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1862년 미국뉴욕에서 태어남. 1866에서 1872년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생활했다. 학교다니는 대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으며 아버지의 서재에서 문학.철학,종교서적을 탐독. 1878년 처음으로 시집 출간.
1885년 에드워드 로빈스(‘테디’)위튼과 결혼했으나, 애정없이 시작한 결혼생활은 불행. 1894년부터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음. 신경쇠약치료겸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여러나라를 옮겨다니며 생활. 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에서 전쟁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침. 이 공로로 레지웅도뇌르 훈장을 받음. 전쟁이 끝난뒤 발표한 <순수의 시대>(1920)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쳐 상을 수상. 1913년 남편과 이혼. 1937년 파리에서 사망할 때까지 프랑스에서 살았음. 대표작 <환락의 집><이선프롬><암초><여름> 등이 있다.
본문중에서-
“그가 놓친 것이 있다면 인생의 꽃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하면 너무나 얻기 어렵고 가망없는 것이어서, 복권에서 1등을 뽑지 못한 것처럼 놓쳤다고 절망스럽지도 않앗다. 그의 복권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표가 있었지만 상은 딱 하나뿐이었으므로 그 기회를 잡는다는 건 그에게는 꿈도 꿀수 없는 일이었다.
엘렌 올렌스카를 생각하면 책이나 그림 속 가공의 연인을 생각할 때처럼 막연하고 평온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가 놓친 것 전부를 한데 뭉뚱그린 환상이 되었다. 희미하고 미약했으나, 그 환상 때문에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어 본 적이 없엇다. 그는 성실한 남편이라는 평을 받았고, 메아가 막내를 간호하다가 옮은 폐렴으로 갑자기 죽었을 때에도 진심으로 슬퍼했다. 그들이 함께 한 긴 세월을 통해 그는 결혼이 지루한 의무일지라도, 의무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한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혼에서의 일탈은 추악한 욕정과의 투쟁이 될 뿐이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과거를 자랑스러이 여기는 한편으로 슬퍼했다. 어쨌거나 흘러간 옛날이 좋았다.
..
..
변화를 인식할 줄 모르는 그녀의 무능력함 때문에 아처가 자기 견해를 그녀에게 감추듯이, 자식들도 엄마 앞에서 자기들 생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버지와 아기들이 무의식적으로 협력하여 꾸며 낸 속임수랄까, 순진한 가족의 위선 같은 것이 있었다. 메이는 세상이 자기 집처럼 사랑과 조화 넘치는 가정으로 가득 찬 좋은 곳이라고 믿으며 죽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뉴랜드는 계속해서 댈러스에게 부모의 삶을 형성했던 것과 똑같은 원칙과 편견을 심어 줄 것이고, 뉴랜드가 그녀의 뒤를 따른다면 댈러스가 차례대로 어린 빌에게 신성한 믿음을 전수해 줄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마음놓고 눈을 감았다. “
-작품해설중에서
..
작품의 결말에서 노년에 이른 아처는 파리에성 엘렌과 조우할 기회를 얻는다. 이제 메이도 죽고 없으므로 더 이상 그들의 결합을막을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는 결국 엘렌의 아파트로 올라가지 않고 건물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 끝에 ‘이편이 더 낫다’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린다. 이제 영원히 그가 소유할 수 없고 손 닿지 않는 환상이 된 지 오래인 엘렌이 그의 삶에 들어와 자리 잡을 공간은 없다. 누구의 삶에나 이루지 못한 것, 살아 가기 위해 버려야 했던 것에 대한 회한이 있다.
<순수의 시대>를 읽는 독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엘렌 올렌스카와 뉴랜드 아처의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야기로 읽어도 좋고, 풍속소설로서 요즘 유행하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처럼 1870년대에도 당대 유행의 선두를 달렸던 화려한 옛 뉴욕의 모습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깊이 파고들어 읽는다면 당대의 미국 사회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또한 인습에 저항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이며, 현실에 묻혀 젊은 시절의 이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움과 회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송은주
---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재미가 쏠쏠했다. 이 이야기 역시 영화로 나왔다고 하니 영화를 보면 그 세대의 모든 자연풍경이나 사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으니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대의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는....
메모해 두고 꼭 찾아봐야 하겠다.
주인공의 청춘, 순수의 시대를 돌아보는 글이라기보다 책의 말미가 주는 여운 속에서 단맛 쓴맛 신맛 그 모든 것이 가라앉거나 날아가버린 생의 후반에 은근한 커피향같은 순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주름과 한생을 날아와 편안해진 모습으로 옛 연인과의 은은한 만남이 이어지기를 ...
'책 만권을 읽으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문학 2013 겨울/문화관광부 선정 제 9회 우수잡지 (0) | 2014.04.12 |
---|---|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강상구/흐름출판 (0) | 2014.04.05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브라흐마/류시화옮김/ (0) | 2014.03.26 |
내 영혼의 한 문장 센텐스/공선옥.서명숙외 58명/plumbooks (0) | 2014.03.22 |
정조 치세어록/안대회/푸르메 (0) | 2014.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