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배우다

약상불귀(弱喪不歸)

다림영 2014. 10. 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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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1

정민의 世說新語

 

약상불귀(弱喪不歸

변방관리의 딸 여희(麗姬)가 진나라로 시집가게 되자 슬피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막상 궁궐로 들어가 왕과 한 침대를 쓰고 맛난 고기로 매 끼니를 먹게 되니 시집올 때 엉엉 울던 일을 금세 후회했다.

 

장자(壯子)’ ‘제물(製物)’에 나온다. 장자가 덧붙인다. “죽음을 싫어하는 것이 어려서 고향을 떠나와<弱喪>돌아갈 줄 모르는 것이 아닌 줄 내가 어찌 알겠는가 <矛惡乎知惡死之非弱喪易不知歸者耶)?누구나 한번은 죽는다. 죽고 나서 내가 어째서 그렇게 살려고만 발버둥 쳤을까 하고 후회하게 될지 누가 알겠느냐는 뜻이다.

 

승지 유광천( 柳匡天.1732~?) 이 자신의 집에 귀락와(歸樂窩)란 편액을 걸고 위백규(。1727~1798)에게 글을 청했다. 위백규가 말했다. “우리 유가의 법문”(法門)은 방심(放心), 즉 제멋대로 달아난 마음을 거두는 것을 비결로 삼는다네. 장자는 어려 고향을 떠나 돌아갈 줄 모르는 것을 슬퍼할 만한 일로 보았지. 마음을 풀어놓고 거두지 않는 것을 이라 하고, 거두어 제자리로 되돌리는 것을 (歸)’라고 한다네. 사람이 슬퍼할 만한 일로 마음을 풀어놓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고, 즐거워할 만한 일에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만큼 큰 것은 없네. 마음이 진실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천지간 만물이 능히 그 마음을 흔들지 못하게 되지.“

 

그는 다시 이렇게 덧붙인다.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느면, 불귀한 데로 가면 교만해지고, 명리에 나아가면 넘쳐흐르게 된다네. 내 열덟자의 몸뚱이를 끼고도 그 큰 것을 견딜 수가 없게 되지. 늘 발돋움해도 서 있을 수조차 없고, 타넘어 가려하나 걸을 수도 없게 되네. 천지간에 잔뜩 움츠러들어 밤낮없이 캄캄한 밤중일세. 슬프기만 하고 즐겁지가 않으니 무엇으로 백년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귀락와(歸樂窩)는 돌아옴이 즐거운 집이다. 멀리 달아났던 마음을 거둬 본래 제자리로 되돌려 놓으니 그제야 마음이 기쁘다. 마음이 달아나면 명예가 즐겁지 않고 부귀도 괴롭다. 허깨비 쭉정이의 삶이다. 그런데도 사람이 마음은 버려두고 부귀와 권세만 붙좇느라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영영 없다.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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