람에게는 모두 좋은 시절이라네.-무문 선사

무문선사는 사계절 모두 좋은 시절이라고 말한다. 단, 조건이 있다.

"쓸데 없는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것!"35

 

네가 머무르는 곳의 주인이 되어라. 그러면 그곳에서 진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임제선사

주인이 되어야만 진리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해탈을 위해서 대와 장소는 상관엇ㅂ다는 뜻이다. 오직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놔야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으며 , 속세는 물론 불교의 가르침에서조차 벗어나 스스로 깨달아야만 해탈할 수 있다. 41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원효대사

밤중에 길을 잃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는 낡은움막에서 목이 말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때마침 옆에 있는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 갈증을 해소앴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원효대사는 그들이 잠을 잔 곳이 움막이 아니고 무덤이고, 바가지에 담긴 물도 사실 해골에 있던 썩은 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불현듯 세상ㅇ의 모든 일은 밖에 있는 것이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45

 

내가 하는 일을 남이 모르게 은밀하게 해서 흔적을 남기지 말라. 멈추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는것이 중요한 가운데서도 으뜸이다. -동산선사

세상이라는 저울은 한 사람에게 성공이나 실패를 어느 한쪽으로 확연히 기울만큼 몰아주지 않는다. 화려한 말솜씨와 믿음직한 외모는 선택된 소수에게만 주어지지만, 노력과 열정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타인의 능력을 부러워하는 동안 정작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세상이 나의 노력을 몰라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것이 가식인지 아닌지 지켜보고 있는 것뿐이다.49

 

 

절벽의 나무와 우물 속의 칡 넝쿨-[불설비유경]

길을 가던 어느 사내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코끼리가 앞을 가로막고 잇는데 아무리 봐도 정상인 것 같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코끼리가 괴성을 지르면서 쿵쿵 다가왔다. 사내는 기겁을 하고 도망을 쳤다. 

"사,사람살려!" 

숨을 곳을 찾아 헤매던 사내는 우물을 발견했다. 허겁지겁 달려간 그는 칡넝쿨을 잡고 내려가 우물 속에 숨었다. 한숨 돌린 사내는 무심코 바닥을 보다가 비명을 질렀다. 

"도, 독사다!"

오래된 우물이라 물은 말라버렸고, 바닥에는 독사들이 우글거렸다. 하지만 우물 밖은 미친 코끼리가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칡넝쿨을 붙잡고 버텨야만 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났다. 사내가 붙잡고 있던 칡넝쿨 1곷에서 나는 향기였다. 사내는 지금 처한 상황도 잊어버린 채 눈을 감고 향기를 음미했다. 

그사이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났다. 사내가 붙잡고 잇던 칡넝쿨 꽃에서 나는 향기였다. 사내는 지금 처한 상황도 잊어버린 채 눈을 감고 향기를 음미했다. 

그사이 어디선가 나타난 쥐 두마리가 사내가 붙잡고 있는 칡넝쿨을 열심히 갉아댔다. 하지만 그런 위기는 까맣게 잊은 채 향기에 흠뻑 취했다. 

8세기 당나라의 승려 의정이 번역한  [불설비유경]에 나오는 얘기다. 주로 그림으로 표현되는 이 우화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인생이 얼마나 불안하고 고통스러운지를 암시한다. 51

 

천하를 횡행하고 싶다면 한 가지 재주를 익혀라-야보선사

쓸만한 재주 하나만 있으면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송나라 고승 야보 선사가 말한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의미이리라.79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지말며, 항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옳고 그름을 돌아보라[법구경]

인도의 승려 법구가 쓴 [법구경]은 [아함경]과 더불어 초기 불교의 대표적 경전으로 꼽힌다. [법구경]에 실린 이 문구는 단순 켱쾌한 삶의 원책을 역설한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남의 잘못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더 노력하라는 것이다. 82

 

바로 지금이 중요하며,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임제선사

법정스님이 매우 좋아하셨다는 임제 선사의 말씀이다. 흔히 지나간 일에 연연할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다가올 날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인용된다. 그래서 새해에 어른들이 덕담으로 아랫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하고,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라는 충고로 쓰이기도 한다. 86

