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고양이/루이제린저
“어머니는 외쳤고 나에 대한 분노로 얼굴이 온통 창백해졌다. 나는 달아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점심에는 물고기보다 감자가 더 많이 들어간 물고기 샐러드가 마련되었다. 어쨌든 우리는 그 붉은 짐승과는 결별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이 잘 된 일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동생들은 정원을 뛰어다니며 늘 고양이를 소리쳐 불렀고, 어머니는 매일 저녁 우유가 담긴 접시를 대문 앞에 놓아두고는 나를 나무라듯이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도 손수 나서 구석구석 그 짐승을 찾기 시작했다.
그놈은 어딘가에서 병들거나 죽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3일후 그 짐승은 다시 나타났다. 그놈은 다리를 절었고, 오른쪽 앞다리에 상처가 나 있었다 . 그것은 내가 던진 장작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고양이에게 붕대를 감아주었고 먹을 것도 주었다. 그때부터 그놈은 날마다 왔다. 식사 대마다 그 붉은 짐승은 함께 했으며, 우리는 아무도 그놈 앞에서 무언가를 숨길 수 없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으면 놈은 어느새 거기에 앉아서 우리를 꼿꼿이 바라보았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그놈이 원하는 것을 주었고 나도 역시 그랬다. 비록 나는 화가 났지만 말이다. 그놈은 점점 더 살이 쪄갔고, 나는 놈이 정말 아름다운 고양이라고 여겼다. 그러고 나서 겨울은 1946년에서 1947년으로 넘어갔다. 그때 우리는 정말로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 “
선로지기 틸/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거대한 구름덩이 아래로 막 내려앉은 태양은 검푸른 수목 꼭대기들 속으로 가라앉으려고 숲 위에 자줏빛 물줄기들을 쏟아부었다. 철둑 건너편 소나무둥치들의 아치도 안에서부터 불이 붙어 쇠처럼 반짝였다.
선로도 불타는 뱀과 같이 반짝이기 시작했지만 먼저 꺼졌다. 그리고 이제 불빛은 서서히 땅에서 공중으로 솟아올라, 먼저 소나무들의 둥치들을 거쳐 머리의 대부분을 차가운 부패의 빛 속에 남기면서 마지막으로 맨 꼭대기의 가장자리를 붉은 빛으로 쓰다듬으며 비추었다. 그 장엄한 광경은 소리없이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선로지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차단기 옆에 서 있었다.
마침내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나갔다. 선로가 서로 만나는 지평선상의 검은 점이 점점 커졋다. 그 점은 시시각각 커지면서 가까이 다가왔다. 선로를 통하여 진동과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났다. 리듬을 띤 삐걱거림 소리와 둔탁한 소음은 점점 더 커지면서 마침내 마구 돌진해오는 기마대의 말발굽 소리와도 같아졌다.
숨 가쁘게 달리는 요란한 소리가 멀리서부터 대기를 뚫고 간헐적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고요한 적막은 깨졋다. 미친 듯 날뛰는 노호와 굉음이 사방을 메웠고, 선로는 휘었고, 땅은 진동했으며, 강한 기압으로 먼지와 증기와 연기가 섞인 구름이 일더니 숨을 헐떡이는 검은 미치광이는 지나가 버렸다. 굉음은 일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잦아들었다. 연기도 점차 사라졋다. 하나의 점으로 오그라든 채 기차는 멀리 사라졌고, 오랜 동안 내려온 성스러운 침묵이 외진 숲위에 어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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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표 단편선이다. 루이제 린저의 책은 소녀시절 본 듯한데 이름만 기억하고 그 어느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루이제린저의 다른 책을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게 읽었고 전쟁과 궁핍속에 있음직한 이야기인 듯 느껴지고 소년의 행동은 가족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선로지기 틸.. 슬픔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 이야기.. 정신적 갈등을 겪는 선로지기 틸이 새여자의 아이를 죽인다. 비극의 말로가 처참하다. 전처의 소생이 새 여자의 학대로 이어지고 기차에서 놀다가 아이가 죽는다. 틸은 참을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며 죽은전처에 대한 어떤 슬픈 사랑으로 치달아 끝내 정신을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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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까지 읽겠다 하고 이리 늦게까지 보게 되었다. 하루 세시간을 몰입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마음먹은대로 마음은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안타깝고..
린저의 글은 세 번이나 읽었다. 카프카의 변신도 들어있다. 선로지기 틸이 마음에 가장 와 다았으며 나머지 글도 모두 재미있었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 이또한 ..독일단편..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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