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아프리카를 날다/베릴 마크햄/서해문집

다림영 2014. 3. 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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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킹턴으로 말을 타고 가던 어느 날 아버지는 사자 얘기를 하셨다.

사자는 웬만한 인간보다 영리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간들보다 더 용감하지. 사자는 자기가 가진 것 그리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싸운다. 겁쟁이를 경멸하고 자기와 대등한 존재에 대해선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지, 하지만 그건 겁나서가 아니야. 사자는 언제까지나 사자라고 보면 돼. 사자는 결코 변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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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믿을 게 못 된다. 길든 사자는 자연스럽지 않은 사자일 뿐이야. 자연스럽지 않은 건 뭐든 믿을 게 못 돼.”p74

 

 

나는 아프리카 흑멧돼지보다 잘 싸우는 동물을 안다. 하지만 더 용감한 동물을 알지 못한다. 흑멧돼지는 평원의 농사꾼이다. 땅을 파는 지저분하고 촌스러운 존재. 그는 생긴 건 못났지만 가족과 집과 중산층의 생활 관습을 지키는 용맹스러운 수호자다.

 

그는 자신의 아늑한 생활을 침해하는 존재와는 상대가 무엇이건 덩치가 어떻든 싸운다. 그는 무기조차 서민적이다-아름답지는 않지만 날카롭고 치명적인, 싸울 때만 아니라 땅을 팔 때도 우아한 것과는 거리가 멀게 사용되는 굽은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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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작고 반짝이지도 않으며 의심 단 한가지만을 표현한다.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의심하고 의심스러운 모든 것과 싸운다. 그는 공중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고, 말 탄 사람이 공격 전술 구상을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의 창자에 구멍을 뚫을 수도 있다. 그가 굴에서 튀어나와 충격 전술을 구사하는 속도는 놀랍기 그지 없다.

 

그는 꾀 또한 뛰어나다. 자신의 아늑한 작은굴(그것을 지은 큰개미핥기에게 빼앗다시피 빌린)에 들어갈 때 꼬리부터 들어간다. 그래서 결코 방심하다 당하는 일이 없. 호기심이나 경솔함에 빠진 적이 사정거리에 들어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 큰 코를 이용해 굴 안에 고운 흙을 한무더기 쌓아 놓는다.

 

이 흙은 연막 역할을 해서, 멧돼지가 전투에 돌입하는 순간 앞을 가리는 거대한 흙먼지 구름을 일으킨다. 그는 작전상 후퇴는 알지만 항복은 결코 알지 못한다. 노련하지 못한 개나 겁 없는 초보 사냥꾼과 싸움이 벌어지면 흑멧돼지의 피만 흐르는 일은 거의 없다. p110

 

 

 

독수리나 올빼미, 토끼의 눈에 인간은 유능하지만 외로운 동물로 보일게 틀림없다. 인간에겐 친구가 딱 둘 뿐이다. 거의 모든 만물에게 좋지 않은 평판을 듣는 인간은 이 둘이 개와 말이라고 의기양양하게 주장한다. 그는 인간 특유의 일방적인 믿음으로, 이들도 자기처럼 끈끈한 우애를 자랑스러워하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얘기한다. “나의 고귀한 두 친구를 보라고, 이들은 말은 못하지만 충성스럽지.”나는 달리 생각한 지 오래 되었다. 이들은 단지 참아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평생을 이들의 관용에 의지해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개나 말이 내게 없으면 대지와의 접촉이 끊긴 듯 느낄 것이다. 해탈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불교 승려처럼 조바심이 날 것이다. p130

 

 

어떤 냉소적인 사람이 우리는 살아갈 뿐 배우지 못한다.” 고했다지만 나는 배운 게 몇가지 있다.

나는 배웠다. 자기가 살고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과거가 서려 있는 곳을 떠나야 한다면 절대 지체하지 말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떠나라고, 단 한 시간이라도 당신이 기억하는 그 시간이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결코 생각하지 말라고. 왜냐하면 그건 죽었으니까.

