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월의 어느 여름밤..

다림영 2013. 6. 22. 21:37
728x90
반응형

서구적인 인상의 중년여자가 들어왔다. 목걸이가 끊어졌다며 수리를 맡기는데 처음 본 사람임에도 느닷없이 얘기를 꺼냈다. 아침에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 어찌 가벼워서 보니 속치마만 달랑 입었다는 것이다. 하여 아마도 얼마 있어 형제들이나 식구들이 상의해서 치매병원에 보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나도 생각나는 것이 있어 얘기했다. 얼마 전에 아침운동을 나가다가 보니 윗옷을 뒤집어 입은 것이다. 혼자 웃으며 다시 들어가 바꿔 입고 나왔다. 그 얘기를 하며 처음 보는 여자와 얼마나 웃었던지 그 여자는 자기는 그런 일 비일비재 하다며 나갔다. 우리는 둘 다 쉰이 넘은 사람들이었다.

 

    

오늘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마음이 무겁지 않은 이유는 뭔가? 이제 많이 마음이 닦여진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만 들으며 책만 뒤적이고 있었다. 어쩌면 모든 것을 통달했나? 내일은 휴일이지만 한 푼도 쓰지 않으리라. 그러면 되는 것이다. ..웃음이 난다. 자영업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보도가 맞는 것 같다. 참을 수 없는 기막힘! 그러나 음악을 듣고 여름밤의 싱그러운 기분을 안고 영혼의 성장을 위해 글속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동반자에게 전화가 왔다. 이젠 친구들 모임에 못나가겠다고 한다. 핸드폰이 어쩌구 한다. 나는 웃는다. 사주어도 못쓸 남자다. 전생에 어떤 연으로 나는 살고 있는 것일까. 전화를 몇 번씩 하는 것을 보니 밖에서 마음이 무척 상했나 보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 내일모레 육십인데도 철이 나질 않았다. 아들이 셋이 아니라 넷이다.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책 속에 들어있는 내 글을 읽었단다. 앞으로도 나의 글을 그렇게 읽고 싶단다.... 조금 부끄러웠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글속에 파묻혀야 하겠다는 생각이 마구 밀려온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의 첫날-  (0) 2013.07.01
이제는 ^^  (0) 2013.06.29
월간에세이  (0) 2013.05.28
7시가 조금 지나  (0) 2013.05.23
글이 통째로 날아갔다.  (0)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