 

움직이는 것도 선이요, 앉아 있는 것도 선이다-보조국사 지눌 

언제 어디서든 선심을 가지라는 말은 다른 누군가를 추종하지 말고 스스로 터득하라는 가르침이다. 불법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안에 있기 때문이다. 89

 

뼈에 사무칠 정도의 추위를 겪지 않으면 매화의 향기가 진한 것을 알지 못한다.-황벽선사

매화는 소나무와 더불어 절개와 지조를 상징한다. 추운계절이 와도 다른 나무들은 움츠러드는 것과 달리 매화는 봉우리를 활짝 피우기 때문이다.세상 모든 일이 몸으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법이다. 92

왕건은 신라를 를 침략한 후백제의 견훤을 공격하기 위해 진군하다가 오히려 역습을 당한 것이다. 순식간에 포위를 당한 고려군은 후백제군의 맹렬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왕건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싱승겸이라는 장수가 나섰다.

"신이 옷을 바꿔입고 적을 유인하겠습니다."

신숭겸의 지략 덕분에 왕건은 겨우 살아남게 됐다. 그러나 왕의 갑옷을 입은 신숭겸은 목숨을 잃었다. 

왕건은 자신을 대신해서 죽은 신승겸의 충성심을 뼜속 깊이 느꼈을 것이다. 마치 한겨울의 매화에서 나는 진한 향기처럼 말이다. 93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면 자기 인생의 주인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다. 겨울에 꽃을 피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오롯이 각인시킨다. 우리의 삶도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94

 

움직이거나 멈추거나 앉거나 혹은 눕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또는 멈추거나-석가모니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화두삼아 나를 찾으면서 동시에 나를 버리는 수행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길고 고통스럽다. 모두가 깨달음을 갈망하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스티븐 잡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돈이나 성공을 목표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목표이자 행복이라고 세뇌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늘 바브고 짜증나고 조급하다. 남들보다 발리가기위해 무단횡단을 감행하고, 다른 사람을 밀치고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어디로 가서 뭘 해야 할지 모른다. 단지 앞사람의 등만 바라보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을 못 견뎌하고 두려워 할 뿐이다. 

 

내 삶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를 오랫동안 고민해봐야 한다. 스님들이 무엇을 하든지 깨달음을 위한 화두를 머릿속에서 놓치 않았던 것 처럼 말이다. 97

 

번뇌를 버리면 불속도 서늘한 법이다-두순학 

당나라 시인 두순학이 쓴 시의 한구절이다. 

"하일제오공상인원夏日題悟空上人院"이라는 제목의 시인데 전체내용은 다음과 같다.

삼복 무더위에 문 닫아 잠그고 기운 옷 한벌

방 뜰엔 송죽 그림자 하나 없다지만

하필이면 편안하고 시원해야 참선일까

번뇌를 버리면 불속도 서늘한 법이다. 

 

열중하고 있는 동안 다른 어떤 감정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99

 

꽃 한 송이에서 잎사귀 다섯이 생겼으니 열매는 자연스럽게 맺힐 것이다. -달마선사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라'정도의 의미로 이해한다.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송이의 꽃에서 여러 개의 잎사귀가 나오고, 그것이 다시 열매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스스로의 특별함을 품은 채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104

 

대나무 그림자가 뜰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이 물 밑을 뚫어도 물 위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아보선사

눈에 보이는 것 을 믿는 것이 아니라 평온하고 잔잔한 자신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이시에서 말하는 대나무 그림자는 단순히 대나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는 생각의 무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06

 

사슴을 쫓으면 산을 보지 못하며, 돈을 노리면 사람을 보지 못한다-지우선사 

성공에 눈 먼 속세 사람들에게 더 크고 더 멀리 보라는 말씀이다. 성공하려면 뒤는 물론 좌우도 둘러보지 말고 앞만 보며 나아가라고들 한다.한마디로 미래에 집중하라는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성공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면, 그 와중에 벌어진 일들이 언젠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다시말해, 당장의 성공이 훗날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110

