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한서이불과 논어병풍[이덕무청언소품]/정민/열림원

다림영 2023. 2. 8.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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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그의 책 읽는 소리를 아껴 임금 앞이라 자꾸 소리를 낮추는 그에게 자주 음성을 높일 것을 주문하였고, 책 교정말고 스스로의 저작을 남길 것을 권면하여 그를 감격시켰다. 39세 이후 15년 관직에 있는 동안 정조는 그에게 모두 520여 차례에 걸쳐 하사품을 내렸다. 그가 세상을 뜨자 정조는 국가의 돈으로 그의 문집을 간행케했다. 그리고 그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벼슬을 그대로 내렸다. 23

 

봄비와 가을 서리

봄비는 윤기로워 풀싹이 떨쳐 돋아나고, 가을 서리는 엄숙해서 나무 소리도 주눅이 든다.

-봄비와 같은 사람이 있고, 가을 서리와 같은 사람이 있다. 더불어 삶의 기쁨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고 옆에만 서도 으스스 떨리는 사람이 있다. 훈기로 인정스레 가슴을 덮혀주는 사람이 있고 오싹하게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남을 향한 마음을 봄비처럼 지니고, 나 자신의 마음자리를 가을 서리같이 엄숙히 지리 수만 있다면 그 삶이 비로소 헛되지 않으리라.71

 

호연지기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더라도 단지 그저 넘기고, 일이 뜻 같지 않게 되더라도 다만 그렇게 지나칠 뿐이다. 그렇지만 찜찜해하며 넘기는 것과 기분 좋게 지나가는 것이 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들이 신기하게도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경망스레 환호작약할 일이 아니다. 사람이 가벼워 보인다. 반대로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았다 하여 분노를 품고 남을 원망하는 것도 군자의 행동은 아니다. 그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웃고 털어버릴 일이다. 나는 이미 그 일에 심력을 다 기울이지 않았던가? 일은 사람 손에 달려 있지만 성사되고 안 되고는 하늘에 달린 것이다. 훌훌 털어버리는 데도 차원이 있다. 속으로 화를 살이지 못하면서 겉으로만 짐짓 태연한 체하는 겨우가 있고, 마음을 열어 깨끗이 승복하는 경우가 있다. 115

 

책읽는 마음가짐

글을 읽었다면서도 시정을 향한 마음을 지녔다면, 시정이 있으면서 능히 글을 읽느니만 못하다.

-책을 앞에 두고는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종류의 인간은 책을 읽기 전에 어디에 써 먹을까부터 궁리한다. 몸은 산속에 있어도 그의 마음은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다. 차라리 티끌 세상에서 이리 저리 부대끼며 살아가더라도,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서 책 읽을 여유를 가진 사람을 나는 군자라 하겠다.117

 

큰 완성

분수를 지켜 편안해하고, 그때 그때 즐거워하며, 욕됨을 참고서 너그러울 수 있다면 이를 일러 대완大完이라고 한다.

-남이 나를 모욕해도 내가 너그러운 마음을 품으니 인생이 참으로 즐겁다. 그런데 살마들은 자꾸 반ㄴ대로 한다. 과분한 일을 서슴치 않고 있는데서 더 바라며, 남의 잘못을 감사안지 못한다. 모든 다툼이 여기서 일어난다. 

 

경계로 삼을 일

어떤 사람이 나를 경계하여 이렇게 말했다.

"옛날부터 한 가지 작은 기예를 지니게 되면 눈 아래 뵈는 사람이 없게 되고, 한쪽으로 치우친 견해를 자신하면 점점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겨나서 작게는 욕설이 몸에 모여들고, 크게는 재앙과 환난이 뒤따르게 되네,이제 그대가 날마다 문자의 사이에다 마음을 두고 있으니 남을 업신여길 거리를 만들려 힘쓰는 겐가?"

내가 손을 모으며 말했다.

"감히 경계로 삼지 않겠는가?"

