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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는

다림영 2013. 6. 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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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를 뒤진다. 이쪽도 저쪽도 그 어느 곳에도 그것은 없었다. 아뿔사...

그런가보다. 빠져 나갔나보다. 주머니에 넣는 것을 거슬려하면서도 바쁜 일정으로 그냥 넣어두고 잊었다.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가보았다. 있을 리가 만무했다. 가방을 열어 뒤져본다. 다 쏟아본다. 아무 곳에도 없다. 이렇게 허전할 수가 ... 그리 애틋하게 아침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목에 걸던 것이었다.

 

나는 유독 진주를 좋아한다. 딱 한 개의 조그만 것이 가는 줄에 메 달려 있는 모양이다. 웃음이 조용하고 넉넉한 친구가 꼭 너 같은 것을 하고 다닌다며 예쁘다 만지작거리던 것, 가격은 저렴한 것이었지만 요즘 들어 진한 애정으로 아끼던 것이었다. 목을 드러내는 여름 손님들께 권하고 싶은 물건이었다.

 

나의 목과 귀는 일종의 진열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석에는 큰 취미가 없는지라 잘 하지도 않지만 가끔 제품을 걸고 있으면 물건이 팔리는 경우가 있다. 그로 하여 가게에서 만큼은 목걸이와 귀걸이는 꼭 하게 된다.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손아래 올케 들이 일을 하는데 딸이랍시고 단출한 것이지만 걸고 나타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한 번도 제대로 선물도 하지 못했는데 혼자 그런 것을 하고 다니는 것은 옳은 일은 아닌 듯 했다. 해서 귀걸이는 두고 목걸이를 치운다는 것이 이런 일을 만들게 되었다.

 

오래전 늘 연락하고 웃고 지내던 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짧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곳에 가면 있을 것 같고 운치 있는 길을 홀로 걷다보면 환한 웃음으로 만날 것만 같았다. 부지불식간에 감쪽같이 사라진, 그 어느 곳에도 없는,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버린 한 사람이 있었다.

 

서랍을 열면 한쪽 귀퉁이에 있을 것만 같다. 세면기 근처 어디에 보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허둥대며 여기 저기 찾아보지만 그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작은 진주목걸이가 옛날의 그 사람만 같다.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한사람을 파악하는데 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말을 하는 것이나 행동이나 꾸민 모습을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그동안 즐겨했던 소박한 진주목걸이는 나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하다. 큰돈도 아니고 마음먹으면 마련할 수 있는 것이지만 다시 구하기에는 주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달이 넘어간 새날 아침에 긴 숨을 몇 번이나 토한 것일까. 사방을 찾아 헤매다가 이제는 그만둔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환영은 애써 지우고 다 잊기로 한다. 마음을 비운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아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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