 

내 발밑을 보라-조주선사

다른 사람을 통해 얻고 깨닫기 전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이다. 수행에는 위대한 스스으이 가르침뿐만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간성의 문제는 충고나 다독거림으로 단번에 고칠 수 있는 것이아니다. 인간관계에서 문제나 잘못이 반드시 나에게만 있다고도 볼 수 없다.... 충고몇마디나 책 몇 권이 아닌 직접 세상을 겪어본 다음에댜 깨달을 수 있는 문제다 .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임제선사

불교는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까닭에 개인적 수양을 중요시한다. 훌륭한 스스에에 배우거나 수십 년간 참선을 한다해도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면 득도하지 뫃한다.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라는 말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는 , 다시 말해 반성하라는 뜻이다. 

 

바람도 깃발도 흔들리는 것이아니다.-혜능선사

절 마당에서 두 스님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펄럭거리는 시발을 두고 바람 때문이냐 깃발 때문이냐 논쟁을 벌인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혜능 선사가 말했다.

그가 말한 것은 아마도 '진정 흔들리는 것으 너희의 마음이며, 모든 것은 바로 너희 마음속에 있다'가 아닐까 싶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하지만 또한 모호한 일이기도 하다. 돈을 많이 벌거나 출세하는 것이 성공한 삶일 수도 있고, 화목한 가정과 잘 큰 자식들을 옆에 두는 것도 분명 행복한 삶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모든 길의 시작은 바로 마음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한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의 궤적은 명백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을 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120

 

어떤일에나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가져라[금강경]

 

어려운 일을 겪어야만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지우선사

"눈이 온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과 함께 동안거의 해제 법어로 종종 언급된다. 눈이 내려 세상의 모든 꽃과 나무가 시들어버린 다음에도 소나무와 잣나무가 꿋꿋하게 버티는 것처럼 역경과 고난을 겪어봐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125

 

물이 뜨니 달이 손바닥 안에 있고, 꽃을 희롱하니 그 향기가 옷에 깊이 스며든다-지우선사

서로의 구분이 없어지는 무념의 상태를 뜻한다. 해탈로 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잊어야 하는 동시에 나와 다른 것을 구분하는 경계심도 없애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법칙들은 모두 성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남들보다 잘 살아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서 반성이란 슬데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더 많은 성공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

성공에 눈이 어두워지면 주변을 돌아볼 수 없게 되고, 예정된 수순처럼 실패가 찾아온다. 실패는 균형을 앗아가고, 그것을 잃은 사람은 두 번 다시 성공을 맛보지 못한다.149

 

반성은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지우선사가 두 손에 담긴 물속의 달과 저 하늘의 달이 같지만 다르다고 얘기한 이유는 그 두가지를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가 그것을 구분할 능력이 없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구분할 수 있으며 가질 수 있다고 믿지만 단지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 150

 

청산은 나더러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화상 

산과 하늘이 시키는 대로 욕심과 분노를 내려놓고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리라는 말,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오늘의 우리는 이 시구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살다보면 왜 살아가는 지 의미를 놓치기 쉽다. 세상살이의 비법과 돈 버는 수단에만 귀를 기울이면 정작 그것보다 더 근원적인 물음을 잊어버린다. 

 

물론 욕심과 분노를 다 내려 놓고 살아갈 수는 없다. 인생이 덧없다고는 하지만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다. 또한 세상을 등지고 살지 못하는 이상 다양한 감정들은 쉽게  버릴 수 없다. 어쨌든 경쟁은 해야 하고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급격하게 소모시키기도 한다. 

