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쥐가 나타났다. 꽃밭을 또 들쑤셔놓았다. 한참을 바라보며 궁리를 했다. 정말 안되겠다. 이러다 나의 공간에 침입할까 두렵다. 종이컵에 은을 세척하는 액체와 먹을 것을 섞어 꽃밭 곳곳에 놓아두고 가야 하겠다.
*
하루라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분명 나도 모르는 새 인상을 썼을 것이고 주름 몇 개 또 만들었을 것이다. 사는 것은 다 그럴 것이다. 그러면서 늙어가는 것이리라. 부디 그저 그렇게 탈 없이 조용히 흘러가기를..
*
웃음만 났다. 당신의 돈으로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이해 할 수가 없다. 팔순 되신 분이 비비크림을 육 만원이나 주고 사다니 말문이 막혔다. 그런가보다 하고 마는데 얼굴이 갑자기 당겨온다.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만든 스킨을 마구 뿌렸다. 천 원짜리만 파는 곳에 가면 비비크림 이 천원이면 살 수 있다. 나는 그것에다 오일을 조금 섞어 바른다.
*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따뜻한 아랫목을 떠올리며 털조끼를 입은 날.
친구란 또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생각하는 날.
누구의 친구도 되어주지 못하면서 진정한 친구는 누구일까 생각하는 날.
그 손님은 또 왜 물건을 찾아가지 않을까 하며 전화도 하지 않으며 내 이익을 생각하는 헛헛한 날.
건강백서를 읽으며 몇 가지 운동을 더 추가하고 일찍 꿈나라에 들것을 결심 하는 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점점 더 멀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날.
멋쟁이 손님 때문에 갑자기 초라해 보이는 날, 머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진 날.
드라마 주인공들이 얘기한 것처럼 ‘그냥 흘러가자’ 라고 생각하며 수잔 잭슨의 노래를 한참이나 듣고 듣는 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열의 이별이래를 들으며 (0) | 2013.10.19 |
---|---|
친구의 전화 (0) | 2013.10.17 |
비내리던 어느 가을 오후에 (0) | 2013.10.15 |
10월의 첫날일기- (0) | 2013.10.01 |
너무나 놀랐던 아침 (0) | 2013.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