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말공부/조윤제/흐름출판

다림영 2015. 1. 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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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이익보다 마음 한 조각을 얻으라

 

진목공이 수레를 몰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레가 부서져, 수레를 몰던 말 한 마리가 도망쳐 버렸다. 목공이 말을 찾으러 가지 한 무리의 시골 사람들이 이미 말을 잡아서 막 먹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말을 잃은 목공은 속으로 탄식을 했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준마의 고기를 먹고서 술을 마시지 않으니, 나는 말고기가 그대들의 몸을 상하게 하지 않을가 걱정되오.“

그리고 술을 베풀어 두루 마시게 하고 돌아갔다.

1년후 전쟁이 일어났다. 진목공도 참전을 햇는데, 다른 진나라 군대에 의해 포위를 당해 위기에 빠졌다. 이때 어디선가 삼백명의 군사가 홀연히 나타나 진목공을 구해 주었다. 바로 말고기를 먹었던 그 시골마을의 사람들이었다.<여씨춘추>

 

<서경>에는 군자에게 임금 노릇을 하려면 바르게 해야 그들이 덕을 행할 것이고, 미천한 사람에게는 관대하게 해야 그들이 힘을 다한다고 실려있다. 이말은 미천한 사람에게 아무리 덕과 의를 말해도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오히려 따뜻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나 온정이 넘치는 한 번의 은혜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다.

 

진목공은 춘추5패 중의 한 사람으로 인재를 중요시하여 휘하에 백리혜나 건숙 등 탁월한 인재들을 많이 불러 모았고, 이들과 함께 중원을 평정하고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훌륭한 군주였다. 그는 전쟁에서 패했을 때도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고, 특히 말단 군사나 백성들가지인의로 다스렸던 관대한 군주이기도 했다.

 

진목공은 자신의 아끼던 말이 잘 차려진 잔칫상의 푸짐한 고기가 된 것을 보고 속이 상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만약 성질 급한 군주였다면 감히 왕의 말을 죽여 잔치를 벌이다니....” 하며 그들을 엄벌에 처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 당시 왕이 아끼는 말 한 마리보다 더 못한 것이 그들 백성의 목숨인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진목공은 화를 내기 전에 먼저 냉철하게 현실을 파악했다.

이미 자신의 말은 죽엇고 맛있는 요리가 되어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아무리 화를 내고 벌한다 한들 죽은 말이 살아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비록 말은 잃었지만 사람을 얻는 선택을 한 것이다.

 

말을 죽인 것의 책임을 묻지 않았을뿐더러 그들의 건강까지 생각해서 거친 말고기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술을 베풀어준 것이다. 어찌보면 진목공에게는 말 한 마리, 얼마간의 술이 지극히 작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은혜가 시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비록 군자들이 말하는 덕이나 도, 예 등은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지만, 마음을 감동시키는 은혜는 결코 잊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그들은 진목공의 은혜를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목숨을 구했던 것이다.

 

중국 고전에서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온정이 나중에 어떻게 크게 보답받는지를 보여주는 고사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가 결초보은이라는 사자성어로 잘 알고 있는 고사이다. ..p208

 

말이 아닌 것으로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당나라 목종이 한림학사 유공권의 글씨를 보고 좋아하게 되어 그에게 물었다.

경의 글씨는 어찌 그리 아름다울 수 있소?”

유공인이 대답했다.

붓의 움직임이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바르면 글씨도 바르게 되지요.”

목종은 자세를 바르게 했다. 유공권이 글씨를 통해 자신에게 간언을 한 것임을 알아차린 것이다.<체감도설>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 다른 것은 없고 오직 글씨에 관한 것뿐이다. 목종은 유공권의 글씨체를 사랑하여 칭찬했고, 유공권은 자신의 글씨는 바른 마음가짐에서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겉으로 말하는 것과 함께 마음속으로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공권은 자신의 아름다운 글씨체는 곧고 바른 마음 가짐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군주가 가져야 하는 바른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글씨가 마음에서 나오는 것처럼 다른 모든 것 역시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무슨 일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마음부터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임금의 다스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임금의 행동 하나하나는 모든 변화의 근원이 되므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반드시 올바른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p234

 

큰일을 앞두고 작은 예의에 연연하지 마라

 

홍문의 연회에서 변소를 간다는 핑계를 대고 간신히 항우의 면전에서 도망쳐 나온 유방은 , 도망을 하라고 재촉하는 신하번쾌에게 항우에게 인사를 하지 못하고 나왔다고 말하며 망설인다. 이때 번쾌는 유방을 다그치며 말했다.

큰일을 할 때는 사소한 예의를 따지지 않고 큰 예의를 행할 때는 사소한 허물을 마다하지 않는 법입니다. 지금 저들은 칼과 도마이고 우리는 그 위에 놓인 물고기 신세인데 무슨 인사를 한다고 합니까?”<사기>본기p243

먼저 행동으로 보여라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갈 때 아들이 따라오면서 울자 달래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가면시장에서 올 때 돼지를 잡아주마.”

아들은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갔고, 아내는 시장을 잘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러자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고 했고, 아내가 말리며 말했다.

아이를 달래려고 장난으로 했던 말인데 돼지를 잡다니요?”

증자가 대답했다.

아이는 장난으로 말할 상대가 아니요. 아이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하는 대로 뱅고 가르침을 받는데, 지금 아이를 속이면 아이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이 없소.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아이는 어미를 믿지 않게 되므로 올바른 가르침이 아니요

<한비자>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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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아이들이 일정한 질서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거나 바른 행동을 하지 않기도 하는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부모인 내 탓이다. 어렸을 때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각별한 마음 없이 아이들을 대했던 것 같다.

결혼을 하려면 아내의 본분 남편의 본분을 익히는  특별수업을 받아야 할 것 같고 더군다나 부모가 되기 전에는 바른 부모가 되는 공부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의 성격이 형성될 어릴 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돌았으니 나는 할 말이 없다. 쉰 중반에 와서 이를 깨달았으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고 지금이라도 조용한 태도로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가급적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지 않으려하고 아이들이 모두 있는 늦은 밤 시간에 절을 하고 명상을 하고 고요한 집안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이런 마음을 지니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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