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가장 중요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지압을 배웠고 불교수행법에 관심이 많고 비파사나 수행을 하는 그녀는 ‘마음의 기능을 찾는’일이 흥미롭다고 했다. 한 사람이 고요한 마음을 갖게 되면 그것은 주변을 정화하며 공명한다고 덧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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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스리 오로빈도의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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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것으로 나아가라. 자신의 성장은 자신의 마음의 인도를 받아야한다”는 교육의 세 가지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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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람이 전하는 말이 들린다.<바가바드기타> 속에 있던 말인 듯한데, 어디쯤이었던가“세상에 거하라, 그러나 세상의 것이 되지는 말라.”온전한 자신을 잃지 않는 삶.오르빌의 아이들이라면 이렇게 살아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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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가 있다면 파라다이스의 조건은 행복일 것이다. 행복은 사랑으로부터 가장 크게 온다. 사랑하게되면 행복해진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만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에 대한 사랑까지 포함하는 이야기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금세 친해진다. ‘밥힘’이랄까. 커다란 식당의 내부와 외부의 식탁을 가득 메운 오로빌리언들은 음식을 통해서 이웃의 연대감을 확인한다. 함께 밥 먹는 이 솔라키친이 오로빌의 생활의 중심이기도 하다. 마트리만디르가 영적생활의 중심이라면 솔라키친은 몸 생활의 중심. 둥근 두레밥상에 모여 앉듯이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을 나눈다.
밥을 먹기 위해 처음 솔라키친에 갔을 때 나는 조용한 ‘명상적’ 분위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에 놀랐다. 활기차고 자유롭게 오가는 담소. 주민들이 서로 안부를 나누고 포옹하고 각종 워크숍이나 다양한 문화생활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아이들이 서로 밥을 먹으며 친해지고, 웃음봉지가 터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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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이들은 예쁘다. 지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깊은 친밀감과 마법같은 일체감. 사람이 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랑의 감정이 있기 때문일 터.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할 것이냐.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손해다. 설령 사랑 때문에 아프게 될지라도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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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빌의 운영시스템중 내가 퍽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시스템이 그룹 단위 의사결정과 일의 추진이다. 오로빌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전혀 없다. 차등이 있는 직위란게 없다. 상사도 아랫사람도 없고 높은 사람도 낮은 사람도 없고 월급을 더 ㅁ낳이 받는 사람도 없다. 모든 영역에서 모든 일이 똑같이 존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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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빌의 상업 유닛에서는 뭔가 생산해 팔아서 수익을 내면 오로빌을 위해 기부하게 되어 있다. 오로빌의 사업체는 사적소유가 아니다. 사업체는 오로빌과 이웃을 위해 존재한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 돈을 번다.
‘모두’속에는 물론 ‘나’도 포함되는 것이니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이윤을 ‘모두의 소유’로 환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오로빌의 경제윤리. 얼마를 환원하는가는 최종적으로 각 단위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어서 차이가 잇지만 버는 돈의 거의 전부를 환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물론 조금만 내고 싶어 어떻게든 꿍꿍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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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도시에 여행을 갈 때 보통 한 달정도 머물면 알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이상이 되면 두근거림보다는 안정적인 일상이 영위되기 시작한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가게, 익숙한 방식의 대화. 결국 생활의 안정감을 선호하는 사람과 생활의 두근거림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나는 후자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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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하루 한두 번 퉁소를 부는데 퉁소를 부는 일도 내면의 빛을 만드는 일종의 명상이자 요가이다.
가족을 돌보는 마음씀도 역시 명상이고 요가이다. 그녀에게 일상생활중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다 좋은데...라고 운을 뗀다. 한참 생각하더니 그녀가 말한다. 마트리만디르에서 양말을 기울 때라고(마트리만디르 안에 들어가면 방문자들은 그곳에서 제공하는 흰 양말로 갈아신어야 한다.)그녀가 덧붙이는 이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하게 헌신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그마음이 잘 공명되는 저녁 무렵이었다.
사람은 자기 자신, 자기 가족,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고 또 불행하기도 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원하는 게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좌절하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은 가장 좋은 행복의 원천이면서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세상의 모든 덕목들이 실은 이런 이중성을 가지고 잇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이런 이중을 잘 살펴 덕목을 행복의 편으로 이끌어 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일 터, 그런 지혜를 얻기 위해 일상의 성찰과 명상이 필요한 것일 테다)
보통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 바라게 된다. 이상한 역설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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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는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디서든 초심을 유지하도록 매일 매순간 스스로를 깨우고 자기 감각을 점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삶의 주인이 아니라 삶의 노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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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신비한 항해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가.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따르고 싶은, 매혹되고 싶은, 헌신하고 싶은 존재를 만난다는 것. 그런 일을 가진다는 것. 그것은 축복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풀어볼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을 터,평범한 생활의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생과, 전생을 헌신하여 이루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생. 두 가지 모두 인생을 특별한 선물로 만드는 중요한 방법들일 것이다.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더 좋은 삶이라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일 뿐이다. 다만, 스스로 선택한 운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언제나 가장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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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흐른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잘 산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없으면 다음 순간으로 넘을갈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를 살아라. 우리는 우리를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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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어떤 측면에도 모순은 발생할 것이다. 모순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모순이 존재하므로 발전과 성숙이 시작되는 것이므로. 모든 것이 안정화된 땅은 매력적이지 않다. 움직이지 않는 늙은 땅은 모순없이 , 들끓음없이, 모험없이, 화석이 되어갈 터. 진보하려는 우리는, 탐험하려는 우리는, 생을 즐기려는 우리는, 잘 놀다 가려는 우리는,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인생의 재미는 모순으로부터 오는 거니까.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 ,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인생 플레이! 라고 오로빌이 내게 말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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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당신이 배우는 대로 형성되는 학교이다.
당신의 현재 생활은 책 속의 한 장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지나간 장들을 썼고, 뒤의 장들은 써갈 것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의 저자이다.
사람이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왜 국경에서 멈추는가?
머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당신의 사상을 하늘위에
불로 새겨놓은 것처럼 그렇게 사고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온 세상이 단 하나의 귀만으로 당신의 말을 들으려고 하는 듯이 그렇게 말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당신의 모든 행위가 당신의 머리위로 되돌아 오는 것처럼 행동하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당신의 신이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당신을 필요로 하듯이 살아라.
진실로 그렇게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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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가장 더운 날씨인 것 같다. 조금만 움직여도 무더위가 잡아먹을 듯 덤벼든다.
그러나 선풍기 몇 대를 돌리며 앉아 책을 읽고 다시 정리를 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가라앉는다. 지금 듣는 앙드레가뇽의 바다위의 피아노 같다. 바다위에 누은 듯이 어떤 평온함이 느껴 진다. 한 시인이자 수필가 소설가의 인도 오로빌에 대한 각별한 이야기다. 참 괜찮았다. 어수선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내가 조금씩 지워져 가고 있다. 다행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하게 헌신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양말을 기울 때 이런마음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순수하게 헌신하는 마음... 세상을 바라보면서 나의 모든 일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면서 이렇듯이 바라보며 나를 버려야 하겠다. 그 빈 마음을 배워간다. 다시 그의 음악 ‘가을의 꿈’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이 깊다. 가을이 멀지 않았다. 내 가을의 꿈은 무엇인가. .... 번잡하게 지냈던 나의 날들이 스쳐간다. 안으로 나를 찾아 걷는 시간. 어디선가 가을이 눈을 뜨고 있을 것이다. 이 깊은 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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