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사소한 기쁨들을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고, 거창하고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는 쾌락은 휴가를 즐길 때나 조금씩 나누어서 인색하게 맛보라. 시간이 부족해 쩔쩔매고, 재미있는 일이 없어서 무료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 말을 하고 싶다. 지친 몸을 추스르고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거창한 쾌락이 아니라 작은 기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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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과 기다림은 그 자체가 우리를 결코 오도하지 않는 훌륭한 스승이다. 그렇지만 신경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가르침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소심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에 대해 “저사람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나 봐” 라고 말한다. 자기 육신과 자신의 생각을 지배하는 방법에 대해 잠 못 이루는 밤처럼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를 부드럽게 감싸고 배려해주는 것은 스스로 그런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만이 잘할 수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랑으로 사물을 가늠하고 정신적인 바탕을 직시하고 인간적인 선함의 취약점을 이해하는 것은 스스로 누군가의 방해도 받지 않고 생각에 잠기는 외로운 시간을 엄격한 고요속에서 보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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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겨울 때 사람의 본성이 나타난다. 정신적 혹은 이상적인 것들에 대해 개인들이 저마다 맺고 있는 관계도한 마찬가지다. 비록 맛볼 수도 없고 만질수도 없지만, 외적인 삶의 익숙한 뒷받침이 없어졌거나 파괴되었을 때 그것들은 비로소 진가를 드러낸다. 희귀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큰 시험에 처해서야 비로소 더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인 선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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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겨 혼자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끔 아름다운 시의 구절을 읽고 아름다운 음악과 풍경을 기억하고, 당신의 생애에서 가장 순수하고 행복햇던 시간을 기억하라! 당신이 진심으로 그렇게 한다면 기적이 일어나 기분 좋은 시간이 찾아올 것이고 미래는 든든해 보일 것이며 삶은 사랑스러워 보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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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과 고통은 우리의 삶을 함께 지탱해주는 것으로 우리 삶의 전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잘 이겨내는 방법을 아는 것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고통을 통해 힘이 솟구친다. 고통이 있어야 건강이 있다. ..고통은 사람을 부드럽게 만들고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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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꾸듯 내게 찾아왔던 수많은 기억으리 순간들을 회상해본다. 그렇게 많은 낮, 그렇게 많은 저녁, 그렇게 많은 시간들, 그렇게 많은 밤, 그 모든 것들은 내 인생의 10분의 1도 채우지 못한다. 다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천의 낮, 수천의 저녁, 수백만의 순간들
은 내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다시 기억으로 돌아오지 않은채 어디로 간 걸까? 모두 다 가버렸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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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유와 기억의 힘은 서로가 서로에게의존한다. 쾌락을 즐기는 것은 달콤함의 찌꺼기 없이 두려움을 강탈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는 것은 한번 쾌락을 향유했던 것을 멀리 아득하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새롭게 되새기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한다. 누구나 유년기를 생각하면서 그 시절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물든 파란 하늘에 펼쳐놓은 환상적인 추억을 생각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날들의 쾌락을 되새기는 것은 그맛을 곱씹는 일일 뿐아니라 누구에게나 행복의 형상, 그리움의 대상과 천상의 모습으로 승격한 것들을 항상 새롭게 즐기도록 가르쳐 준다. 얼마나 많은 삶에 대한 열정과 따스한 온기와 눈부신 빛이 그 짧은 순간에 표현되는 지 알고 있는 사람은 새로운 날에 주어지는 선물을 가능한 한 순수하게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픔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할 것이다.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억의 한 토막이 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쉼없이 달려감
그대 두려움에 감싸여 있는 영혼이여
그대는 늘 이렇게 묻는다
험난한 날을 그렇게 많이 보냈건만
평화와 휴식은 도대체 언제 오는가?