 

지나간 시간은 안전한 시간으로, 극복한 시간으로 보인다. 반면 미래는 멀리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구름 속에 살아있다. 구름은 당신이 그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맑게 걷힌다. 나는 이것을 배웠다. 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이 그렇듯 뒤늦게야 배웠다.p156

 

 

나는 운명의 장난에 대해 심오한 의견을 내어놓을 능력이 없다. 운명은 일찍 일어나고 아주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그것을 만날 때마다 길옆으로 슬쩍 밀어놓는 사람들한테 가장 관대하다.

 

이건 단순한 결론이고, 더 깊은 고찰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결론이고, 더 깊은 고찰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옛날 몰로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운명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옛날 몰로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운명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무엇하나 명확히 설명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몰로에 가지 않았더라면, 뉴욕에도 가지 못했을 것이고, 비행기 조종을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고, 코끼리 사냥을 배우지도 못햇을 것이고,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가기를 기다리는 것밖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만큼은 분명하다. p179

 

 

 

 

코끼리는 이성적인 동물이다. 코끼리는 생각을 한다...

코끼리가 죽은 동료를 비밀 무덤에 갖다 두며 아직지 그 무덤이 한 곳도 발견된 적이 없다는 얘기가 있다. 덫에 걸렸거나 총탄에 맞은 것 말고는 코끼리 시체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빙성을 더해준다. 늙고 병든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원주민만 아니라 많은 백인 이주자도 코끼리가, 다쳤거나 병든 코끼리를 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수백 킬로미터를 옮겨다 놓는다는 전설을 (이게 전설이라면) 오랫동안 믿어왔다. 그리고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어쩌면 상상에 나온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상아는 한때 금만큼 귀했고, 사람들은 보물이라면 언제나 전설로 그것을 포장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자기가 직접 본 것은 결코 전설이 아니다. p243

 

 

 

그때 그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고 바라는 날이 올지 모른다고 스스로 설득해봐야 소용없다. 후회할 게 뻔해도 소용없다. 모든 내일은 모든 어제와 달라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지난 몇 달동안의 어제를 돌아보며, 거기에서 누구라도 원했을 훌륭한 어제가 많았음을 발견한다. 나는 불빛 속에 앉아 그 모든 날을 본다.

그날들을 만든 시간은 훌륭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만든 순간들도 .나는 책임과 일, 위험과 쾌감, 좋은 친구들, 그리고 담 없이 사는 세상을 누렸다. 나는 그것들을 지금도 누리고 있고, 내가 그만두지 않는 한 앞으로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p283

 

 

나는 전에도 물었듯이 왜 이런 모험을 하지?” 하고 물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나 하고 싶은 걸 해야 하니까.”하고 대답할 수 있었다.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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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나 명확하게 설명되는 것은 아닐 테지만 나 역시 그때 그 아픔이 그 슬픔이 그 잘못됨이 지금의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고 본다.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어떤 상황과 잘못됨이 없었더라면 난 이리 책을 읽으며 지내지 않았을 테고 하루하루 백 팔배를 하며 마음 낮추는 자세도 갖지 못했을 것이고 불황의 여파에도 웃음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

나쁜 일은 꼭 나쁜 일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으며 좋은 일 또한 꼭 좋다고만 여길 수 없는 것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인 것을....

 

지금의 내 생활들은 또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 것인가 하지만 마음만큼은 예전 같지 않으며 맑게 흐르고 있으니 미래는 두고 현재 이 순간에 충일하며 감사하는 마음이다.

생각이 많아 자꾸만 갓길로 도망치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다시 데려와 책을 넘기기를 몇십번 다른 빌려온 책은 펼치지도 못하고 결국 아프리카를 사랑한 한 아름다운 여자의 매력으로 펼쳐보기를 거듭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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