 

경쟁은 인간에게 답을 주지 못한다. 방전된 배터리는 바꾸거나 충전하면 그만이지만 감정은 다시 채워 넣거나 보충하기 어렵다.  '욕심을 버리고 인간으로 돌아간다'는윤구병 [뿌리깊은 나무의 초대 편집장 ]선생의 말을 들으면서 나옹화상의 얘기를 떠올린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닌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이며, 세상은 언제나 부조리 했고 불합리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포기해야 해야 할 이유가 될수는 없다. 감정은 자신의 소유지만 그것을 어덯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변하게 된다. 153

 

일체의 걸림이 없는 사람만이 번뇌를 벗어나리라-원효대사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기만 하면 그에게 성공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을 터였다. 하지만 화랑이자 귀족이었던 그는 탄탄대로가 되어줄 기회를 버리고 낡은 가사를 걸치고 시장과 길거리로 향했다.

 

그는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룻밤에 얻은 깨달음을 평생에 걸쳐 못 배우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 그가 비아냥거림을 뒤로 하고 묵묵히 제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속에 번뇌를 일으킬 만한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누구나 살다 보면 몇 차례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는 '기회'일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실패로 접어드는 '악몽'일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이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전환점이라는 사릴 자체를 때닫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빌게이츠는 열아홉 살 나이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과감히 하버드 대학교를 박차고 나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다. 그리고 불과 1500달러의 자금으로 시작한 그의 회사는 현재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만약 빌 게이츠가 명문 대학의 간판 아래서 계속 있었다면 오늘의 마이크로 소프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삶의 궤적을 일순간 바꾸거나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안정을 버리고 모험을 선택하는 삶은 어느 시대나 어렵다. 하지만 마음속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158

 

가난한 사람의 등불 하나가 세상을 밝히다[현우경]

난타는 가난했다. 하지만 존경하는 석가모니를 위해 하루 종일 일해 번 돈으로 등불 하나를 사서 바쳤다. 그러자 무슨 일이지 그녀가 바친 등불은 다른 등불들이 다 꺼진 후에도 여전히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다음 날 해가 뜬 뒤에도 꺼지지 않아 사람들이 끄려 했지만 등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석가모니가 말했다. 

"정성을 기름 삼아 타오르고 있으니 꺼지지 않을 것이다."

선물은 값어치로 따지는 게 아니라 정성으로 한다는 교훈을 전한다. 만약 난타가 자신의 처지에 무슨 등불이냐며 단념했다면 이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처한 상황에 불만을 가지거나 납득하지 못할 때가 종종있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함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단지 불공정한 경주에서 뒤처진 채 숨을 헐떡거릴 뿐이다. 

난타가 부처에게 바친 등불을 순종과 복종 혹은 희생의 의미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겠다는 열정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화화로운 등불들 사이로 작고 초라한 자신의 등불을 정성껏 공양한 난타의 마음처럼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열정을 끝까지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161

가을바람에 앙상한 몸을 드러낸다-운문선사

어느날 운문 선사에게 제자가 물었다.

"나무가 시들고 낙엽이 지면 어떻게 됩니까?"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운문 선사가 낮고 굵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가을 바람에 앙상한 몸을 드러내겠지.'

[벽암록]에 실린 얘기다. 한가롭게 날씨얘기를 주고 받은 것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를 맞이한 나무의 헐벗음을 모든 번뇌를 내려놓고 해탈의 경지에 빗댄 것이다. 불가에서는 이렇게 화두를 주고받으면서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어간다.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욕망의 결정체인 인간이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주문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마치 숙명처럼 경쟁에 떠밀린다. 경쟁을 해야 이익과 성과가 나고 또 나태해지지 않는다며 어릴 때부터 세뇌를 당한다. 어른들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거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며 남에게 뒤처지지 말 것을 강요한다. ..

젊은이들은 왜 뛰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뛰다가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되고 마흔에 도달한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무얼 위해 살아왔는지 돌아보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고 지치면 아무것도 없는 마음만 남아 있겠지"

공수래 공수거라고 했던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더난다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삶만큼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것도 없으리라. 나는 삶이 들려주는 숭고한 울림을 믿는다.164

 

백장의 들오리는 어디로 날아갔을까-마조선사

마조선사가 제자인 백장 선사와 함께 들판을 걷다가 들오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저것이 무엇이냐?"

