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절굿공이와 쌀가루
나는 이웃 노인이 쌀을 빻아 가루로 만드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해 보았다.. 그리고 탄식하면서 말했다. "쇠 절굿공이는 천하에서 지극히 강한 물건이다. 물에 젖은 쌀은 천하에서 지극히 부드러운 물건이다. 지극히 강한 쇠 절굿공이로 지극히 부드러운 쌀을 짓찧으니 순식간에 미세한 가루가 된다. 이것은 필연적인 형세다.그러나 쇠 절굿공이도 오래 사용하게 되면 손상되고 닳아서 짧아진다. 이로써 시원스럽게 이기는 자 역시 보이지 않는 손실을 입게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너무 굳세고 강한 것은 믿을 수 없다. "
-강한 쇠 절굿공이는 물에 젖은 부드러운 쌀을 밯아 가루로 만든다 사람의 눈에는 가루로 변한 쌀만 보일 뿐 쇠 절굿공이는 처음 모습 그대로더, 그러나 그 변화가 지극히 미세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쇠 절굿공이 역시 닳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오랫동안 사용하면 쇠 절굿공이 역시 닳고 짧아져 형체를 보존하지 못한다. 강한것이 약한 것을 쉽게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자신도 반드시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44
편안하다는 말의 참뜻
서민들이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책망하는 것은 관대하지 못한 일이다. 무릇 '안安'의 참된 뜻은 스스로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목구심서3]
-안빈낙도[安貧落道]란 가난을 편안하게 여기고 도리를 추구하는 삶을 즐거워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먹을 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힘겨운 사람에게 안빈낙도하지 않는다고 책망하는 것은 어질지 못한 짓이다. 자신의 기준에 모든 사람을 끼워 맞추려고 하는 아집이자 독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바로 관용의 정신이다. 그것은 나와 다른 남의 사정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진정한 '안'이란 스스로 편안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스스로 편안하지 않다면 '안'이 아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그런 삶을 살 수 있겠는가? 남이 그런 삶을 살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 자체가 이미'불안{不安]'이다. 스스로 편안하면 그뿐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그것이 '안'의 참된 의미다.
세 등급의 사람
하루종일 고요히 앉아 있다가 입을 열면 올바른 말이다. 나는 이러한 사람을 공경하고 두려워한다. 혹 고요히 앉아서 올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공경하고 두려워한다. 혹 고요히 앉아서 올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미 이 등급으로 떨어진다. 또한 다른 사람을 따라서 웃음이나 흘리는 사람은 즉시 삼등급으로 덜어진다. 일등급의 사람이 좋은 사람이겠는가. 삼 등급의 사람이 좋은 사람이겠는가?
-자신의 뜻과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이 일 등급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배우고 따라 하는데 만족하는 사람은 이 등급이다. 삼 등급의 사람은 다른 사람의 비위나 맞추고 아첨을 떨며 권세와 부귀를 좇는 부류다. 이 등급의 사람은 상대할 수 있지만 삼 등급의 사람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p179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
슬픔이 닥쳤을 때는 사방을 돌아봐도 막막할 뿐이다. 땅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들어서 한 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두 눈을 지니고 있어 조금이나마 글자를 알고 있으므로, 손에 한 권의 책을 든 채 마음을 달래고 있노라면 무너진 마음이 약간이라도 안정이 된다. 만약 나의 눈이 비록 오색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책을 마두하고서 마치 깜깜한 밤처럼 까막눈이었다면 장차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을까.
- 슬픔속에서 슬픔을 위안할 방법을 찾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슬픔이 닥쳤을 때 거짓 감정으로 자신을 속이지 말고 슬퍼할 수 있는 한 실컷 슬퍼하라는 말이다. 슬픔이 지극해진 후에야 비로소 슬픔을 넘어설 수 있다.어디 슬픔만 그렇겠는가? 모든 감정이 마찬가지다. 기쁘면 실컷 기뻐하고 , 즐거우면 실컷 즐거워하고, 화가나면 실컷 화를 내고, 두려우면 실컷 두려워하고, 좋아하면 실컷 좋아하고, 미워하면 실컷 미워해야 한다. 거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보다 차라리 어린아이처럼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더 낫다. 자신에게도 정직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정직한 감정이란 바로 그와 같아야 한다.
