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추사의 마지막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설흔/위즈덤하우스

다림영 2014. 10.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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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버들가지 늘어뜨린 문

구름 같은 녹음에 가려진 마을

홀연히 피리 불며 지나가는 목동

강을 채우는 황혼의 물안개

..

손만 대면 봄이 되는 대나무 가지 하나

시의 뜻으로 그려내니 마음의 실이 하늘하늘

뜰에 내려서니 소상강 물빛이 되어

분수에 넘는 맑은 기운이 낮 꿈을 꾸게 하네

..p31

 

험한 길 지나왔다고 마음 놓으면 안 됩니다. 평탄한 듯 보여도 이제 절반입니다. 갈 길은 여전히 멉니다.”p34

 

위기와 절망에 처한 너에게

 

위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라.

..

가끔은 냉정함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절해고도까지 험난한 길을 걸을 때, 젊은 시절 중국에 있는 완원스승과 마셨던 백모차 한 잔을 떠올리며 냉정한 마음을 다잡으려던 나는 의금부도사의 가벼운 농담 한 마디로 한없이 무거운 마음을 떨쳐낼 수 있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명쾌하게 그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꿋꿋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라.

..

차가움, 그 이면에 있는 따뜻함을 잊지 마라.p45

 

나는 수선화 구근에 묻은 흙을 털었다. 어린아이를 안고 가듯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올려놓고 귤중옥으로 돌아와 작은 화병에 꽂았다. 햇빛 비치는 책상 위에 안착한 수선화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꽃이 있고 없고는 달랐지만 그 연약함은 네가 그린 수선화를 그대로 닮았다. 너의 수선화와 길에서 가져온 수선화를 번갈아 보며 시를 썼다.

호미 끝에 버려진 이 심상한 물건을

밝은 창가 조촐한 책상 사이에 공양하네. p053

 

토착민들은 수선화 귀한 줄을 몰라서 우마에게 먹이거나 짓밟아버립니다. 보리밭에 유독 많이 난 까닭에 호미로 파내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파내어도 곧 다시 나는 터에 아예 원수 보듯 하고 있답니다. 사물이 제자리를 얻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다.

 

시 짓고 편지를 떠올린 의미는 명확하다. 고고한 자태 덕분에 예부터 문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수선화였다. 황정견이 옥으로 살결을 이루었다고 했던 그 수선화가, 감창업이 연경의 시장에서 사오면서 값도 따지지 않았다고 했던 그 수선화가 절해고도에서는 뜻밖에도 이리저리 차이고 외면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내 차가운 손으로 간신히 제 위치를 찾아주었음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p054

 

한 칸 방에 마루가 있고 집도 깨끗합니다.

새로 도배할 것도 없으니 오히려 과분하다 하겠습니다. p59

 

호랑이가 고양이보다 윗길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습에 현혹되는 것이다.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게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호랑이의 머릿속에 든 것이 바로 고양이다. 고양이가 사라진 순간 호랑이는 늙은 호랑이가 된다. p66

 

걱정과 불안 앞에서 흔들리는 너에게

 

모든 일에는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의 순서가 있는 법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마라.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반드시 존재한다.

머뭇거림과 의심의 시간을 없애라.

나의 깊은 속내와 회한, 성실함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길에 들어섰음에도 머뭇거리기만 하고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는다면 시간과 마음을 허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옳은 길이든 아니든 네 위치를 알고, 길에 들어섰다면 곧장 걸어가라. 길에서 갈팡질팡 헤매다보면 그 사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p83

 

아침 햇살 흐릿한 성곽 너머로

눈서리 뒤엉킨 드넓은 들판

지독한 추위는 풀리지 않고

남은 겨울을 옥죄고 있다.

p115

 

난을 치는 데는 붓을 세 번 굴리는 것을 묘로 삼는다. 너는 붓을 한 번에 죽 긋고는 바로 그쳤다. 붓을 세 번 굴리는 것에 공력을 쏟아라. 세 번 굴리는 것의 묘를 알지 못하면 그저 되는대로 먹칠하는 것과 하나 다르지 않다.

..

난을 치는 데는 종이 서너 장만 있으면 충분하다. 마음만 먹으면 천 장의 종이도 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너도 잘 알고 있는 바다. p123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p124

 

목표를 실현하고 싶은 너에게

 

현실적으로 너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안내자를 구하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라.

확실한 꿈이 있다면 이루기 위한 방법을 놓치지 마라.

이상적은 나를 위해 귀한 책을 얻어다주었고, 궂은 날씨나 험한 바닷길도 헤치며 대정까지 오곤 했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나와 친분을 쌓으면 중국의 학식있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상적처럼 이루고 싶은 꿈이 확실하다면 문을 열어 아랫목을 먼저 차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 마라. 오히려 꿈이 있음에도 그 실천을 미루고 바로 행하지 않는다면 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험한 길로 빠질 수 있다. p129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싶은 너에게

 

뜻을 이루려면 너의 진심과 정성을 표현하라

모든 것은 내가 먼저 주는데서 시작하는 법이다.

자신이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라.

목숨을 걸고 너의 진심을 정확히 전달하라. p169

 

예술과 인생의 길을 알고 싶은 너에게

좋은그림 속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맹렬한 진심을 표현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잊을 수 없는 존재를, 잊지 않겠다는 그 다짐을 그림에 담아라.

누구도 모방하지 말고, 너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라.

 

---

 

 

잘 아는이가 딸과 함께 방문했다. 어제부터인가 귀퉁이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더니 벌레가 무섭다고 기겁을 한다. 귀뚜라미 소리가 없으면 가을이 심심한데 하니 징그럽다며 고개를 흔들며 뱀이라도 본양 뒷걸음질을 치는 것이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귀뚜라미를 무서워하다니 듣는 귀뚜라미 심히 불편하신지 조용해진다.

 

추사의 이야기를 읽으니 시를 짓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나오느니 한숨이고 머릿속은 눈 내린 듯 하얗다. 제 때에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데 놓치고 나니 모두가 도루묵이고 열정조차 찾을 길 없다. 음악만이 위로가 되어줄 뿐이다.

 

방문객은 떠났다. 그들이 떠나니 노래하는 귀뚜라미, 아마도 저를 싫어하는 이를 아는 듯. 사람도 그 무엇도 두려울 때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누구도 모방하지 말고 ,너 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라

 

..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쉽지 않지만 가다보면 길이 나오리니. 이럴때면 그 어느분의 책 속에 글이 떠오른다. ‘ 그래서 당신이 죽었나요?’... 웃음이 난다. 왜 화를 내고 힘들어하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일까? 인간이 꼭 해야 할 걱정은 모든 걱정 중에 4%밖에 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면 죽지도 않았고 밥도 먹고 있고 다들 나름 건강하고 매일 마주보며 살고 있다.

명상음악을 듣고 있다. 대나무 숲 인가보다. 천둥도 치고 그러더니 비가 쏟아진다. 눈을 감고 젖어본다. 대숲의 바람소리... 물을 빨아들이는 대지... 그리고 처마 밑에서 이를 느끼고 있는 한 사람 ... 가을이 깊어간다.

 

소리없이 가을오네 바람조차 숨죽이니

마음혼자 흔들리고 어느세월 비워질까

덧없는 삶일터인데 냇물처럼 흐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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