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아버렸다. 바람이 차가워 열어 둘 수가 없었다. 불 켜진 가게들의 모습이 따뜻하게만 보인다. 몇몇의 사람이 앉아있는 커피를 파는 그곳에서 나도 거리의 풍경으로 앉아있고 싶다.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내가 있는 곳이 아닌 색다른 곳에 머물고 싶어지는 그런 시기이다.
찬바람이 시작되니 뜨거운 차를 자주 앞에 놓게 된다. 이럴 땐 별스럽지 않은 얘기지만 마주보고 하하거리며 얘기를 나눌 친구들이 그리워만 진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는 나 혼자 뿐일까.
혼자앉아 이책 저책 건너가며 글을 읽는다. 스산한 바람 때문인지 풍경 탓인지 글에 집중이 되지 않고 글자만 읽어대고 있는 것 같다. 아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게 된 것을 반성하며 시작하는 하루였는데 돌아보니 또 어제와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래도 다시 반성을 하고 내일을 기약해본다. 누군가 말씀하셨다. 작심삼일이지만 그것을 며칠에 한 번씩 하다보면 결국 해 내게 될 것이라고...
‘고전을 읽는 것은 그 시대의 지은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 글귀가 며칠 전 부터 나를 사로잡고 있다. 고전이 아니어도 혼자 있지만 아름다운 분들을 매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니 나는 혼자가 아니며 하루에도 몇 분이나 되는 명사들을 만나며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으니 감사히 생각하며 하루를 맺어야 하리라.
소원하게 지냈던 옛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가 살아난 사람이다. 아들에게 간 이식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목소리가 밝고 좋았다.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마음을 비우는 얘길 했는데 그는 아직 욕심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 시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고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라며 좋은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얘길 몇 번씩이나 한다.
책속의 명사들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다. 오늘은 문득 생의 절망에서 다시 태어난 친구의 얘기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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