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추석무렵

다림영 2014. 9. 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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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모두 데려다 놓으려는 듯 어딘가 메시지를 보내려는 듯

종일 세차게 혹은 가늘게 비가 내렸다.

추석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걱정들은 또 산만큼 솟아났다. 매상은 하나도 없으니 자연 퉁명하게 식구들에게 대했는지 아무도 전화를 주지 않는다.

 

이런, 화를 내거나 걱정을 하는 것조차 복을 다 까먹는 것이라 스님께서 그렇게 신신당부하며 말씀하셨는데 복을 짓기는커녕 몇 개나 까먹고 말았다.

참회를 하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가족 모두에게 이름을 적고 고마움의 메시지도 몇 마디 씩 적고 봉투 안에 약간의 금액을 넣었다. 일종의 우리 집 명절 떡값이라 정했다. 처음 실행하기로 했다. 생전 용돈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 몇 개의 봉투에 배춧잎 몇 장씩 넣고 보니 환해질 식구들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진다.

수입이 없으면 절대로 돈을 쓰지 않기로 했지만 오늘은 크게 쓰기로 했다.

일터에 머무는 나의 이유는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므로...

내 눈치만 보며 어깨가 축 늘어진 얼굴들이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돈타령은 정말 그만하고 오늘은 한번 다 잊고 행복하게 웃어보아야 하겠다.

 

잠깐 들여다보던 텔레비젼에서 자연 속에 혼자 사는 노인이 나왔다. 아내가 죽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무도 없는 산 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조롱박에 글씨를 쓰고 벽에 매달아놓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쉬고 싶으면 쉬니 아무런 걱정이 없다며 도시 사람들의 짜여진 일상을 측은하게 이야기 하신다. 풀어놓아 신나게 사는 닭 두 마리에게서 얻는 계란 몇 개도 많다며 환한 웃음이 넘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음을 도시를 잊고 사는 이들을 보며 느낀다.

오늘 이 순간에 마음을 싣고 미래의 근심은 지우며 나도 작은 것을 귀히 여기며 행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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