-알량한 재주를 믿고 함부로 날뛰지 마라 얄팍한 지식을 과신하지마라. 어정쩡한 식견은 남을 다치게 하고 나를 다치게 한다. 학문하는 일이 교만을 가져온다면 차라리 몰라서 겸손한 것이 낫다.130

 

한서이불과 논어병풍

 

지난 경진년과 신사년 겨울의 일이다. 내가 거처하던 작은 띳집이 몸시 추웠다. 입김을 불면 서려서 성에가 되곤 해, 이불깃에서 버석 버석 하는소리가 났다. 내 게으른 성품으로도 한밤중에 일어나 창졸간에 [한서] 한 질을 가지고 이불위에 죽 늘어놓아, 조금이나마 추위의 위세를 누그러뜨렸다. 이것이 아니었더라면 거의 얼어죽은 진사도陳師道의 귀신이 될 뻔 하였다. 

간밤에도 집 서북편 모서리로 매서운 바람이 쏘듯이 들어와 등불이 몹시 다급하게 흔들렸다.  한동안 생각하다가[논어]한 권을 봅아 세워 바람을 막고는 혼자서 그 경제經濟의 수단을 뽐내었다. 

 

옛사람이 갈대꽃으로 이불을 만든 것은 기이함을 좋아함이라 하겠거니와, 또 금은으로 새 짐승의 상서로운 상징을 새겨 병풍으로 만드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워 족히 부러워할 것이 못 된다. 어찌 내 [한서]이불과 [논어]병풍이 창졸간에 한 것임에도 반드시 경사經史를 가지고 한 것만 같겠는가? 또한 한나라 왕장王章이 쇠덕석을 덮고 누웠던 것이나, 두보가 말안장을 깔고 잔 것보다야 낫다 할 것이다. 을유년 겨울 11월 28일에 적다. 131

 

절굿공이

내가 이웃집 늙은이가 쌀을 빻아 가루를 내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탄식하며 말하였다.

"쇠절굿공이는 천하에 지극히 굳센 것이고, 젖은 쌀은 천하에 지극히 부드러운 것이다. 지극힝 굳센것을 가지고 지극히 부드러운 것을 짓찧으니, 얼마 안 되어 고운 가루가 되는 것은 필연의 형세이다. 그러나 쇠절굿공이도 오래되면 닳아, 깎여서 작아지지 않음이 없다. 이로써 통쾌하게 이기는 자는 반드시 남모르게 손실됨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굳세고 강한자가 크게 제멋대로 함은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쇠절굿공이로 불린 쌓을 빻으니 금세 가루로 변해버린다. 그렇지만 절굿공이도 알게 모르게 둘어듦이 있다. 칼을 가는 숫돌도 날마다 조금씩 작아지고 , 낙숫물이 돌을 뚫는 다. 저의 강하고 굳센것만을 믿고 함부로 날뛰지 마라. 그 소모딤이 비록 당장에 보이지는 않아도 마침내는 쓸모없이 되어 버려질 날이 오게 된다. 알량한 ㄱ=제힘만 믿고 함부로 나대는 자들은 명심할 일이다. 143

 

마음의 거울 

한번은 객이 혀를 차며 말했다.

"문 나서면 온통 욕일 뿐이요, 책을 열면 부끄러움 아님이 없네."

내가 말했다.

"참으로 명언일세, 그러나 작은 낟알처럼 마음을 모으고, 두터운 땅을 밟으면서도 마치 빠짐을 염려하듯 하다면, 무슨 욕됨이 있겠는가? 비록 엉뚱하게 날아오는 욕됨이야 있다해도 내가 스스로 취한 것은 아닌 것일세. 책을 읽으매 매양 실천 할 것을 마음으로 삼고, 골수에 젖어들게 하여, 바깥사물의 일을 가지고 겉거죽으로 삼지 않는다면 무슨 부끄러움이 있겠는가? 다만 날마다 약간의 부끄러움은 있게 마련인지라 독서가 아니고서는 또한 사람이 될 수 없겠기에 공부를 하는 것일 뿐이라네."

 

담력과 식견

예로부터 앎과 행함을 나란히 펼치기는 매우 어렵다. 어째서 그럴까? 민첩하게 나아가는 사람은 바탕이 깊지가 않고, 굳게 지켜 확실한 자는 총명함이 예리하지 못하니, 둘 다 병통이 있다. 그러나 굳게 지켜 확실한 사람의 굳세고 용감함이 민첩하게 나아가는 자의 허랑되고 실속없는 것보다 낫다.

