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귀뚜라미가 노래하는 밤에

다림영 2014. 9. 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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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오카리나가 도착했다. 아이처럼 즐거워 도레미파솔라시도 불러보니 확실히 음이 다르다. 플라스틱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감촉이 근사하다. ‘엄마야 누나야를 불러본다. 참 좋다. 쉬운노래부터 부르며 외워야 하겠다.

어둔 밤에 불러보니 더 좋다. 어릴 때 같으면 엄마는 그랬을 것이다. ‘ 뱀 나온다~’

 

배가 이따금씩 아프다. 참을 만하지만 영 기분이 좋지 않다. 집에서 매실액을 가져와 줄곧 먹으니 괜찮은 듯 했다. 그러나 식사를 하니 또 이상하다. 아무래도 끼니를 거르거나 죽을 먹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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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 아프고 귀도 머리도 한쪽으로 찌릿찌릿했다. 며칠 참다가 안 될 것 같아 병원에 가니 인후염이란다. 아마도 명절 어쩌구 라 하신다. 가족들은 내게 신경성인가보다 한다. 글쎄 예전 같으면 몰라도 요즘은 명절이 오든 제사를 지내든 특별한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없다. 남들이야 어떤 의무와 예의를 지키든지 아니던지 전혀 상관을 하지 않는다.

 

세월이 흐를수록 며느리들이 이상해지고 있는데 보기는 썩 좋지는 않다. 남편들만 훌쩍 보내고 저희는 친정에 가거나 여행을 가는지는 알 수 없다. 가족 친지 누구도 그들에 대해 묻지 않는다. 당사자의 남편은 굳은 얼굴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기는 한다. 아이들도 걸음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연을 끊을 것이라는 얘기일터인데 그들이 걸음한지 얼마가 되는지 이제는 가물거린다. 그러면서 아버님 장례식에는 아무런 일도 없듯이 나타나 시어머니에게 살가운 척 대했는데 완전히 그동안의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는 모르쇠다.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버님은 생전에 안동김씨 양반가문에 대해 자주 언급하셨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양반은커녕 입에 올리기조차 기가 막힌 집안이 되어버렸다. 큰사람이 그러니 밑에 있는 사람은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그중 나는 셋째이다. 가장 못 배우고 못났다. 못난 자식이 부모와 함께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혼자 일을 하지만 크게 신경이 쓰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것은 그들의 마음이고 그들의 일일 것임을...

언제부터인가 즐거움으로 일을 하고 있다. 건강히 살아있어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 명절의 즐거움은 조상들께 차례를 함께 지내고 가족 친지들이 모여 옛이야기를 나누고 추억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위로하며 미래도 점쳐가며 정을 나누는 자리이다. 그런 자리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스님의 말씀처럼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모두 복을 짓게 되는 일 ..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그들 덕분으로 복 통장에 저축액이 나날이 불고 있으니 나는 점점 부자가 되고 있기도 한 것이다.

 

명절아침 서울에 살면서도 늦게 온 둘째 형님이 자신의 아들이 심부름 하는 것을 보고 너 혼자만 하고 있어?’ 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조카에게 말했다. ‘ 복을 참 잘 짓네. 복통장이 불어나고 있는거야..’ 했더니 형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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