원망과 비방
원망과 비방하는 마음이 점점 자라나는 까닭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대문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면 진실로 즐겁다. 그러나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무엇이 해롭겠는가?[이목구심서3]
-강자에게는 강하게, 약자에게는 약하게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구걸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하나는 돈과 권력을 구걸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나를 알아달라고 구걸하는 마음이다. 돈과 권력을 구걸하면 권세와 이익을 건네주는 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비굴해진다. 나를 알아달라고 구걸하면 명예와 출세를 건네주는 자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마치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누군가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과시욕이다. 과시욕은 약자에게 강자로 군림하려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거나 즐기지 말라. 그저 스스로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 그뿐 아니겠는가. 그러면 원망하고 비방하는 마음은 애쓰지 않더라도 저절로 사라진다. p228
독서의 유익한 점
최근 날마다 일과로 책을 읽으면서 네 가지 유익함을 깨달았다. 학문과 식견이 넓고 정밀하고 자세해 옛일에 통달하거나 뜻과 재주에 도움이 되는 점은 상관하지 않는다. 첫째, 굶주릴 때 소리 높여 독서하면 그 소리가 곱절이나 낭랑하고 부드러워 이치와 취지의 맛을 느끼게 되어 배고픔을 개닫지 못하게 된다. 둘때 , 약간 추울 때 독서하면 기운이 소리를 따라서 두루 퍼저나가 몸 안이 훈훈해져 추위를 잊어버리게 된다. 셋째 ,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눈은 글자에 두고 마음은 이치에 몰입해 독서하면 천 가지 생각과 만 가지 잡념이 일시에 사라지게 된다. 넷째, 기침병을 앓고 있을 때 독서하면 기운이 통하고 부딪치지 않게 되어 기침 소리가 갑자기 그치게 된다.
-독서의 네 가지 이로움을 알았다. 그러나 어떻게 독서해야 할지는 잘 모를 때 참고할 만한 글이 있다. 류성룡은 박학搏學, 심문審問, 신사愼思, 명변明變, 독행篤行의 다섯가지 독서방법을 말하면서 모두 '생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독서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약용은 이 다섯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혀 놓았다. 첫째 박학은 '두루 넓게 배운다'는 말이다. 둘쩨 심문은 '자세히 묻는다'는 말이다. 셋째 신사는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넷째 명변은 '명백하게 분별한다'는 말이다. 다섯째 독행은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말이다. 출처는 [다산시문집]의 (오학론)이다.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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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대화는 세시간넘게 이루어졌다. 20여년을 우울증속에서 살아왔다. 그녀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접고 어린나이에 결혼하고 배려없는 사람과 20년을 살아왔다. 긴 대화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았다. 겪어보지 않고 어찌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만 .. 만약 그녀가 책과 친구가 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그녀가 이덕무처럼 가난 속에서도 책속에 자신을 묻고 하루하루 문장의 온도 속에서 그 따뜻함으로 위로를 받고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면 각별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이제야 생각나다니 다음번에 만나면 얘길 건네봐야 하겠다.
요즘들어 한사람의 파동으로 나 또한 조금씩 변화의 기운을 받고 있다. 그 길의 끝은 무엇인지 알수 없으나 책장을 많이 넘기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읽고 읽어서 고전속의 벗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처럼 피어오르기만 하는 것이다. 욕심이겠지만 책에 대한 욕심은 마땅한 것인지....
다음번 도서관행에도 그의 글들은 한 권씩 얹어 벗이 되고 벗에게 물들며 사방의 먼지를 털어내야 할 것이다.
두루 넓게 배우고 물음표를 생각하고 깊이 되뇌이며 밝게 깨닫기를 그 성실함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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