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권을 읽으면..

개/김훈/푸른숲

다림영 2013. 7.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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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공부는 매우 복잡해. 개는 우선 세상의 온갖 구석구석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그 느낌을 자기의 것으로 삼아야 해. 그리고 눈, , , , 수염, 발바닥, 주둥이, 고리, 머리통을 쉴새없이 굴리고 돌려가면서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노리고 물고 뜯고 씹고 핥고 빨고 헤치고 덮치고 쑤시고 뒹굴고 구르고 달리고 좇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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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가끔씩 나를 꾸짖고 때려도 주인이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가끔씩 쓰다듬어주고, 주인의 몸에서 사람의 기쁨과 슬픔의 냄새가 풍기는 한 지금의 주인이 영원한 주인이다.

이말은 내가 지나간 시절의 주인을 배반한다는 말이 아니다. 지나간 날들은 개를 사로잡지 못하고 개는 닥쳐올 날들의 추위와 배고픔을 근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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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빛의 조각들이 공중에서 부서지면서 반짝였다. 봄날, 바닷가에 나가면 물 위에서도 그런 빛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뒷다리로 땅을 박차고 솟구쳐올라 날리는 꽃잎을 입으로 받아먹었다. 꽃잎 속에서 흰순이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꽃잎이 너무 많아서 나는 뛰고 또 뛰었다. 교실 쪽에서는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렸고, 한꺼번에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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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며칠은, 가을볕에 말라서 바스락거렸고 습기 빠진 바람속에서 가벼웠다. 어디로 가든 거기에는 산골짜기와 들판, 강물과 바다, 비 오는 날과 눈 오는 날, 안개 낀 새벽과 저녁의 노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고 세상의 온갖 냄새들로 내 콧구멍은 벌름거릴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여전히 흰순이와 악돌이 들이 살아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나는 여전히 냄새 맡고 핥아벅고 싸워야 할 것이었다. 어디로 가든, 내 발바닥의 굳은 살이 그 땅을 밟을 것이고 나는 굳은살의 탄력으로 땅 위를 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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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소설읽기였다. 나는 읽는동안 개가 되었다. 갑자기 어릴 적 우리집 쫑, 해피, 독구가 생각났다. 그들의 눈빛은 책에 나오는 개처럼 유순했고 주인에게 순종했다. 엄마는 항상 어떤 살림밑천으로 개를 키우곤 했다. 두 마리 정도 항시 키워 여름이면 개 장수가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그때 팔고는 했다. 나의 동생들은 일 년에 한 번씩 그런 일을 목격하고 식음을 전폐하고 다락에 올라가 하루 종일 내려오지 않으며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동생들은 몇 며칠 기운 없이 마당에 있던 쫑, 해피, 독구의 집을 엎드려 들여다보며 개 집에 들어가 있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면 엄마는 또 한 두마리 강아지를 사서 안기면 아이들은 금세 떠나버린 쫑을 해피를 독구를 잊을 수 있었다.

누구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은이의 책은  자전거 여행이던가 여행 산문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땐 몰랐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 선생님께서 왜 이분의 책을 읽으라 하셨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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