백장선사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들오리입니다."

고개를 끄덕거린 마조 선사가 다시 물었다.

"어디로 날아갔느냐?"

"저쪽으로 날아갔습니다."

백장선사가 턱으로 들오리가 날아간 방향을 가리키는 순간 마조선사가

별안간 코를 잡아서 비틀어버렸다. 놀란 백장선사가 펄쩍 뛰면서 아픔을 호소했다. 하지만 마조 선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들오리가 가긴 어디로 갔단 말이냐?"

그 순간 백장 선사는 깨달았다. 마조 선사가 물었던 것은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들오리가 아니라 우리가 눈을 보는 사물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을. 백장 선사의 무심한 대답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번뇌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마조선사는 그 번뇌를 비틀어 내버려야 한다고 가르쳤고, 백장선사는 대번에 깨우침을 얻은 것이다. 

성공하기위해서는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교나 학원 어디에서도 열정을 어떻게 불사르는지 , 그리고 무엇을 위해 불살라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스님들이 번뇌를 버리는 것처럼 욕심을 버려야 한다. 해탈하겠다는 생각조차 번뇌에 들어가는 것처럼 집착에 갇힌 열정은 제대로 타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마조선사가 백장선사의 코를 비틀면서 오리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은 것은 눈앞에 보이는 현상, 그러니까 번뇌나 욕심 같은 것들을 버리라는 의미다.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서는 성공을 위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을 느끼는 순간 열정은 집착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166

 

평상심이 곧 도이다-남전선사

조주선사가 스승인 선사에게 물었다. 

"도란 무엇입니까?"

그러나 남전선사가 대답했다.

"평상심이 곧 도이다."

조주선사가 다시 물었다. 

"그것을 어떻게 터득해야 합니까?"

남전선사는 조용히 대답했다.

"알려고 하면 할수록 어긋나는 법이다."

조주선사는 두 번의 물음에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답답해진 그가 스승에게 다시 물었다.

"알려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도를 터득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남전 선사 역시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도는 알려고 하는 것이나 모른다고 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진정한 도는 허공처럼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남전 선사가 스승인 마조 선사에게 들었던 것이기도 하다. 

 

해탈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초월한 무념무상, 곧 평상심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천 년도 더 지난 당나라 때의 얘기지만 오늘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굳은 결심과 맹세를 하고 꼼꼼한 계획표를 적어서 벽에 붙여놓는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며칠 지나기도 전에 평상시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된다. 변화를 억지로 이끌어내려고 했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다. 169

 

물은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고 , 달은 저물어도 하늘을 벗어나지 않는다.-중봉선사

원나라 선승 중봉 선사에게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삶과 죽음의 자취는 어떻게 찾습니까? 삶은 어디에서 오는 겁니까? "

중봉선사가 대답했다.

"물은 흘러서 바다로 들어가느니라."

제자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중봉 선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달은 저물어도 하늘을 벗어나지 않는 법이지."

의심할 것 하나 없이 반복되는 자연현상처럼 삶과 죽음 역시 자연스럽게 우리 곁을 오고가는 것이라는 역설이다. 

스스로를 희샡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이유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열정은 마음속에 자연스레 깃드는 법이다. 남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만의 열정으로 세상을 헤쳐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흘러서 바다로 향하고, 달이 저물어도 하늘 하늘을 벗어나지 ㅇ낳는 것처럼 열정도 어디로 가든 결국 삶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172

 

약은 병을 고치고, 병은 약을 다스린다.-운문선사

운문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약이 병을 고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약이 병을 고치고, 병이 약을 다스리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온 세상이 다 약인데 너희들은 대체 무엇이냐?"

운문선사는 마치 약에 의지하는 환자처럼 가르침에만 의지하는 제자와 신도들이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랐던 것이다. 약으로 병을 치료하다보면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병은 점점 더 강해지고, 약도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독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은 약이 병을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병이 약을 다스리는 상황이 되고만다. 