석공이 말했다. "총명함이 있어도 담력이 없으면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담력은 있지만 총명함이 없으면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담력이 뛰어난 사람은 단지 5분의 지식으로 10분의 활용을 감당할 수가 있고 , 담력이 약한 사람은 설사 10분의 지식이 있더라도 겨우 5분의 활용을 감당할 수가 있을 뿐이다."

173

합일의 순간

내 마음을 한 가지 경계에 깃들여 형상과 접촉하여 만약 하는 바가 있게 되면, 갑자기 눈동자가 돌아가고 팔뚝이 움직이며 손가락이 덩달아 붓을 잡는다. 벼루는 먹을 기다리고, 먹은 붓을 기다리며, 붓은 종이를 기다리니, 종이가 가로로 비스듬히 놓이고 좌우로 붓이 내달리게 되어, 잠깐 사이에 날고 뛰고 들고 나는 변화가 일어나 기운을 얻고 뜻이 가득차게 되면 안 될 것이 없다. 마음은 눈을 잊고 ,눈은 팔뚝을 잊고, 팔뚝은 손가락을 잊고, 손가락은 먹을 잊고 , 먹은 벼루를 잊고, 벼루는 붓을 잊고, 붓은 종이를 잊게 되니, 이러한 때에는 팔뚝과 손가락을 마음과 눈이라고 불러도 괜찮고, 종이와 붓, 먹과 벼루를 마음과 눈, 팔뚝과 손가락 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이며, 먹과 벼루를 붓과 종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고요히 마음을 거두고 맑게 눈을 안정시켜 , 팔뚝과 손가락을 소매 속에 마주 쥐고, 먹을 닦고 벼루를 씻고, 붓을 거두어 종이를 말면, 잠깐 사이에 붓과 종이, 먹과 벼루, 마음과 눈, 팔뚝과 손가락은 서로를 도모하지 않고, 또 앞서 하던 일을 까맣게 잊게 된다.

-세계와 내가 만나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 있다. 벼루가 먹이 되고 붓이 되고 종이가 되고, 마음이 눈이 되고 팔뚝이 되고 손가락이 되는 순간이 잇다.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디인지조차 까맣게  잊고, 내가 곧 세계이고 세계가 바로 나인 순간이 있다. 일체의 작위 없이 사물과 내가 완벽하게 하나로 만나, 너와 나의 경계가 허물어져 조금의 틈도 없는 그런 순간이 있다. 176

 

가벼움과 얽매임

사람의 병통은 가볍지 않으면 반드시 융통성 없이 얽매이는 데 있다. 두루 살펴보건대 이 두가지를 면한 사람은 대개 많지가 않다. 가벼운 것은 움직임에서 오는 폐단이다. 얽매임은 고요함에서 오는 폐단이다. 스스로를 닦으려는 사람이나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은 이 두가지를 반드시 헤아려보아야 하리라. 

-강물은 고여있지 않고 늘 흘러간다. 그러나 그 흐름은 굽이굽이 변화하는 가운데서도 늘 제 갈길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 때로 홍수를 만나 범람하는 물길처럼 제 갈길으 리잃고 광포하게 날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눈앞에 전개되는 새로움에 팔려 좌우를 돌아봄 없이 휩쓸고 또 휩쓸린다.

정신을 차려 되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만다. 고이는 물은 썩게마련이다. 흐르는 물은 썩지않는 다. 그러나 제 갈길을 잃고 날뛰는 물은 모든 것을 쓸어가버린다. 

 

형세

손쉬운 것만 찾는 사람은 큰 절개에 어지럽고, 하던 대로만 하려는 살마은 큰 사업을 놓치고 만다. 고식적인 사람은 큰 우환을 만나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큰 적수와 마주치게 된다. 그 형세가 그런 것이다. 

