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랬으면 참 좋겠다.

다림영 2014. 6. 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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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새벽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오늘은 조금 일찍 들어가 일찍 잠에 들어야 하겠다.

어둡고 막막하고 근심 많은 국민들에게 그들이 환하게 웃음을 선물해 주었으면 참 좋겠다.

있는 힘을 다해 집에서라도 응원을 해야 하겠다.

우리의 응원이 조금이라도 기가되어 그 먼곳까지 전해진다면 나도 그렇게 해야 하겠다.

 

평생 지울 수 없는 세월호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나의 아들 같은 군인들의 슬픈 이야기도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나의 둘째가 전방에서 불철주야 고생을 하고 있다.

나의 첫째가 후방에서 긴 휴학을 하고 방황을 하고 있다.

나의 막내가 막막한 공부에 휘둘리며 이른 아침부터 늦은밤까지 더운 학교에서

공부와 씨름을 하고 있다.

사업을 접은지 오래인 동반자가 이른 아침 아르바이트 두 시간을 뛰며 그래도 삶의 끈을 잡고 열심히 살고 있다.

우리가족 휴일이면 함께 하는 저녁시간, 어쩌다 한 번 수입고기를 사서 구워 먹는다.

그때 막걸리 한잔으로도 행복하다고 노래하는 동반자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어깨가 무거운 나에게 모든 아픈이들에게 시름을 하는 이들에게 억울한 이들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노숙자에게

태극기를 휘날리며 아름다운 그들이 기적을 선물 해 주었으면 좋겠다.

 

흰 이가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고 방바닥에서 일어나 쿵쿵 거리며 그 새벽에 난리를 쳤으면 참 좋겠다. 스물다섯 살이나 먹은 우리 아파트가 한바탕 시끄러웠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 밤 꿈엔 조상님이라도 나타나 금메달이라도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꿈을 꾸었으면 참 좋겠다. 그래서, 그래서 16강에 올라간다는 어떤 그런 목표는 잊고

다만 그들이 죽을힘을 다해 뛰며 흘리는 땀을 우리 모두 느끼고 필사적으로 얻어낸 어떤 점수로 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만면에 화색이 돌아, 발길 닿는 곳 마다 기적을 얘기하는 그러한 내일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세상 근심과 아픔 까맣게 잊고 웃음물결이 거세어지고 그 파도가 한반도를 휩쓸어 우리 모두가 깃털같은 기쁨으로 내일 하루만큼은 큰 선물로 출렁거렸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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