 

마음의 병이 생기는 이유는 오로지 성공과 출세를 향해 정신없이 뚜면서 마음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유일한 치료약은 바로 열정이다. 나를 찾고, 내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열정은 맹목적으로 무언가에 빠져서 마음이 병드는 것을 막아준다. 내 꿈이 어두우면 마음이 병드는 것은 당연하다. 약입 ㅕㅇ을 치료하고 병이 약을 다스리는 것처럼 내 꿈이 나를 이끌기도 하짐나, 잘못된 꿈은 나를 병들게 만든다.176

 

걸음걸음마다 도량이다[조주록]

길을 가던 유마 거사에서 마을 주민이 다가와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고 물었다. 

"도량에서 오는 길이라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유마 거사가 걸어오던 길은 도량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ㄱ의아하게 여긴 마을 주민이 다시 물었다. 

"그쪽은 도량이 있는 곳이 아닌데요?"

그러자 유마 거사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마을 주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곧은 마음이 있는 곳이 곧 도량이 아니겠나?"

원래 '도량'이란 말은 스님들이 머물고있는 사찰이나 수행을 하는 장소를 뜻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 에서 유마 거사는 깨달음을 얻고 자 하는 올곧은 마음만 있다면 그곳이 바로 도량이라고 가르침을 전한다. 내 마음속에 ㅇ깨달음이 있는데 장소나 시간이 무슨 문제냐는 반문이다. 

모든 일에 있어서 성공의 기회를 잡으려면 참을 성 있게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준비를 철저히 하고서도 정작 기회가 왔을 때는 눈앞에서 기회를 보고도 놓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79

 

나의 이로움이 곧 타인의 이로움이다-석가모니 

배려가 없는 세상에서는 모두 상처만 입을 뿐 아무도승자가 될 수 없다. 높은 지위나 ㅁ낳은 돈은 인생을 승리햇다는 것을 증명할 지 모르겠지만 잘살았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주변을 먼저 둘러보고 배려하는 것이 손해를 보거나 바보짓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184

 

선에 집착하지 말고, 악에 매달리지 말라-혜능선사

막다른 절벽 끝에 몰린 혜능선사가 바위위에 의발, 즉 홍인선사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징표인 가사와 밥그릇을 올려놨다. 그러자 뒤를 쫓던 승려들 중 한 명인 혜명 선사가 단숨에 달려들어 의발을 낚아챘다. 하지만 의발은 바위에 꽂힌 엑스칼리버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리둥절해하는 혜명선사에게 혜능선사가 소리쳤다. 

"선에 집착하지 말고, 악에 매달리지 마라."

 

오염된 물에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것처럼 혼탁해진 세상은 사람들을 제물로 삼을 것이다. 혜능선사가 의발을 배앗으려는 혜명스님에게 한 말은 보편적이고 상대적인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닌 수행자로서의 절대적인 가치를 꿰뚫어보라는 의미다. 단숨에 의미를 깨달은 혜명스님은 헛된 욕망을 버렸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주워모으려고 하는 우리가 혜명스님처럼 쉽게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진리를 위해 헛된 생각을 벗어던지는 자세만큼은 반드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187

 

침묵이 우레와 같다-유마거사

침묵은 상대방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는 배려다. 더불어 말을 하는 동안 듣지 못한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지를 생각할 뿐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ㅇ낳는다. 오직 내 얘기만 중요하고 타인의 얘기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 문제는 상대방 역시 같은 자세로 얘기하다보니 알맹이 없는 얘기만 오간다는 것이다. 

말의 홍수 속에서 '침묵이 우레와 같다'는 유마거사의 말을 한번 쯤 곱씹어보자. 말의 진정한 가치는 수다가 아니라 침묷속에서 더 빛난다. 189

 

온화하고 삼가며, 맑고 조용하다-원보장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남을 배려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의 발전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다. 인간이 공을 위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존재였다면 오늘날의 문명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로 성공과 출세를 위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거나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내 죄책감을 느끼고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다. 