-하기에 편한 일만 하려 들어서는 큰 절개를 세울 수 없다. 하던 대로만 하려 들고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큰 사업을 이룩할 수가 없다. 융통성 없이 고식적인 답습만을 되풀이하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큰 근심이 닥쳐온다. 승부를 갈라 이기기만을 좋아하는 자는 더 강한 적수를 만나 그 앞에 반드시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모두 자초한 일인 것을, 누구를 탓하겠는가?190

 

성공과 실패

사람은 반드시 몹시 좋아하는 것으로 성공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또한 몹시 좋아하는 것 때문에 실패하기도 한다.

-일의 성공은 그 일에 대한 애정과 관심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저 어쩌다보니 일이 이루어지는 법은 없거니와, 그렇게 이루어진 일은 오래 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패도 그 애정 때무에 초래될 수 있음을 또한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애정과 관심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선해야 할 것은 일을 처리하는 판단력과 시기를 놓치지 않는 분별력이다. 지나칭 애정과 관심은 때로 이판단과 분별을 흐리기 쉽다. 192

 

도학과 문장

도학은 옛것을 따를 수 있지만, 문장은 새롭게 고쳐야 한다. 성性은 한결같기에 이理이고, 재才는 만 가지로 달라지니 기氣때문이다.

-삶의 이치는 옛날과 지금이 다를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담는 그릇은 시대마다 같지가 않다. 문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긋은 만 가지로 바뀌어도 바뀌지않는 , 바꿀 수 없는 정신이 있다. 그 정신이 있기에 인간은 인간다울 수가 있다. 그렇지만 무조건 옛것을 따르기만 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나의 향기, 나의 목소리를 지녀라. 217

 

음덕

남에게 돈이나 재물을 베풀면서 미간에 애써 억지로 하는 빛이 있으면 음억을 크게 덜게 된다.

-베풀었거든 보답을 구하지 말아라. 생색내지 말아라. 내민 손길이 무색해진다. 음덕은 보이지 않게 쌓인다. 사람의 만남에 '사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리 저리 계교하는 마음, 서로 베풀기만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마음이 없다면 좀 기쁠까? 너와 나의 사이에 구름을 걷어내고 환한 가을하늘을 열자.233

 

대충주의 

미친듯이 소리지르고 있는 대로 고함쳐서 남을 복종하게 할 수 없다. 대충대충 ㅇ릭고 되는 대로 외워서는 자기에게 이익 되게 할 수가 없다.

-남을 마음으로 복종케 하려면 흥분해서는 안 된다. 낯빛을 부드럽게 하고 목소리를 가라앉혀야 한다. 미친듯이 소리치고 고함으로 남을 억누르려는 사람은 당장에는 그 기세로 남을 압도한 듯 해도 상대방은 결코 승복하지 않는다. 돌아서서 침을 뱉는다. 책을 읽으려거든 마음을 담아 읽어야 한다. 소리냉 ㅚ우려거든 입만으로해서는 안된다. 그저 책장이나 넘기는 것은 독서가 아니다. 그저 입으로만 중얼거리는 것이 내게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257

 

말하는 비결

말이 번다하고 경솔한 것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중함'과 '간결함', 이 두가지가 말하는 일의 중요한 비결이다. 

-말을 아낄 수록 그 말에는 장중한 무게가 실린다. 떠들지 마라. 침묵을 사랑하라. 266

 

군자의 식견

남이 하지 않는 바를 내가 능히 하고, 남이 능히 하는 바를 내가 하지 않275음은 지나치게 과격해서가 아니라 선함을 가리려는 것일 뿐이다. 남이 하지 않는 바를 내가 또한 하지않고, 남이 능히 하는 바를 내가 또한 능히 하는 것은 줏대없이 따라함이 아니라 옳음을 다르려는 것일 따름이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식견을 중히여긴다.275,

 

