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오리와 페이스 북

다림영 2013. 6.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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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엄마 그녀의 이름은 검둥이였다. 검둥이는 아버지와 그의 아들을 따라 휴일 한낮 냇가에 산책을 나왔다. 검둥이의 아기는 엄마만 따라다니고 검둥이는 주인 그림자만 따르고 있었다. 어디선가 별 같은 아기가 병아리처럼 종종거리며 나타났다. 아기는 우아 오이 오이 에비부버 .....잘 모르는 언어로 검둥이를 따라다녔다. 검둥이도 일순간 아기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늘에 앉은 주인 소년은 검둥이가 다른 곳으로 갈까 몇 번이나 외쳐 불렀고 그 아버지는 괜찮다며 말리고 있었다. 그러나 검둥이는 조금 먼 거리에서 주인의 마음은 볼 것도 없이 아기하고만 놀았다. 검둥이의 아기도 엄마 따라 별 같은 아기하고만 비비부부 오이 오 아마버버 통하는 것이 있었다. 세상에 그렇게 예쁜 아기가 있는 줄은 검둥이 네는 꿈에도 몰랐고 마음만 붕 떠서 정신없이 놀았다.

  

   

시간은 냇물처럼 빠르게 흘렀고 사람들은 하나둘 총총히 집으로 돌아갔다. 귀여운 아기도 검둥이 네를 놓아두고 그렇게 좋아하고 기뻐하더니 손만 흔들면서 점점이 사라졌다. 일순간 마음을 앗아간 아기를 검둥이는 따라 가고 싶었고 갑자기 우울해져서 아기의 뒷모습만 지켜보아야 했다. 처음과 끝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 처음과 끝이 내내 같다면 처음도 없고 끝도 없으리라. 하여 처음은 귀하고 고결하고 사무치고 더없이 그리운 것....

  

검둥이는 한 동안 별 같은 아기 모습을 떠올리며 밤잠을 설치기도 할 것이다. 이제야 이별을 배웠다. 만나면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검둥이는 모른다. 우주의 모든 생이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별에는 별이 숨어있는 것을 안다. 이별을 아는 나는 반짝이는 그 무엇을 간직하고 있어 앞으로 별을 닮은 한 줄의 글을 품어내며 눈부신 행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슴 한쪽 저릿한 상처를 꽤 메어 봉합하고 붕대까지 감았지만 때마다 이별의 상처는 아물다가는 고개를 들어 성긴 모습으로 아득한 먼 길을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이별을 모르는 고운 삶은 글을 짓는 이들에겐 어쩌면 치명적인 사안일지도 모른다. 웃음만 가득한 생에서 어떤 각별함을 길어올 릴 수 있을까.

  

오늘도 너와 나 보이지 않는 실로 엮어 관계를 맺고 있다. 닿을 수 없는 손으로 악수를 나누고 하얀 이가 보이지 않는 미소를 나눈다. 때로 총총히 돌아가던 아기처럼 모른 체 하면서 어디로 가는지 서두르는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그러나 난 서두르고 정신없이 바쁜 관계... 그러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바쁜 것을 물리고 하늘도 올려다보고 그 사람 뒷면도 기웃대며 순탄치 만은 않았을 한 삶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초스피드 시대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디서 본 것일까 그분의 말씀에 동조한다. 몸만 바삐 가는 그 순간에 미쳐 따라오지 못하고 숨이 차 헉헉대는 영혼과 함께 인생여정을 걷고 싶은 것이다.

   

누구에게도 나쁘게는 말고, 적당히 착해서 글 빚에는 진심과 고마움의 이자를 얹어 꼭 갚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것은 살아가면서 좋은 일도 많이 하지 못하는 내게 누군가 마련한 아름다운 자리, 복을 짓는 일이기도 할뿐더러 현실에서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없는 형편으로 누군가에게 진정한 좋은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내 말은 조금만 하고 귀를 열고 많이 들으며 책속에서 알지 못했던 각별한 삶과 진심어린 조언으로 어제와는 또 다른 푸릇한 오늘을 만날 수 있게 됨을 알기에.

  

늙을수록 친구가 많은 사람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도 나름일 것이고 나는 많은 친구를 두어 어지럽게 살고 싶지 않다. 지금 있는 친구에게도 충실하기 쉽지 않은데 내미는 손을 막기는 어려우나 그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어 새 친구를 만드는 일에 마음을 쏟지 않을 것이다. 친구가 많다는 것이 보기는 좋을수도 있으나 친구들을 존중하여 좋은 생각을 나누기는 어렵다. 또한 그 많은 친구로 하여 한 사람 한사람에게 충실하지 못하며 성큼성큼 건너가는 헛된 시간으로 날아가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오늘이므로.

 

 

비가 내린 후의 풋풋한 풀 향기를 간직하며 밤이 들면 이내 아쉬워도 단정한 손을 흔드는 순정함으로 지혜롭게 늙어가야 하리라.

 

사소한 휴일의 풍경이었던 검둥이 마음도 생각하고 부모 손을 잡아야 하는 아기의 마음일지도 모를 어떤 마음도 들여다보며 돌부리를 비켜서 돌아가는 평온한 시냇물을 닮은 유순한 사람이어야 하겠다.

  

요즘 들어 부쩍 머리가 가렵다.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기를 흰머리가 나려고 그러는 것이란다. 소리 없이 늙어간다. 아마도 나의 두피 어디선가는 여지없이 흰 머리카락 몇 올이 돋아나고 있나보다.

  

ps- 

졸음을 물리면서 책속에 묻혀있네

서방님 취중소리 아이들 잠결소리

긴바늘 더 작은 바늘 무심하다 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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