 

흰 꽃속에 백마가 들어가다[벽암록]

흰꽃무더기 속으로 백마가 들어가면 양쪽을 구분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흰 꽃과 백마는 엄연히 구분되는 존대이다. 이렇듯 불교에서 말하는 차별은 너와 '다른 ' 나를 의미한다. 위대한 선승들이 이 주제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수행을 하는 개인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구원을 받아야 하는 대중 역시 잊지 않기 위해서다.193

손을 잡고 함께가다-무문선사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면 다리 없는 내를 건너고, 달이 비추지 않는 마을로 찾아갈 수 있다. -무문 선사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돕고 의지하는 것이다. 

어두운 밤중에 홀로 걷는것은 한없이 겁이 나는 일이지만 ㅎ함께 걸으면 두려움이나 걱정은 크게 준다.201

 

할머니의 친절[벽암록]

지나칠 정도로 조심하고 걱정하는 것을 노파심, 즉 할머니의 마음이라고 한다. 할머니는 귀찮을 정도로 가족을 챙긴다. 자식이 불혹이 되고 손자가 성년이 되어 더이상 보살핌이 필요없는데도 말이다. [벽암록]에 나오는 이 짦은 문장 역시 지나칠 정도의 걱정과 잔소리를 일컫는다. 

할머니가 자식과 손자에게 길거리에서 차를 조심하라고 이르면 대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할머니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런종류의 사고가 보통 방심하거나 무신경할 때 찾아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난 자식들이라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 것도 내자식을 세상의 잣대에 내놓지 않겠다는 이유때문이리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처럼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속은 썩어 들어간 경우가 많다. 돌다리를 건너다 무너지면 물에 빠져서 옷이 젖는 정도지만 인생을 헛디디게 되면 오랜 세월과 마음을 잃어버려야 한다. 

나를 낮추는 것은 그런 위험성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잘못된 판단은 늘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한 방심에서 오기 때문이다. 203

 

문제는 넓고 깊은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가 혹시나 틀렸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이 알았다면 잘난척을 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혹시나 실수를 할지 모르는 나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204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벽암록]

열정이 있다고 해도 스승의 가르침에 열의가 없다면 성과가 나올리가 없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고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알을 깨는 것처럼 스승이 화두를 던지면 제자가 깨닫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배움의 방식이다. 210

 

물이 흘러서 도랑을 이룬다.[선림유취]

작은 것이 모여서 큰것을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작은 지식들이 모여 이룬 거대한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정말 슬픈 것은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자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삶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이런 삶을 살기 위해 오늘날까지 살아왔는지 조용히 되노이어보자.확신을 할 수 없다면 내가 묻겠다.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진정한 주인인가?209

 

소나무의 색은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속등록]

모든 것은 시작이 존재하는 법이다. 잘못된 생각과 습관 , 관념 모두가 근원을 따져보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수 있다. 따라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느냐는 인생을 좌우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닭은 추우면 나무위로 올라가고, 오리는 추우면 물속으로 들어간다-파릉선사

해탈로 가는 길은 각기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얘기는 그만큼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움역시 마찬가지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 인생과 배움에도 왕도가 없다. 단지 수만 갈래의 길이 있을 뿐이다. 219

 

내가 입은 베옷의 무게는 세 근이다-수초선사

어느날 한 승려가 선종의 유명한 고승 수초 선사에게 물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수초 선사가 대답했다. 

"내가 입고 있는 베옷의 무게가 세근일세"

즉 '절대적인 진리로 향하는 길은 천 명의 성인도 알려줄 수 없다'는 글과 함께 나온다. 해탈하기 위해서는 경전과 스승의 가르침을 물론 수행을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220

 

대나무는 위아래 마디가 있다-하쿠인선사

하나의 생각을 완성해서 마이처럼 만들어놓으면 그안은 꽉 찬것이 아니라 대나무처럼 텅 비어버린다. 그 안에 어떤 생각을 담느냐에 따라 이리저리 휘어질 것이다. 하지만 마디가 튼튼하다면 어느방향으로 휘어지든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225

 

마음을 가져와라-달마대사

어느날 , 혜가 선사가 달마 대사에게 말했다. 