오, 나는 안다
편안한 날을 맞이하자마자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랑스러운 나날을 고통으로 보낸다는 것을
그대는 잠시 안식을 취할 뿐
다시 새로운 고통을 찾아 나간다
성급하게 뜨는 샛별처럼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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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절에는 자연으로 나가 수동적이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그것을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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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정당화시키려는 진지한 시도의 결과다. 절망은 삶의 덕망과 정의와 이성으로 살아가고 책임을 완수하려고 진지하게 노력한 결과로 생겨난다. 절망의 이면에는 아이들이 살고 있고, 저편에는 깨어난 자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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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절정에 달하면 상황이 호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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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몰이나 일출이라는 것이 존재하려면 먼저 위와 아래가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지구에 위와 아래는 없으며, 그것은 착각의 근원지인 인간의 뇌 속에나 존재할 따름이다. 서로 반대되는 것은 모두 착각이다. 흰색과 검은색도 착각이고 삶과 죽음도 착각이며 선과 악도 착각이다. 당신에게는 일몰로 보이는 것이 내게는 일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 두가지 모두 착각이다. 지구가 하늘 아래 더 있는 원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출과 일몰을 눈으로 보고 또 믿는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구가 그와 같은 원반모양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별들은 뜨고 지는 것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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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는 안식하게 될 것이며
언젠가 마지막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너는 정적 속으로 들어가
꿈도 없는 깊은 잠을 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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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에 할 일을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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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나비
조그만 파랑나비 한 마리가
바람에 나부끼며 날아간다
진주모 색깔의 떨림이
반짝반짝 빛을 뿌리며 사라져간다
그토록 순간적인 반짝임으로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펄럭임 속에서
나에게 눈짓하는 행복을 보았다
반짝반짝 빛을 뿌리며 사라져가는 행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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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방학을 한 전철은 텅 비었다. 앉아가는데 맞은편에 내 나이또래의 여자가 치마를 입었다. 바르게 앉지 않아 거슬리던 차였다. 잠시 후 다음 역에서 또 다른 또래여자가 헐레벌떡 오르더니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들은 서로 웃더니 갑자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다. 아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친구 같기만 했다. 아줌마들이란 그런 장점이 있긴하다. 젊은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디가세요 부터시작 하더니 오만이야기를 다 한다. 재미있다. 글은 읽지 않고 책만 펼쳤을 뿐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도 아줌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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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보았다. 처음에는 조선족인줄 알았다. 그런데 북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가족모두가 가게에 들렸는데 참 밝아보였다. 신기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서 4월에 왔다며 내게 동생 있으면 소개를 시켜달란다. 잘생긴 총각이었다. 어찌해요 남동생만 수두룩 합메다하니 웃는다.
모두 총을 빵빵 쏴서 귀를 뚫어주었다. 꼬맹이까지 있었는데 하나도 무서워않고 가만히 앉았다. 거울을 보더니 신기하고 좋아한다. 그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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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동안 추락한 금값을 계산도 못하겠다. 같은업종의 친구는 한달동안 날아간 금액을 운운하며 내게 전한다. 그러고 보니 그에게 한참 못 미치지만 엄청난 금액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재산의 얼마가 그렇게 소리없이 날아간 것이다.
아침마다 오늘은 얼마가 빠질것인가 체념하다가 또 그렇게 내려간 가격에 기가막혔으나 십년전 가게를 열 때를 생각하면 난 부자다라는 생각을 한다. 친구는 이 십년도 더되었을 텐데 얼마나 부자인가. 그때는 생각지 못하고 우리는 날마다 요즈음만 돌아보며 체념을 했다.
금광에서는 금 캐기를 그만두었다 한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것을 캐 본들 ...
업계가 고요하기만하다. 시름 소리만 들리고 있다. 문을 많이닫게 될것이라는데...
지하 얼마까지 내려가야 하는 것인가..
다들 죽을 맛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렇게 건재한 것은 그동안 마음공부에 주력한 것에 있다.
헤세의 ‘삶을 견뎌내기’..세번은 본 것 같다. 얇은 책이다 잊을 만하면 빌린다. 그가 좋다. 헤세의 책이 좋다. 때로 잘 읽힐 때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난 다시 그의 책을 빌려오게 되리라.
장마는 간데없고 햇살은 빈 거리가 제집인 듯 뒹굴고 있다.
어제 ‘기다림’이란 시가 절절히 마음에 내려앉으니 시조의 흉내를 ... 시인의 시 속에서.. 다시 고쳐본 글..
이별처럼 시림 없이 은근하나 야속하고
애절함은 아니어도 달빛인 듯 은은하게
아득한 기다림 하나 간직하며 살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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