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여행

수리산 병목안 가는 길

다림영 2013. 11. 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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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방이 있었다. 이곳이라면 혼자라도 깊고 편한 잠에 들겠다. 산 그림자가 저녁마다 친구하자 내려 올 터이고 틈만 나면 졸졸졸 냇물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새들은 아침마다 온갖 소리로 지저귀며 깨워줄 것이고 가끔 다람쥐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할 것이다. 손이라도 잡아볼 량으로 뛰쳐나가다가 웃음은 까르르 나자빠지리라. 일찍 잠에서 깨어나는 날이면 주머니에 손을 푹 찌르고 산등성이를 오르다가 예쁜 찻집에서 멀거니 산을 들여다보며 커피 한 잔 오래 들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한 눈길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나 요즘 매일 이 길을 걸어 산 중턱에 앉았다가 내려온다.

 

 

 

 

 

 

 

 

 

 

 

 

 

 

 

 

 

 

 

 

 

 

며칠째 출근길에 산에 들리고 있다. 자판기 커피 한 잔과 가을이 내린 풍경 속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오는데 오래된 핸드폰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담고 문자를 쓰다 말고 주머니에 넣어버리곤 한다. 오롯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가 내려오는데 그 아침엔 혼자 앉아 짧지 않은 시간 산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그런 이들에게 문득 커피한잔을 건네고 싶어지곤 하는데 그냥 그러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떤 마음도 아닌 가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허름한 가게 앞에서 카메라를 앞에 놓아두고 혼자 커피를 들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 듯 하더니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어주며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답례로 나도 활짝 웃었다. 대체적으로 웃음에 인색한 우리일 터이다. 깊은 산 속에서 더없이 아름다운 가을 풍경 때문에 생겨난 일, 사람까지 가을 물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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