재물

사람이 재물의 이익에 급급해하는 것은 그 목숨을 보존하려 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용렬한 사람은 도리어 목숨을 가볍게 여기니 또한 어리석지 않은가? 내가 삼포에 살때 어떤 사람이 허리에 돈 10민緡을 두르고 막 녹으려는 얼음을 건너다가 반도 못 가서 마침내 빠져 상반신이 걸려 있었다. 강가에 있던 사람이 급히 외쳐 말하였다. "당신 허리 아래 찬 돈을 벗어버리면 살 수 있으리다." 그러나 그 사람은 고개를 저으며 듣지 않고서 다만 두 손으로 돈을 움켜쥐고서 잃을까만 염려하더니 이윽고 빠져 버렸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해 필요한 재물 때문에 종내 제 목숨을 내놓고 말았다. 아! 어리석다.289

 

몸과 마음

몸은 부릴 수가 있지만 마음은 부릴 수가 없다

-내마음인데도 내가 내 마음의 주인되기가 결코 쉽지가 않다. 내 마음을 내가 부리지 못하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의 마음이겠는가? 아랫사람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한다면 당장에 그의 몸은 부릴 수 있겠지만 그의 마음은 내게서 점점 멀어질 것이다. 몸은 마음에 달린 것이니, 마음을 부리면 몸은 저절로 따라논다. 그러나 몸만 부리려들면 마음은 점점 더 멀어진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수는 없다고 했다. 덕이 필요하다. 인내심이 필요하다. 297

 

나의 스승

구름을 보곤 깨끗하면서도 막힘이 없는 까닭을 생각하고, 물고기를 보면 헤엄치면서 물속에 잠겨 있는 까닭을 안다. 

-저 푸른 하늘을 떠가는 구름은 깨끗하면서도 아무런 걸림이 없이 자재롭다. 나는 저 구름을 보면서 내 삶도 저와 같이 결백하고 저와 같이 얽매임 없기를 희망한다.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면 마음대로 이리저리 헤엄쳐다니다가 때로 물속 깊이 잠겨 몸을 숨긴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나는 또 내 뜻에 맞는 삶을 누리되 때로 가만히 나를 낮추고 자신을 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흰구름과 물고기는 나의 스승이로구나305

 

다툼

사물과 내가 서로를 잊는다면 어찌 다툼이 있으라?

-다툼은 분별하는 마음에서 생겨난다. 이것과 저것을 구별하고 내것과 네 것을 가르는 판단에서 생겨난다. 내것을 남이 가져가니 불쾌하고, 이것을 저것이라 우기니 화가 난다. 사물과 나의 사이에 너와 나의 사이에 가르고 나누고 분별하는 마음을 거두어 솔솔 바람이 통하게 했으면 좋겠구나.339

 

고요한 마음

마음은 편안하고 고요하게 지녀야 한다. 함부로 멋대로 하지 말라는 말이다. 남을 의심하거나 시기하지 말라. 남이 시기하고 의심한다고 따지지도 말라. -

남이 나를 시기하고 의심한다고 해도 마음에 둘 일이 아니다. 그것은 본래부터 나와는 무관한 일일 뿐이다. 340

방심

좋은 일은 9분까지 이르러 항상 마지막 1분에서 어그러지고 만다. 

-호사에 다마라고 했다. 다 잘되었다 싶다가도 뜻하지 않은 일에 발목을 붙들리고 만다. 끝까지 방심하지 ㅁ라라. 순조로울 수록 더 조심하라. 위산구인爲山九仞에 공휴일궤功虧一궤라고했다.

아홈 길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공이 무너지고 만다는 말이다. 

애를 써놓고 마지막에 가서 그간의 보람을 제 손으로 허무는 사람이 잇다. 

마지막 1분에 일의 성패가 판가름난다. 341

 

사람됨의 바탕

성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뉘우침을 근심하는 것이 사람됨의 본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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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정성을 다하라 했다. 

쉽게 얻으려 꾀를 부리다가 낭태를 보는 경우가 있다.

돌아보니 그런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모두 익히고 배워

일에 있어서 사람에 있어서  뜻대로 잘 해낼 줄 알았다.

다만 세월로 큰 그릇을 만들지 못함을 알았다.

죽을 때까지 배우고 익혀서 단단하고 바른 그릇을 만들어가야 하겠다. 

쉬운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일이 끝나고서도 지켜볼일이다. 

오늘은 이를 극진히 살펴 하루을 잘 살아내야 하겠다. 

실패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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