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유열의 이별이래를 들으며

다림영 2013. 10. 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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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문을 올리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독한약과 먹을 것을 살짝 얹어 놓았었다

세상에 이런 약은 것이 있나

종이그릇을 엎어버렸다

그리고서 한다는 짓이

나의 천일홍 꽃대를 마구 부질러 놓았다

그래 두고보자

오늘은 좀약이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쥐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감사해야지

비워야지

웃어야지

환하게

맑게

 

*

체홉의 단편집을 또 읽었다. 때마다 읽는 책이다. 그중 골짜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또 소름이 끼쳤다. 귀가 들리지 않는 남편을 대신하여 가업을 이으며 일만하던 둘째며느리는 시아버지가 감옥에 가 있는 큰아들의 아기 그러니까 단 하나밖에 없는

손주에게 유산을 남겨 줄 거라는 얘길 전해 듣더니 울화를 참지 못하고 뜨거운 물을 아기를 향해 부어버린다. 아기는 죽음을 맞게 된다.

 

 

슬픔에 빠진 착한 큰 며느리에게 둘째며느리는 어떤 가책도 느끼지 않으며 그녀를 내 쫒아버리고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버린다.

시간이 흐르고 시아버지는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떠돌게 된다. 그러던 중 눈물이 가득한 옛 시아버지의 모습을 만난 큰 며느리와 그의 어머니는 노인의 손에 먹을 것을 들려주니 허겁지겁 먹는 것이다.

그런 노인의 모습을 보며 성호를 그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짓을 하고도 뻔뻔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다니.. .. 소설이지만 무서웠다. 오래전에 산 책 인데 가끔 들여다 보는 이유는 ...

나도 모른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는 날.. 귀한 휴일이다. 가득 채워지는 날이 되어야 하리라.

유열의 노래 이별이야기를 수십 번 듣고 있다. 어느새 9시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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