"스승님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겠습니까? 

달마대사가 말했다. 

"그 불편한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럼 내가 편안하게 해주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어찌 가져오란 말씀이십니까?"

혜가선사의 반문에 달마대사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러자 혜가 선사는 크게 깨달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는 여러가지 일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한다. 그리고 그 기분은 나의 말과 행동을 통해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주변 반응에 따라 또다시 나의 기분이 변한다. 그 와중에 감정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마음이 다치고 상처받는다. 근래에 신경정신과 문턱을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결국 불편한 마음이 병을 많은 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 사회 전체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달마선사는 혜가선사의 불편한 마음을 어루만지거나 치료해주지 않았다. 단지 그 마음을 가져오라고 했을 뿐이며, 가져올수 없다는 대답에 이미 편안하게 해줬다는 말을 했다. 

핵심은 마음을 어떻게 치료했느냐가 아니라 마음이 편하고 불편한 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혜가 선사는 자신이 느끼고 있던 불편함이 아무런 실체가 없음을 꺄달았다. 마음이 불편함과 편안함을 오가는 이유가 단디 마음먹기 나름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내마음의 편안함과 불편함이 나에게 달렸듯 내가 무엇을 배우느냐는 스승과 학교에 달린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227

 

어리석은 마음으로 배우지 아니하면 교만이 늘어나고, 어두운 마음으로 배우지 아니하면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한다. 지식없이 마음만 높은 것은 굶주린 호랑이와 같고, 아는 것이 없이 방황하는 것은 미친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야운화상

 

조원의 물 한 방울-법원 선사

우리는 작은 시작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종종 목격한다. 혜능선사의 설법 역시 처음에는 작고 미약했지만 그것을 들은 사람들을 통해 거대한 울림으로 변했다. 

모든 시작이 미약할 수 밖에 없지만, 배움의 시작은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작은 용기를 발휘해서 배움을 시작한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가 다를 뿐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쉽게 감정에 휘둘리고 , 남을 의심하며 자그마한 성공을 하면 자만에 빠진다. 후회를 하면서도 돌아서면 다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진다. 그럼에도 지식을 쌓는다면 이런 약점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변화에 더전해보자. 작고 미약한 한방울의 배움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233

 

호랑이의 눈으로 보고, 황소의 걸음으로 걷다.-보조국사 지눌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는 먹잇감을 노리는 호랑이의 눈으로 신중하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나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면 이제는 황소처럼 천천히 그러나 근기있게 걸어가면된다. 236

 

구름 걷힌 가을 하늘의 달이 연못에 드리우니 차가운 빛이 끝이 없도다. 천지를 꿰뚫는 눈이 활작 열리니 큰 뜻이 분명하여 거리낄 것이 없도다-종경선사

종경선사는 천지를 꿰뚫어볼 수 있는 눈이 잇으니 큰 뜻을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역설한다. 이처럼 배움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의 역할을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우리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오랜 학습을 통해 형성된 가치관이 복잡다단한 세상을 자신의 마음에 맞게 걸러준다. 잘못된 지식을 배우면 어긋난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다.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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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한 한방울의 물로 1년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다르다. 아이가 때마다 얘기하는 말이다. 엄마가 내 방을 만들어주었기때문에 내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것이 시작이어서 우리는 이만큼 성장했고 한방울의 생각이 도랑에 다다르게 했던 것이다. 모든 미약함을 무시하면 안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큰 바다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벼락같은 말]을 아이에게 보여주었을 때 제목으로 하여 약간의 세련되지 못함을 보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중에 그 말씀들이 모두 벼락으로 쏟아진다.

감사히 오늘을 살아내며  벼락같은 선사들의 말씀으로 새삼 이치를 깨달으며 나를 살피는 계기가 된다. 

모든 것이 건강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리 몇시간동안 앉아 책을 옮겨적고 있다니 ..

등짝이 결린다. 일어나 빨래를 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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