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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다림영 2014. 11.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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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이 고장 났다. 겨울준비를 한꺼번에 하느라 탈이 난 것이다. 며칠 참다가 더는 안 되겠다싶어 침을 맞았다. 의사 왈 집안일로 이렇게 붓다니.... 여기는 동맥이 지나가는 자리예요 . 이렇게 아파서 여기 오지 마세요. 위험을 감수하고 침을 놓습니다.” 하는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다른 곳에 침을 맞을 때와는 달리 무척 아팠다. 간신히 참으며 그곳을 나올 때는 정말 살펴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도 채 되기 전 챠트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종일 글씨에 매달려 살던 때였다. 이른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얼마나 열심히 썼는지 젓가락조차 손에 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침을 놓는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글씨를 쓴다면 손을 못 쓸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펑펑 울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한동안 굉장히 긴 침을 맞으며 모든 것에 손을 놓고 지내야 했다. 아마도 손목은 그때를 기억하는지 조금만 무리를 하면 이상신호를 보낸다.

 

며칠 전에는 치과에 다녀왔다. 막내 녀석이 아기였을 때 어쩌다 나를 들이받았는데 그때부터 앞니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줄곧 병원에 다녔으나 딱히 치료방법은 없었다. 정기 검진뿐이었다. 가급적 이는 심히 아프고 견디지 못할 경우에나 빼는 것이라 의사는 얘기했다. 그렇게 지낸 것이 어느새 십 오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부쩍 느낌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서 빼야 하는 것인지를 여쭈니 의사는 그때와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치과는 이십년이 넘도록 다닌 곳이다. 친구에게서도 들었지만 그이만큼 진실 되게 조언을 해주는 이는 보지 못했다고 하니 나 또한 의사의 말을 새겨듣고 있다.

 

얼마 전부터 손목에 붕대를 감고 생활을 하고 있다. 조금만 손목이 뒤로 젖혀지면 절로 비명이 나오는데 클릭을 할 때 무리가 되니 인터넷서핑도 줄이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그저 책과 좋은 분들의 말씀과 명상으로 나를 돌보고 있다.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을 삼으라 헀던가 몸을 돌보며 욕심을 줄여야 하겠다. 나이가 들어가니 한창 젊을 때와 똑 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살펴 살던 중에 고개든 욕심으로 이리 붕대를 감고 있다. 매일 공부를 해도 일을 그르치고 있으니 아침에 새기던 말씀 저녁이면 다시 들여다본다. 마음을 비우고 사소한 것에 웃음을 짓고 순정하게 하루를 일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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